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읽는 힘이 그의 연출파워


이병훈(66)PD는 ‘사극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다. MBC대하사극〈조선왕조500〉시리즈를 통해 사극드라마의 장을 연 그는〈대장금〉〈이산〉〈허준〉등을 통해 사극 드라마에 드라마적 재미를 부각시켰다. 그런 그의 작품 속에는 자로 잰듯한 연출력과 역사를 꿰뚫어보는 놀랄만한 통찰력이 있었기에 시청자들에 관심을 끌었다. 그런 그가 MBC-TV새월화극〈동이〉를 통해 역사재해석에 나섰다. 재미와 감동, 그리고 역사적 사실이라는 사극드라마의 틀을 어떤 시각에서 깰 것인가에 세인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병훈 PD는 사극의 한류를 이끈 대한민국의 대표 PD다.

〈대장금〉〈이산〉〈허준〉등을 통해 사극드라마도 한류산업에 한 몫을 한다는 사실을 일깨어 줬다.〈대장금〉에선 한식을,〈허준〉에선 한방을,〈이산〉에선 역사를, 세계에 알리는데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이 PD가 새롭게 내놓은 작품은〈동이〉. 드라마〈동이〉는 천출에서 숙종의 후궁으로 발탁된 숙빈 최씨의 파란만장한 인생 유전을 극화한 작품이다. 조선 제21대 영조의 어머니가 바로 동이이다.

동이 역은 탤런트 한효주(23)가 맡아 열연한다.

이 PD는 “한효주씨는 젊지만 굉장히 카리스마가 있고 당찬 부분이 있다”면서 “현대물에 어울리는 얼굴이지만 사극 옷을 입고 사극 분장을 하면 신선한 느낌의 옛 여인으로 변장한다”고 평했다. 타이틀롤로 한효주를 발탁한 이유다.

드라마의 여성 파워는 이 PD가 유념하는 바다.〈대장금〉에서 이영애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그는 “드라마 주인공은 여성으로 해야 한다”면서 “시청률에 유리하고, 드라마 효과도 나고, 채널 선택권은 여자들이 쥐고 있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여인상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는 흐름도 간파하고 있다.

1930년대 소설인 채만식의 ‘탁류’, 박계주의 ‘순애보’ 속 여성 캐릭터는 당시 한국 여성상이었다. 남편에게 지극정성이고 복종적이며 소극적인 인물로 여성들이 존재했다.

이 PD는 “지금 시청자들에게 탁류, 순애보를 한다면 전부 욕하고 안 볼 것”이라며 “드라마를 기획할 때 여자 주인공을 절대로 순종적이거나 소극적이고 인내하는 여자로 하지 않는다. 젊은 사람들이 닮고 싶고 좋아하는 캐릭터를 만드는 게 드라마의 묘미이다”라고 말했다.

〈대장금〉,〈이산〉,〈동이〉가 일맥상통하는 것 역시 밝고 활달한 여성 캐릭터에 있다.

이 PD는 “대장금도 사랑보다 일을 우선시했고, 상도에도 장사꾼 여자 우두머리가 나왔고, 이산도 사랑보다 그림을 좋아했다”면서 “동이 역시 적극적인 여자로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극에서 여성 캐릭터들을 다루는 한계점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료에 있다.

그는 “여성들은 학자가 90%를 차지한다. 영조의 생모 동이 역시 기록을 찾기 어려웠다”면서 “사실은 숙빈 최씨가 밝고 명랑한지 모른다. 기록이 없으니까…. 양반의 기록만 있지 천민에 대한 기록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혀뒀다.

이 PD는 장희빈과 인현왕후의 대결에서 늘 뒷방 신세였던 동이를 새롭게 재해석했다.

그는 “흥부전을 뒤집으면 놀부전이 되는 것처럼, 늘 장희빈이 주인공이었는데 이번에는 조연으로 뒤집었다”는 설명이다. 그것이 드라마〈동이〉의 역발상이다.

육순을 훨씬 넘긴 그는 카메라 앞에만 서면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이 넘쳐난다. 그의 ‘레디~고’소리가 촬영장을 뜨겁게 달군다. 22일 첫 방송.

[박태정 기자] tjp79@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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