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꾼 쫓는 카리스마 ‘화제’


화제의 드라마 KBS 2TV〈추노〉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추노〉는 노비를 쫓는 추노꾼이라는 특이한 소재, 화려한 영상, 거친 액션 등으로 평균 시청률 30%를 기록, ‘명품 사극’으로 사극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특히나〈추노〉의 히로인 오지호(34)는 카리스마 연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코믹한 연기에서부터 멜로 연기까지 다양한 캐릭터의 역할을 소화해 온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 노비가 된 무관 ‘송태하’를 열연했다. 오지호로부터 그의 연기관을 들어봤다.

“시원하다.”

KBS 2TV 드라마〈추노〉의 종영을 맞이한 오지호의 소감이다.

기존의 출연작들과 달리 시원함을 느낀다. “내가 원했던 캐릭터였고 하고 싶은 것도 다 했다. 시청률도 좋았다”면서 “즐거움만이 느껴진다”며 만족을 드러냈다.

지난 3월 21일은 그의 마지막 녹화. “뭐가 더 있을 것 같은데 끝나니까 시원섭섭했다”며 “다들 뭉클해했다. 우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남자 배우들끼리 근육 경쟁이 치열했다. “8개월간 촬영 내내 경쟁했다”고 인정했다.

PD도 좋은 몸을 만들라고 주문했는데 시간이 없어 각자 차에 헬스기구를 갖고 다니며 운동했다는 것이다. 남들에게 보여주는 근육이 아니라 옷을 입었을 때 멋있게 보이는 근육을 원한다. 그래서 가슴 운동도 안 하고 팔 근육도 안 키우는 편이다. 배우는 멋있어야 한다는 지론이다.

‘국어책 연기’ 논란에 대해서는 “송태하 캐릭터의 답답함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송태하의 위치가 불분명했다는 것이다. “송태하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일단 석견을 구하니 그 외에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몰랐을 것”이라며 “그는 영웅이라기보다는 한낱 무관, 양반이었다”고 표현했다.

“평생 명령만 받아왔던 사람이었다. 나라를 뒤집을만한 어떤 큰 힘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며 “그런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 혜원(이다해)을 만나면서 변했다”고 설명했다. 부인도 구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나라를 구하느냐는 것이다. 결국, 청나라로 가지 않고 양반·노비 구분 없는 나라를 만들고 세상을 구해보겠다고 마음먹으며 성장한다.

송태하의 가장 큰 성공으로는 ‘콧수염’을 꼽았다.

오지호는 “처음에는 수염을 붙였는데 너무 정형화된 수염이라 안 어울렸다”며 “콧수염을 기르고 변화된 모습을 가지면서 연기도 자연스러워졌다. 송태하 역에는 콧수염 역할이 가장 컸다”고 대견스러워 했다.

추노의 인기비결로는 탄탄한 극본, 비주얼, 조연들의 연기력을 열거했다. 특히, ‘천지호’ 성동일(43)에 게 “깜짝 놀랐다. 연기를 막 하는데, 그게 다 계산된 것이었다. 이렇게까지 천지호 캐릭터를 소화할 줄 몰랐다”며 “동일이 형이 저렇게까지 잘했었나”고 거듭 놀라움을 나타냈다.

남자들이 추노에 열광하는 이유는 “남자라면 누구나 의리 있고 남자가 봐서 멋있는, 그런 것을 추구한다. 추노에는 남자들이 동경했던 모습이 많았다”며 “여자들도 진정한 사내의 냄새가 나는 부분이 있어 좋아해 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멜로의 무리수, 제주도 키스신 등에 대한 비난 여론은 수용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했던 것 아닌가”라는 반문이다. 처음엔 백성을 아끼는 마음에서 혜원을 보호했지만 혜원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는 것이다. “석견의 곁에는 믿을만한 사람, 한섬(조진웅)이 있었지 않나. 부인이 될 사람을 맞으러 간 것”이라며 “그림 자체가 상반되다보니 부정적인 얘기가 나온 것 같다. 죄송하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차기작에 대해서는 “송태하를 꼭 다시 맡고 싶다”며 종영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신, 다음에는 쫓기는 것 말고 쫓는 역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쫓기는 것은 너무 힘들었다”며 웃었다.

송태하가 죽지 않는 것에 아쉬움이 남아있긴 하다. “남자 배우는 이런 스타일(대길, 송태하)의 역할을 하면 죽고 싶다. 마지막에 큰 힘을 다하고 죽고 싶은 것이다. 나는 대의명분을 갖고 있지만 대길이는 갖고 있는 것이 없었다”며 “추노질도 끝났고 언년이도 내게 왔다. 마지막 남은 것은 황철웅(이종혁) 뿐인데 대결 속에서 죽음을 맞는다”며 대길의 죽음을 알렸다.

가장 멋있는 장면으로는 대길과의 갈대밭 신을 손꼽았다.

오지호는 “아직 방송 안 된 장면인데 두 남자가 갈대밭을 뛰다가 서로 보면서 씩 웃는 장면이 있다”며 “마지막에 나올 장면인데, 마치 드라마 전체가 이 장면을 위해 진행돼 왔던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송태하 역을 맡았던 것은 정말 나에게 복이었다. 앞으로 추노 같은 드라마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관심을 많이 받는 시기라 추노가 끝나고 나니 앞으로 뭘 해야 할지 고민스럽고 다음 작품을 선택하기 힘들다. 개인적으로 휴식기를 좀 가질 생각”이라고 전했다.

[뉴시스=이현주 기자] lovelypsych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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