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에서 바다까지…바람 잘 날 없던 최순실의 병신년(丙申年)

최순실. <정대웅 기자>

롯데그룹 검찰 수사·해운 양대 산맥 한진, 현대 휘청
삼성 갤럭시노트7 단종·철도노조 성과 연봉 반대 파업
넥슨 뇌물 수수 의혹, 미르·K스포츠 재단 정재계 비리
지주사 전환·최저임금제 논란·폭스바겐 리콜·옥시 사태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산업계 전반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극심한 내수 침체에 예년을 뛰어넘는 메가톤 급 뉴스들로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들고 어려웠던 한 해를 보냈다.

국내 유통업 중추인 롯데는 130일 동안 대대적인 검찰 수사를 받았다. 해운업 양대 산맥이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난파했다.

전자·IT업계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7 단종 사태로 들썩였고 철도 노조는 성과 연봉제 도입을 반대해 최장 기간 파업을 벌였다.

‘넥슨-진경준 뇌물수수건’ ‘미르·K스포츠재단 대기업 자금출연’ 등 정재계의 비리는 곳곳에서 폭로됐다.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과 최저 임금제 기준 논란도 경제 큰 뉴스 중 하나였다. 폭스바겐과 옥시 등 해외 기업들로 인한 피해는 사회적인 이슈로 번져 국민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롯데그룹 검찰수사

지난 6월부터 진행된 롯데그룹 대규모 압수수색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총수 일가를 재판에 넘기며 막을 내렸다.

이번 롯데 검찰 수사는 총 130여 일에 걸쳐 200여 명의 수사관이 동원됐다. 롯데그룹 내 피의자나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은 임직원은 500여 명에 달했다.

롯데그룹은 가까스로 신 회장이 구속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했지만 이 과정에서 그룹의 2인자였던 이인원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이번 검찰 수사를 겪으며 롯데는 호텔롯데의 상장, 대규모 인수합병까지 줄줄이 무산되며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 재계 4위, 유통 1위 롯데에 대한 수사의 여파는 업계뿐 아니라 재계 전반으로 확대돼 경영활동 위축을 초래하기도 했다.

한진해운.<정대웅 기자>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위기 

해운업계는 국내 해운업의 양대 산맥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난파로 휘청거렸다. 장기화된 불황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업계 1위 한진해운은 청산 과정을 밟고 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물류대란이 발생, 배송지연으로 국가브랜드 가치가 훼손되며 소송까지 제기됐다.

현대상선도 지난 7월 현대그룹을 떠나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그러나 현대상선은 세계 최대 해운동맹(2M)에 정식으로 가입하지 못하는 등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의 무책임한 모습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비교되며 회자됐다.

두 회장 모두 불황에서 회사를 지키진 못했지만 현 회장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사재 출연을 하는 등 노력을 보인 반면 최 전 회장은 회사가 어려운 순간에도 고액의 연봉을 받는 등 이기적 욕망에 치중했던 것이 드러나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

지난 5월부터 전자·IT업계의 핫 키워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이 독차지했다. 갤럭시노트7은 출시 초기 미국에서 배터리가 폭파하는 사고가 발생해 전면 리콜을 단행했다.

지난 3월 갤럭시S7 출시 이후 급하게 후속한 탓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그래도 문제가 되자 ‘통 크게’ 시정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모습이 빛나기도 했다.

하지만 리콜한 제품에서도 계속된 폭발이 일어났고, 결국 국내 출시 두 달이 채 안 돼 ‘기기 단종’ 결정을 내렸다.

이번 갤럭시노트7 사태로 삼성전자가 발표한 손실액은 3분기에 정정 공시 기준으로 2조6000억 원에 달한다. 이 부회장은 3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날 등기이사로 경영 전면에 나서며 갤럭시노트7 사태에 대한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

철도노조 최장기 파업

올해 성과 철도 노조는 성과 연봉제 도입을 반대해 74일이라는 최장기간 파업했다. 열차운행률은 평시 대비 81.5%까지 떨어졌다.

파업기간에 노조 측은 “자기들 ‘철밥통’을 뺏기지 않으려 국민만 고생한다” 등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파업에도 노조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측은 성과 연봉제와 관련해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에 노조는 법원에 ‘취업규칙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결국 더 이상의 파업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노조는 성과연봉제 이외의 사안은 사측과 정상 합의 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파업 기간 중 미지급 임금 및 내년도 성과급 감소 등으로 인한 노조원들의 1인당 임금 손실액은 지난 12월 1일 기준으로 평균 1174만 원으로 추산된다.

넥슨 창업주 김정주-진경준 검사장 사건

김정주 넥슨 전 대표와 진경준 전 검사장은 서울대학교 86학번 동창이다. 두 사람은 올 상반기부터 넥슨의 주식 및 뇌물 혐의로 기소됐는데 정경유착인가 돈독한 우정인가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진 검사장은 지난 3월부터 김 전 대표로부터 지난 2005년 6월 4억2500만 원 상당의 넥슨 비상장 주식 1만주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진 전 검사장은 넥슨재팬 등의 넥슨 주식을 사고팔며 수백 억 원의 차익을 남겼고, 제네시스 차량 리스비용과 여행 경비 등 총 9억5300여만 원을 제공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 김 전 대표는 법정에서 진 전 검사장에게 ‘대가성으로 지급한 것 이다’‘빌려준 돈이다’ 등 진술을 번복했기에 뇌물 혐의가 성립될지 말지가 국민적 관심사였다.

