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촌지·세월호 망언·성추행 의혹·위증교사에 이르기까지 의혹들 쏟아져

이완영 새누리당 국회의원<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안민석·박영선·장제원·하태경’. 지난해 10월말부터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서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스타로 떠오른 국회의원들이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태 와중에 국민들의 답답한 마음을 그나마 트이게 만든 이들이 바로 국조특위에 소속된 이들 의원들. 그런데 이들 외에 또 다른 이유로 화제가 되고 있는 의원이 있다. 국조특위의 새누리당 간사였던 이완영 의원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위증교사 의혹으로 이름을 떨친 그는 과거 세월호 가족들에게 망언을 쏟아낸 사실과 감사원 재직 시절 촌지사건, 그리고 20여 년 전 성추행 의혹까지 폭로되면서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몰렸다.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전모를 밝히는 ‘최순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1차 청문회’가 열린 지난해 12월 6일 오전 여의도 국회 청문회장. 이 날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비롯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 재계인사들이 총출동해 국민 앞에서 증언하는 자리였다.

수많은 눈이 집중된 이 곳에서 국민들은 기이한 장면을 목격했다. 청문회가 시작되기 전 김성태 특위 위원장에게 쪽지 하나가 전달된 것.

쪽지에는 “정몽구, 손경식, 김승연 세 분은 건강진단서, 고령 병력으로 오래 계시기에 매우 힘들다고 사전 의견서를 보내왔고, 지금 앉아 계시는 모습을 보니 매우 걱정됩니다. 오후 첫 질의에서 의원들이 이들에게 먼저 질문을 하고 일찍 보내 주시는 배려를 했으면 합니다”라는 내용의 간곡한 부탁메모가 적혀 있었다.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 작성해 김 위원장에게 건넨 쪽지였다.

이 같은 사실을 목도한 누리꾼들은 한결같이 강한 어조로 이 의원을 성토했다. 국민을 대표해 청문회에서 최순실 게이트 의혹을 규명해야 할 국회의원이 부역의 또 다른 한 축인 재벌들을 눈물겹도록 배려한다는 비판이었다.

이 의원의 눈부신 활약(?)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게 지역구 민원성 질의를 하고 또 청와대 측 증인들을 두둔하는 행태도 보였다. 이로 인해 일부 국민들로부터 욕설의 의미가 담긴 ‘18원 후원금’ 폭탄을 맞기도 했다.

급기야 이 의원은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 등 최순실 씨 측 증인들을 사전에 만나 청문회 위증을 사주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결국 이 의원은 지난 3일 위증교사 논란을 비롯해 청문회에 임하는 태도 논란 등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특위 위원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어지는 스캔들 ‘점입가경’

최순실 국조특위 청문회가 진행되면서 논란에 휩싸인 이완영 의원에 대한 각종 의혹은 봇물 터지듯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제기됐다.

먼저 터져 나온 것은 비리의혹이었다. 이 의원과 같은 시기에 감사원에 근무했던 모 씨가 지난해 12월 28일 한 언론에 이 의원의 금품수수 의혹을 제기했던 것. 1986년 감사원 재직 시 이 의원이 경북지역으로 출장감사를 갔다가 군청으로부터 수십만 원의 촌지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군청직원의 투서로 적발된 이 의원은 해임·파면 등의 징계를 받아야 했지만 윗선 도움으로 스스로 사표를 내고 떠났다. 입사 1년도 안 된 이가 뇌물수수로 옷을 벗은 건 감사원이 생긴 이래 최초의 사례여서 기억하고 있다고 제보자는 설명했다. 의혹이 제기되자 이완영 의원실은 당시 회식은 했지만 촌지를 받은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금품수수 의혹이 터진 지 이틀 만에 이번에는 성추행 의혹이 일었다. 지난해 12월 30일 ‘CBS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 의원이 노동부 서기관으로 재직하던 지난 1996년 5월 초순경, 청와대 직속 노사관계개혁위를 취재하기 위해 출입하던 노동 관련 전문지 기자를 술자리 이후 성추행했다는 것. 당시 이 의원은 노사관계개혁위 운영과장이었다.

이 의원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피해자가 여성단체들과 협의해 조만간 이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어서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2012년 제19대 총선 과정에서도 이 의원은 성추행 의혹에 휩싸였었다. 대구지방노동청장으로 재직했던 2008년, 노래방에서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하려 했다는 내용의 트위터가 돌아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3일에는 19대 총선 당시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 내용을 고소한 고소인에게 소를 취하하도록 압박하는 내용의 육성파일이 공개돼 파장이 일기도 했다. 이 의원은 또 최순실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의 집사 등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주요 인사들과 술자리에서 함께 찍힌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되기도 하는 등 이 의원의 스캔들은 ‘점입가경’이다.

오비이락(烏飛梨落)? 처신에 신중해야

이렇듯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이 의원은 국조특위 간사 자격 논란이 일었고 범국민적인 지탄의 대상이 됐다. 일각에서는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큰 결격사유라며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런 와중에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지난 2일 오전 덴마크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된 가운데 이 의원이 덴마크 출장 중이라는 의혹이 덧붙으며 이 의원에 대한 의혹의 눈길은 폭발적으로 커졌다.

이 의원은 지난해 12월 31일 여야 의원들과 함께 ‘AI 방역제도 관련 해외 시찰’을 위해 6박 8일 일정의 덴마크와 프랑스 방문이 예정되었는데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완영 의원이 정유라를 만나기 위해 덴마크로 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유럽에 간다고 할 때부터 이상했는데 정유라를 챙기러 간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등 의혹의 시선을 담은 댓글이 이어졌다.

정유라가 체포된 당일 이 의원이 스스로 시찰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이 논란은 결국 해프닝으로 일단락되었지만 국민적 반감이 이런 의혹과 비판 여론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어쨌든 계속 이어지는 의혹제기와 이 의원의 ‘헛발질’에 일각에서는 민심을 읽지 못하는 이 의원에 대한 의원 자격논란도 일고 있다. 여론도 부정적이어서 이제는 지역구인 고령·성주·칠곡의 주민들에게서도 외면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증교사’ 의혹으로 이 의원은 새누리당의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상태이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될 것으로 알려지는 등 현재 ‘사면초가’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 의원은 촛불민심이 왜 거세게 타오르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치지도자로서 기본적인 자질이 부족하고 논란에 대한 적절한 대처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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