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29)가 매력적인 여전사 캐릭터로 그동안 불거졌던 연기력 논란을 불식시키며 ‘CF스타’라는 불명예를 떼고 ‘배우’로 거듭났다. 최근 종영한 KBS2 TV〈아이리스〉에서 그녀는 프로그램의 시청률 상승과 함께 호평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사실 그녀는 이전 작품들에서 부정확한 발음과 어색한 연기가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아이리스〉를 통해 갈수록 그녀의 뚝심은 빛을 발했다. 그녀의 별명처럼 똑똑이의 모습을 보여준 것. 때문에〈아이리스〉드라마는 그녀의 연기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는 평이 주를 잇는다.

40%가 넘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보여주었던〈아이리스〉가 종영됐지만 그 여운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방송가에서는 속편이야기가 힘을 받고 있고, 영화로도 만들어진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특히 극중 이병헌과 김태희가 보여주었던 러브라인은 오랫동안 시청자들의 뇌리를 스치게 했고, 사탕키스는 지난 한해 화제가 됐다. 배경이 됐던 각 지역들은 관광객 특수를 맞기도 하는 등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하지만 초반 김태희의 연기력 논란은 빠지지 않고 회자됐다. 일부 시청자들은 “김태희는 얼굴만 예쁜 연기자다.〈아이리스〉를 망치는 미스 캐스팅이다”며 인신공격도 서슴치 않았다.

사실 김태희의 연기력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녀의 발음과 표정은 매 작품마다 질타의 이슈로 떠올랐다. 똑 부러지는 성격 탓에 국어책을 읽는 듯 한 인상을 준 것이 시비의 원인이었다.

그렇다고 그녀의 발성이 유아스럽거나 혀 짧은 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었지만, 시청자들은 그녀를 불편해했다.

또한 그녀의 표정에 주목했다. 눈을 치켜뜨고 입을 앙다무는 것이 김태희의 특징.

턱을 조금 내밀고, 치켜뜬 눈의 눈동자는 아래로 내린 다음, 턱 근육을 이용해 아랫입술을 위쪽으로 끌어당기면 김태희 표정이 완성된다. 성대모사가 아니라 표정모사가 가능할 정도로 김태희는 경직됐다는 것.

이 두 가지의 비난을 충족(?)한 드라마가 바로 문제의 KBS 2TV〈구미호 외전〉이다.

김태희의 표정 상 특징이 가시화된 드라마였고, 연기력 논란의 신호탄이 된 드라마다. 〈구미호 외전〉은 ‘유치한 드라마의 뻣뻣한 김태희’란 주관적 합의를 도출했다.

SBS TV〈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에서도 김태희는 특유의 표정은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고, 당당하게 구사하던 영어대사도 발음상의 오류(?)라는 지적을 받았다.


연기력 논란 영화에서도

‘연기 못하는 김태희’는 스크린 데뷔를 계기로 정설이 되고 말았다.

〈중천〉으로 주홍글씨를 새기고,〈싸움〉에서 패하자 긴가민가했던 김태희의 부족한 연기력은 새삼 들통 났다.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영화에 학예회 수준의 연기를 펼쳤다는 혹평은 저조한 흥행 기록 탓에 도드라졌다.

사실 김태희는 SBS TV〈천국의 계단〉때만 해도 이 정도로 연기력 시비에 휩싸이지 않았다. 팥쥐 같은 악역은 가장 쉬운 연기 축에 낀다. 눈을 치켜뜨고 입을 앙다무는 김태희 특유의 표정이 악역과 부합하는 면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시간이 흐를수록 연기력과 인기에 대한 부담감이었는데, 시청자들의 미움을 사고 말았다.

때문에 이런 김태희에게 드라마〈아이리스〉가 갖는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연기면에서도 한결 나아졌다는 평가를 얻어냈고, 최고의 시청률과 수많은 화젯거리로 호평이 줄을 잇고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김태희는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셈이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김태희는 대성할 수 있는 스타임은 확실하다. 김태희는 그동안 액션장르를 주로 선택해왔지만,〈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처럼 똑똑한 캐릭터와 부합되는 연기를 하다보면 지금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박태정 기자] tjp79@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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