하지만 지난 12월 13일 1심 재판에서 둘은 이 혐의에 대해 무죄를 판결받았고, 국민은 검찰의 제 식구 챙기기라 비판을 하고 있다.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의혹

지난 7월부터 수면 위로 떠오른 대기업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대가성 지원 의혹은 하반기 정재계를 강타한 최고의 뉴스다.

사건 정황은 안종범 청와대 전 경제수석비서관과 대통령 측근 최순실 씨가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을 통해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을 위한 출연금을 대기업으로부터 강제했다는 것이다.

미르재단이 기부받은 자산은 총 486억 원으로, 삼성그룹, 롯데그룹, SK하이닉스, CJ, 한화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GS그룹 등이 지원했다. K스포츠가 기부받은 액수는 270억 원으로 미르재단과는 5개월의 설립시기 차이 외에는 별다른 특이점이 없다.

사건은 대기업이 기부한 금액과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은 사면, 합병 허가 등의 의혹이 하나둘씩 드러나며 일파만파로 커졌고, ‘제2의 일해재단’으로 불릴 만큼 정경유착 최고의 사건이 됐다.

결국 지난 12월 6일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국내 9개 대기업 총수가 모두 출석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총수들은 모두 대가성 자금 출원이 아니라고 해명하며 정경유착을 끊어낼 것을 국민들 앞에서 약속했다.

또 매번 정재계 연결고리 역할을 해온 전경련은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됐다.

최저임금제 인상 기준 논란

최저임금제 책정을 위한 마땅한 기준점이 없어 노사갈등이 반복됐던 건 한두 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는 가장 많은 회의를 연 끝에 최저임금이 결정돼 더욱 논란이 됐다.
2017년 최저임금책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의 심의촉진구간은 인상률 2.7%~13.4%였다. 하한선은 올해 임금 인상률로 정해졌고, 여기에 소득분배 개선분과 협상 조정분을 더해 상한선이 정해졌다.
하지만 공익위원들이 제시하는 안은 매년 들쑥날쑥해서 문제였다. 지난해 경우 하한선은 임금 인상률과 소득분배 개선분을 더해 정했고, 상한선은 하한선에 협상 조정분이 더해졌다.

산정 방식도 불투명해 논란이 됐다. 지난해 3.2%였던 협상 조정분이 올해 7.3%로 두 배 이상 증가했지만 계산 방식이 명확히 없다.

고용노동부 측은 인상 기준이 마련됐다고 반박했지만 아직까지 문제가 된 기준 마련의 원칙이나 지표 설정 등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이 인상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정부의 요청이 곧 인상 기준안이라 한 발언은 국민의 공분을 샀다.

.<정대웅 기자>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1973년 석유파동으로 국제유가가 폭등하면서 발전소, 산업체 등 가동과 운영에 지장이 있다는 평가에 따라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생활수준 향상으로 에어컨은 여름철 필수품이 되었고, 올 여름에는 지속된 폭염으로 인해 가정의 냉방기 사용량이 급증했다.

이에 전기세 폭탄을 맞은 국민은 불만을 제기하기 시작했으며 산업통상자원부는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7∼9월 한시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전기요금 검침 기간에 따라 납부 요금이 달라지는 등 아직까지도 소비자의 불만은 지속되고 주택·산업·교육용 전기요금 개편안을 논의 중이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폭스바겐코리아(이하 폭스바겐)는 2016년 국내에서 가장 고단한 한 해를 보낸 대표적인 외국기업이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9월 미국 환경보호청에 의해 차량 배출가스 장치 조작이 드러났다. 이에 지난해 11월 국내 환경부에 해당차량 판매 정지 및 리콜 명령을 받았다.

폭스바겐 측은 지난 1월, 3월, 6월 등 총 3차례 리콜 계획서를 제출했지만 단 한 차례도 한국 정부와 소비자를 납득시키지 못했다. 반면 유럽과 미국에서는 리콜과 소비자 보상이 진척을 보이며 국내 소비자의 원성을 샀다.

현재까지도 국내 12만 여대의 문제 차량은 한 대도 리콜이 진행되지 않았다. 폭스바겐의 이런 계속되는 리콜 지연 조치와 미흡한 대처는 국내 수입차 시장 전체 수요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은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가 유통되면서 원인 미상의 폐 손상으로 산모와 영·유아가 사망하는 등 피해가 속출한 사건이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 사건은 2011년 최초 피해사례가 인정된 후 5년 동안 수사가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각종 매체의 보도로 올해 본격적인 검찰 조사가 시작됐다.

최대 가해 기업으로 지목된 옥시레킷벤키저는 공식 사과를 발표했으나, 문제가 되는 제품을 계속 판매한 것과 그간의 피해자를 외면한 행위에 대해 국민은 분노의 화살을 쏘았다.

검찰은 지난 11월 옥시의 전 대표 신현우와 존 리를 각각 징역 20년과 10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옥시 측은 피해자 배상 지원을 하고 있으며 추가 지원 방안을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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