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지 같은 배우로 남고 싶어요”


“이번엔 김치 전쟁이다”. 배우 김정은이 ‘천재적인 요리사’가 되어 돌아왔다. 그동안의 그녀 특유의 밝고 코믹한 이미지를 벗고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로 변신, 불꽃 튀는 요리대결을 펼친다. 영화〈식객 2〉를 통해 냉철한 세계적 쉐프 역할로 분한 그녀는 캐릭터를 위해 수개월간 갈고 닦은 요리 솜씨를 스크린 가득 뽐내며 한국인의 멋과 맛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는 영화로 관객들의 오감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이 가장 만들기 어렵더라고요”

지난 21일 열린 영화〈식객 : 김치전쟁〉(이하〈식객2〉)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이 “나름 요리를 잘 한다고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 영화를 하면서 그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며 천재 쉐프로 변한 소감을 밝혔다.

영화〈식객2〉는 어머니의 손맛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작품으로 100여 가지 김치 요리를 둘러싼 불꽃 튀는 대결을 그리고 있다. 그녀는 극중 한 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일본 수상관저 수석 요리사 출신의 자존심 강한 천재적 요리사 ‘배장은’ 역을 맡았다.

“전작에서도 냉정하고 차가운 캐릭터는 거의 맡아보지 못했다. 게다가 ‘장은’은 과거의 아픔을 가진 인물이라 심적 고생을 좀 했다”

실감나는 요리 연기 위해 촬영 3개월 전부터 요리 강습을 받으며 혹독한 요리 특훈을 거친 그녀는 고된 장은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을 위해 100도씨가 넘는 가마솥 옆에서 무려 48시간 동안 촬영을 임하는 특유의 악바리 근성을 보여 스태프들로부터 극찬을 받기도 했다.

그동안 밝고 코믹한 이미지로 사랑받아왔던 그녀에게 이번 냉철한 카리스마를 지닌 천재 요리사 역은 그녀의 연기 인생에 새 전환점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그녀는 “사실 믿음을 드리기 위해 고통스러운 역할을 맡아 온 것 같기도 하다. 이번에도 ‘옛날 네 모습이 생각 나 못 보겠어’라는 말을 듣는다면 다음 작품에서 또 다른 도전을 해야 한다”며 어느 때보다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오랜 기간의 요리 특훈과 촬영을 통해서 그녀의 요리 실력은 얼마나 늘었을까.

“제일 어려운 것은 엄마가 해주는 밥이다. 가장 별 것 아닌 것 같은 된장찌개가 더 어렵더라. 그런 생활식 요리에 조금 익숙해졌다. 영화를 찍기 전 부엌에 가는 목적이 라면을 끓이거나 커피를 마시는 것이 전부였는데 촬영 후 많이 달라졌다. 요리 못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특별식을 만들려 한다. 생활 속 사람 냄새나는 요리가 진짜인거 같다”

엄마에 대한 미움과 상처로 아파하는 장은 캐릭터에 대해서 그녀는 “장은에 비해 나는 효녀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엄마와 떨어져 산 적이 없다. 그래서 이번 연기가 쉽지 않은 면도 있었는데 장은이란 캐릭터를 연기하며 혹여라도 내가 엄마에게 상처 준적은 없나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보시는 분들도 우리 영화를 통해 김치 혹은 음식보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며 “김치가 소재지만 사람에 이야기가 더 큰 영화다. 김치를 통해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때리는 신, 한번 성공하니 쉽던데요”

극중 상대배우 진구의 뺨을 때리는 장면에서 리얼하게 연기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이에 그녀는 “나 같은 경우는 때리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주로 맞는 역할을 많이 했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남자의 엄마한테 맞는 역이 많았다.(웃음) 처음으로 누구를 때려보는 신이었는데, 한 번에 하기가 힘들더라. 하지만 한 번 성공하고 나니까 때리는 것이 쉬워졌다”며 웃어보였다.

그러나 함께 참석한 진구는 “김정은의 손이 생각보다 묵직했다. 예고편에도 나오니까 보기 쉬울 것이다. 팔을 휘둘러 어깨의 힘으로 때리는 것이 아니라 몸을 쓰더라. 남자한테 주먹으로 맞은 느낌이었다. 잘 때린다고 하니까 김정은이 좋아하더라. 얼마 안 맞고 끝나서 다행이었다”고 받아쳐 웃음을 자아냈다.

허영만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지난 2007년, 300만 관객을 모은 영화〈식객〉의 후속작〈식객: 김치 전쟁〉은 극중 김정은과 진구의 한판 요리 대결이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전작의 인기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28일 개봉.

[최수아 기자]xowl2000@dailysun.co.kr

[사진 : 맹철영 기자] photo@dailysun.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