올해 겨우 2% 유지했는데…대선·특검·미국이 ‘떡 하니’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2016년 한 해가 저물어가는 가운데 내년 경제 성장률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기관과 민간연구원, 해외기관 등은 최근 보고서 등을 통해 저마다의 진단을 내놓고 있다. 보고서를 살펴보면 내년 한 해 역시 힘든 시기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탄핵정국은 이제 첫발을 뗐을 뿐이다. 앞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특검, 대통령 선거 등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미국 발(發) 변수까지 더해져 내년 우리 경제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형국이다.

보고서들은 공통적으로 내년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친다.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해왔던 국책기관들도 내년에는 사실상 저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2017년 경제 성장률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3.0%, 한국은행은 2.8%로 전망했다. 하지만 조만간 하향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내년 우리 경제가 당초 예상했던 3%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지난 5월 발표했던 전망치(2.7%)보다 0.3%포인트 하향조정했다. 유럽재정위기로 세계경제가 극도로 얼어붙었던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정부 기관보다 비교적 실적치에 가까운 전망을 내놓았던 민간연구원들의 예상은 더욱 처참하다. LG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7년 성장률 전망치는 모두 2.2%로 국내 기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해외 투자은행(IB)의 예상은 절망에 가깝다. 모건스탠리와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각각 2.3%, 2.4%로 전망했다. 전망치를 달성한다 해도 우리 경제는 사상 처음으로 3년 연속 2%대 저성장에 머물게 된다.

정치·사회 리스크
어떤 영향 미칠까

문제는 이마저도 내년 발생할 정치·사회적 리스크가 반영이 안 된 수치라는 점이다. 내년에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특검 수사, 대선 등이 기다리고 있다. 이는 국내 가계 및 기업 경제와 직결된다. 이미 올해 4분기 이후 기업의 경제심리는 위축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설비투자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상승 반전했지만, 9월(-4.0%)과 10월(-4.9%) 들어 다시 침체되는 모습이다. 국내 기계 수주액 증가율은 10월(-3.5%) 들어 감소세로 전환했고, 자본재 수입액 증가율도 같은 달(-6.3%) 감소폭을 키웠다.

이런 불황은 앞으로 더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내 주요 대기업 집단이 최순실 게이트와 직간접적으로 관여돼 있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 사업재편 등에 보수적으로 움직일 공산이 크다는 해석이다.

소비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소비재수입액 증가율은 8월 8.3% 수준에서 10월 1%대로 급락했다. 소비재수입액은 향후 소비 경기의 방향성을 알려준다.

더 큰 문제는 장기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주요 투자은행(IB)들의 평가를 보고 받으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경기의 하방 위험이 커지고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적 혼란이 지속될 경우 소비 위축은 물론 기업의 투자지연과 구조조정 및 위기 대응 등에 적지 않은 차질이 예상된다. 기업들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만큼, 2%대의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7년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것만으로도 국내경제는 성장률이 하락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대선이 치러지는 해의 경제성장률은 평년보다 무려 0.5%포인트 하락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선 이벤트로 인해 정부의 정책적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소비와 기업투자 모두 부진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변수, 돌발
악재로 작용할까

해외 상황도 우리 경제를 옥죄는 모습이다. 트럼프 발 보호무역주의와 유럽 주요국의 고립주의도 떠오르고 있다. KDI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추진될 경우 2016~2020년 한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보다 0.31%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기관인 씨티그룹도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당선이 국내경제 성장률을 기존 전망치보다 최대 0.6%포인트 하락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리스크도 있다. 대부분 기관들은 12월 금리 인상 이후 미국의 금리는 아주 완만한 속도로 인상되리라 예상했지만, 최근 미국 경기 호조세와 국제유가 및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17년 미 연준의 금리 인상 횟수를 최대 4회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회, JP모간은 2회에 걸쳐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이주열 총재 역시 내년도 미국이 최소 2회 이상 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 경제 전문가는 “미국 금리인상이 속도를 낼수록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도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경기가 장기간 침체된 가운데 미국 금리인상 여파로 돈줄까지 말라버리면 국내 경기는 급속도로 냉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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