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부풀리기·강제 합승·현금 강요까지

부당요금 적발건수 증가…당국은 ‘팔짱’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버스나 지하철이 끊긴 밤 시간을 이용한 택시 기사들의 ‘불법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손님에게 정상보다 비싼 요금을 요구하는가 하면, 강제 합승이나 현금 강요 등 백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당국은 사실상 방치함은 물론 오히려 택시기사 측을 두둔하는 입장에 섰다. 주머니 사정이 녹록치 않은 ‘뚜벅이’들은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에 사는 직장인 A씨는 밤늦게까지 술자리를 갖는 날이면 늘 손해를 보며 귀가한다. ‘오이도행’ 마지막 지하철을 놓치면 ‘안산행’ 열차를 타고 안산역에서 내려 정왕역까지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때마다 미터기 요금보다 비싼 요금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실제 기자가 직접 탑승해 시험해 본 결과, 심야택시는 미터기도 켜지 않은 채 만 원을 요구했다. 타기 전 요금이 얼마 나오냐는 질문에 미터기를 찍어봐야 안다던 답변은 온 데간 데없었다. 이를 항의하자 그제 서야 미터기를 찍었고 실제 요금은 7000원 정도 나왔다. 이 같은 ‘요금 부풀리기’에 시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더 큰 문제는 합승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택시 합승은 불법이다. 합승을 가장한 택시강도 범죄를 부추길 수 있는 안전문제 등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는다. 눈앞의 돈벌이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손님들은 다른 승객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문제도 있다. 5~10분 대기는 예사다. 그러면서도 택시는 요금을 손님 개개인으로부터 받는다. 한 번의 운행으로 몇 배의 수익을 올리는 셈이다.

A씨는 “일주일에 한두 번은 마지막 오이도행 열차를 놓쳐서 안산에서 내려 택시를 타곤 하는데 그 때마다 미터기 요금보다 더 내야 해서 당황스럽다”며 “특히 전 좌석에 승객이 찰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 길게는 10분 넘게 기다린 적도 있다. 그렇다고 안 탈 수도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수도권 곳곳서 다툼

경기, 부당요금 적발 ↑

이 같은 광경은 수도권 곳곳에서 벌어진다. 안양에 사는 직장인 B씨는 최근 택시를 타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심야시간대 서울 사당역에서 안양 인덕원역으로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2만 원을 불렀다. 평소보다 비싼 요금에 내리고 싶었지만 ‘콩나물 버스’에 타기 싫어 수락하고 갔다. 그런데 목적지에 다다르자 기사는 대뜸 현금을 요구했다.

B씨가 현금이 없다고 하자 택시기사는 왜 약속을 지키지 않냐고 했고, B씨는 2만 원에 온다고 했지 현금 낸다고는 하지 않았다며 맞섰다. B씨는 “기사가 왜 말이 다르냐면서 눈을 부라리며 막 화를 내는데 적반하장이었다”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한동안 실랑이 끝에 B씨가 경찰을 부르겠다고 하자 그제서야 기사는 사과를 했고, 소동은 일단락됐다.

이 같은 택시 부당요금 적발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 택시정책과에 따르면 추가 요금 요구, 미터기 미사용, 영수증 미발행 등 부당요금 적발 현황이 2013년 1547건, 2014년 1784건, 2015년 2119건으로 증가 추세다. 서울시의 경우 교통불편 민원신고가 2013년 39,962건, 2014년 37,870건, 2015년 25,104건으로 감소 추세긴 하지만, 매월 2000건이 넘는 민원이 발생했다.

택시회사, ‘우린 아냐’

관리당국은 수수방관

택시 회사들은 부당요금 요구, 미터기 미사용, 강제합승 등에 대해 일부 인정하면서도 본인들 회사는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경기도 소재 S 택시회사는 “다 그런 건 아니고 특히 밤에 손님들과 요금을 ‘흥정’하기도 한다”며 “합승 부분은 아무래도 돈벌이 때문에 그런 식으로 하는 곳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회사 관계자도 “예전에는 그런 경우가 있어 과태료 받으면 해당 기사를 교육도 하고 했지만 요새는 그렇지 않다”며 “가끔 예비군 가는 사람들 합승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 외에는 거의 없다”고 했다.

도로교통법 제50조 제5항에 따르면 사업용승용자동차의 운전자는 합승행위와 승차거부, 신고한 요금을 초과하는 요금을 받지 못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처벌규정은 동법 제156조에 근거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태료에 처한다고 돼 있다.

이 같은 법적 근거를 토대로 택시의 각종 부당행위에 대해 관리·감독해야 할 시 당국은 이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어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산시 담당자는 관할구역 내 택시 관련 문제에 대해 “잘 모르겠다. 관련 민원을 받아보지 못했다”며 방관적 태도를 보였다. 그는 “민원이 들어오면 처리하지만 함정 단속이 아니면 적발하기가 어렵다”면서 “봄부터 가을까지는 정기적으로 단속을 나갔었다”고 해명했다.

담당자는 “특히 법인 택시기사들이 사납금 때문에 이런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하루 벌어서 하루 사는 사람들”이라며 “한 번 행정처분 내리면 최대 40만 원까지 벌금을 내야 돼서 무작정 단속은 현실상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해 경기도 택시 불법행위 단속 현황에 따르면 과태료·과징금 처분보다 경고성 행정지도가 3배가량 많았다.

한편 경기도는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택시 불법행위에 대한 상·하반기 합동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안산시 관계자도 “앞으로 시민들이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잘 챙기겠다”고 말했다.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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