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오그라드는 닭살연기 이제 시작이죠”


배우 박진희가 ‘매력적인 싱글녀’로 등극했다. MBC 수목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서 구안괘서 연기에 실제 권투시합까지, 열정을 불사르는 연기 투혼을 선보이며 안방극장에 ‘여풍’을 선도하고 있는 것. 후반부로 갈수록 30대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과 위로를 이끌어내며 그 뒷심 또한 거세다. 그녀만의 통통 튀는 매력으로 2010년 새해 브라운관을 사로잡고 있는 그녀를 촬영현장에서 만나봤다.

“서로 공감대가 맞는다면 10살 연하도 상관없어요”

지난 2일 MBC 드라마 세트장에서 진행된 수목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박진희가 촬영 에피소드를 밝혔다.

극중 34세 노처녀 방송기자 ‘이신영’ 역을 맡은 그녀는 10살 연하의 천재작곡가 ‘하민재’(김범)와 알콩달콩 사랑 연기를 펼쳐 현재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사실 시놉시스 받았을 때 감독님께 굉장히 공감하기 어렵다고 했던 게 둘이 너무 나이 차가 많은 거였다. 다정(엄지원)이와 둘의 나이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도 있지만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조금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신영’이란 캐릭터를 통해 이성으로 컨트롤되지 않는 감정적인 부분이 있다는 사실에 공감을 하게 되었다고.

“5, 6부 찍으면서 느끼는 건 감정적인 부분은 이성으로 컨트롤 안 되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내가 이 사람이랑 열두 살 차이가 나서 사랑하게 된 게 아니라 사랑하는 대상이 열두 살 연하인 거니까 그건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서로 코드가 맞고 공감대가 비슷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10살 연하든, 연상이든 상관없다. 그런 사랑을 만날 기회는 많지 않겠지만 그 감정이 증폭되는 기회가 온다면 현실에서도 가능한 사랑이지 않을까”

특히, 실제 연하남 상대역인 김범에 대한 애정을 한껏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연하남인데다 아직 어리니깐 미리 겁먹었던 부분이 있었는데 어른스러운 면도 있고 남자 같은 면도 있어서 놀랐다. 마냥 아이일 줄 알았는데 오빠 같은 면도 있다. 그래서 항상 ‘나이를 속인 것 아니냐’고 물어봤다”

박진희와 김범의 극중 나이차는 열두 살. 앞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더 닭살스러워질 것이라고 그녀는 귀뜸한다.

“지금까지는 평범한 수준에 불과했다. 앞으로 나올 내용은 더할 것. 9회와 10회 대본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수위가 높아졌을지 나도 계속 기대된다”


구안괘사 연기에 작가도 감탄

그녀의 구안괘사 연기투혼은 요즘 또 하나의 화젯거리. 무엇보다 그녀가 직접 제작진에게 제안한 아이디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작품을 집필하고 있는 김인영 작가마저 감탄했다는 후문이다.

“휘파람을 불 수 있어야 완치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장면은 내가 직접 제작진에게 제안한 아이디어다. 직접 한의사를 만나 인터뷰하고 인터넷을 뒤지며 공부하던 중 휘파람 에피소드를 찾게 됐다”

그녀의 연기 열정이 빛나는 대목이다.

구안괘사는 찬 곳에 얼굴을 오래 대고 있으면 안면근육이 마비되는 증상으로, 극 중 ‘신영’은 밤새 편집실에서 편집하다 구안괘사에 걸린다.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연기는 여배우로서 표현하기가 선뜻 내키지 않을 법한 장면이지만 그녀는 리얼하게 소화해 내며 작품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그렇다보니 극중 인물에 대한 집중과 공감도도 그 어느 작품보다 남다르다.

“대사를 외우다보면 갑자기 감정에 젖어 눈물이 난다. 내가 늘 가지고 있었지만 부족한 어휘력 때문에 표현할 수 없었던 것들을 작가님이 그대로 글로 써 주신 느낌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로 임창정이 카메오로 출연했던 장면 뒤에 홀로 거리를 걸으며 했던 독백 대사를 꼽았다.

“실제로는 편집됐지만 큰 길을 홀로 걸으며 ‘같이 눈을 마주치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이야기하는 사람을 가질 수 없으면 그런 마음을 갖지 않는 이신영이 되게 해주세요’를 할 때는 마음이 짠했다”

한편, 30대의 일과 사랑,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공감있게 그려내고 있는 MBC 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수, 목 밤 10시에 방송된다.

[최수아 기자] xowl2000@dailysun.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