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정치적 수사’ 강력 반발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기자실에서 MBC PD수첩측 변호인 심성태 변호사(오른쪽)가 오전에 검찰이 발표한 수사결과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18일 1년간의 수사를 종결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전현준)는 18일 ‘PD수첩’ 조능희 CP(책임프로듀서), 송일준·김보슬·이춘근PD, 김은희 작가 등 5명을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보도는 왜곡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PD수첩 제작진이 방송의 핵심적인 장면 30곳에서 번역 및 사실 왜곡, 중요 사실에 대한 설명 생략 등 다양한 편집기술 및 왜곡방법을 동원해 허위내용을 방송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MBC TV ‘PD수첩’측은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왜곡보도 수사 결과에 대해 정치적 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양측의 상반된 입장을 들어봤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전현준)는 지난 18일,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사건 수사를 종결하며 ‘시청자에게 주는 방송의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제작진의 명예훼손죄가 성립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PD수첩’은 지난해 4월29일,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문제점을 밝혔다. 방송의 파급효과는 컸다. 광우병 위험에 노출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고발은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농수산식품부와 청와대가 즉각 반응했다. 청와대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에 이른다.

수사에 나선 검찰은 PD수첩 제작진들의 이메일 송수신 내용을 압수수색,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의 편집구성안, 스튜디오 대본, 자막의뢰서, 로빈 빈슨·바롯을 비롯한 인터뷰 대상자 전원의 번역본과 녹취서를 확보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했다.

검찰은 방송의 기획부터 취재와 편집과정이 상세히 담겨있는 1640장 분량의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주저앉은(다우너) 소는 광우병에 걸린 소 ▲아레사 빈슨 사인은 인간광우병 ▲한국인의 인간광우병 감염 확률은 94% 등 허위 방송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

검찰은 “광우병에 걸렸거나 걸렸을 가능성이 매우 큰 주저앉은 소들이 도축되어 식용·유통된다”는 방송 내용은 명백한 ‘왜곡'이라고 밝혔다.

김보슬 PD가 소가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꼭 광우병뿐만 아니라 대사장애, 골절, 상처, 질병으로 인한 쇠약 등 다양한 원인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사전 취재해 알고 있었다는 것.

검찰은 휴메인 소사이어티 관계자 마이클 그래거를 인터뷰 하면서 ‘dairy cow'를 ‘젖소'가 아닌 ‘심지어 이런 소'로 왜곡 번역하고, 진행자가 다우너소를 ‘아까 광우병 걸린 소'라고 언급한 것은 ‘다우너 소=광우병 소'로 각인시키 위한 의도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PD수첩이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과 관련, 위절제 수술에 따른 후유증이나 뇌 산소 부족 등 다양한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아 사인이 vCJD인 것으로 기정사실화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의사 바롯과 버지니아 보건당국, 포츠머스 보건당국을 취재한 내용도 왜곡 또는 과장돼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인간광우병으로 몰고 갔다고 결론지었다.

검찰은 “‘PD수첩’이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인간광우병 발병에는 프리온 단백질 유전자뿐 아니라 종간 장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므로 하나의 유전자형만으로는 인간광우병의 발병 위험성이 높아진다거나 낮아진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 사전 취재했다”면서 “그럼에도 PD수첩은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광우병에 감염될 확률은 94%이다’라는 허위 사실을 방영, 국민들을 극도의 ‘광우병 공포'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PD수첩’검찰 수사 결과 발표에 강력반발

이는 PD수첩은 “협상체결로 30개월령 미만 쇠고기의 경우 SRM(특정위험물질) 5가지가 수입된다"는 내용을 방영했지만 검찰은 이 또한 의도적인 허위방송인 것으로 판단했다.

MBC TV ‘PD수첩’이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왜곡보도 수사 결과에 대해 정치적 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조능희 ‘PD수첩’책임프로듀서는 “역대 대한민국 검찰 수사 중 담당부장검사가 부당수사를 이유로 사표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팀을 바꿔 수사한 일은 없었다”며 “PD수첩이 방송된 이후 정부의 정책이 바뀌었다. 그런데 무슨 명예훼손이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PD수첩’ 방송이후 30개월 미만으로 정책을 바꿨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다우너 소 도축을 금지시켰다”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고 해서 수사를 받는 곳은 없다”고 지적했다.

조 CP는 “정치검사는 반드시 비판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에서 국민의 민생범죄를 수사하는 검사가 정치검사들로 인해 검찰 전체가 비난받은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관련, “농민단체들로부터 이미 고소를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수사를 한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조 CP는 “당시 정운천 전 장관은 우리가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하면 일본이나 중국, 대만 등이 따라서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어느 나라도 재협상 하는 곳은 없다. 이에 대한 진정성을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 반응 양측으로 엇갈려

시민들의 반응도 양측으로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선 검찰의 결정이 당연하다는 입장이고, 다른 한쪽에선 정치적 수사라는 주장이다.

회사원 L씨는 “PD수첩이 왜곡된 정보를 국민들을 광우병 불안 속에 몰아넣었다"며 “PD수첩이 원본공개는 못하면서 입으로는 보도가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 K씨는 “PD수첩 제작진들은 사실을 완전히 왜곡해 국민을 오도한 책임이 있어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검찰의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시민 L씨는 “검찰이 권력에 편승해서 판단력조차 상실해 벌인 결정이다. 믿을 수 없다"며 검찰의 결정에 대해 비판했다.

‘PD수첩’수사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검찰과 PD수첩 제작진간의 법정공방은 계속 될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조나단 프리랜서 기자] cjo4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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