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가는 날 하늘도 울었다”


지난 6월 30일 오전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한류스타’ 박용하 가 사업과 연예활동을 병행하면서 생긴 외로움과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됐다. 갑작스러운 비보를 접한 연예인들이 잇따라 그의 빈소를 찾아 애도했고, 일본의 팬들도 큰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 7월 2일, 발인식은 불교장으로 치러졌으며 별이 되어 하늘로 가는 그의 마지막 가는 길에 하늘도 슬피 울었다. 하염없이 장대같은 빗줄기가 쏟아져 내려 애처로움마저 더했다.

지난 6월 30일 오전 한류스타 박용하가 목을 맨 채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29일 밤 매니저 이 모(29·여)씨와 지인 안 모 씨를 만나 밤늦게까지 술을 마신 뒤 헤어졌다. 그리고 다음날인 30일 오전 0시 10분께 술에 취해 집에 들어왔다.

귀가 직후 암투병 중인 부친에게 그는 “미안해, 미안해”라며 울먹이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행동이었다.

경찰은 시신의 상태를 토대로 그의 사망시각을 30일 오전 4시~5시 30분으로 추정했다. 평소 강해보이지만 외로움을 많이 탄 것으로 알려진 그는 집에 돌아온 0시 10분께부터 사망시각까지 4~5시간을 혼자서 많은 고민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매니저 이씨 등 지인들은 “박용하가 평소 아버지의 암 투병으로 고민이 많았다. 연예활동과 사업을 병행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가족들이 원치 않아 부검은 하지 않기로 했다.


대한민국 연예스타 모두 애도

지난 7월 2일.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불교식으로 발인식이 치러졌다. 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려는 취재진들과 일본 팬들이 모여들었다.

화장터로 향하는 그의 일행들은 일제히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화장터 들어서는 입구, 생전에 각별한 친구 사이를 자랑했던 소지섭이 박용하의 영정사진을 들고 앞장섰다. 그는 친구 박용하의 사망 소식을 듣고 한 걸음에 달려와 3일 밤낮을 빈소를 지켰으며 부쩍 수척해진 모습과 슬픔에 가득 찬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 뒤를 이어 김원준, 박광현, 김형준, 박효신, 이루 등이 운구를 들고 뒤따랐다. 김형준, 손지창, 김민종, 김현주, 박희순, 김무열, 박시연 등 많은 동료들이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했다. 그가 가는 날 하늘도 울었다. 하늘은 하염없이 빗줄기를 쏟아냈다.

박용하는 연예계에서도 소문난 마당발이었다. 빈소가 차려진 반포동 서울성모병원에는 수 많은 연예인들이 다녀갔다.

배용준, 최지우, 유진, 윤은혜, 이범수, 박시연, 김하늘, 이병헌, 송승헌, 정일우, 정준하), 강원래·김송 부부, 김민종, 강타, 서인국, 홍지민, 홍석천, 정은아 등이 빈소를 찾아 애도했다.


일본팬들 ‘충격’

일본 팬들도 박용하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지난 1일 산케이스포츠 신문 인터넷판에 따르면, K팝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대형 레코드점 체인인 타워레코드 도쿄와 신주쿠, 시부야 등지의 지점은 전날 오전부터 박용하 추모코너를 따로 마련했다.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기 위해 많은 일본 팬들이 한국을 찾았다. 7월 2일, 화장터로 향하는 운구차량이 들어오기 전부터 ‘박용하’라는 이름이 새겨진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던 그들은 박용하의 영정사진을 보자마자 ‘용하’를 위치며 큰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박용하의 사망 소식을 듣고 한국으로 향했다는 한 일본 여성 팬은 “일본 친구의 전화가 와 그의 죽음을 알았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눈물이 났고 정신이 없었다. 지금도 믿어지지가 않는다”며 박용하와 함께 찍은 미니 사진첩을 보여주었다. 이어 그는 “이제는 편하게 계셨으며 좋겠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KBS 2TV 드라마 ‘겨울연가’(2002)로 스타덤에 오른 박용하는 일본에서 여러 장의 음반을 발표했다. 2004년 11월 싱글 ‘가지마세요’로 한국 남자가수 최초로 오리콘 차트 10위권에 랭크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미니앨범 ‘원스 인 어 서머’는 오리콘 데일리 차트 6위, 위클리 차트 14위에 오르며 가수 박용하의 저력을 확인했다.


이광필 “자살하기 전에 상담부터 합시다”

최진실·진영 남매의 자살에 이은 박용하 자살까지 연예인 자살이 연이어 발생하자 연예계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가수 겸 생명운동가 이광필(48)은 “기획사에서 소속 연예인의 정신건강을 위한 전문가 상담 기회를 정기적으로 만들어 스트레스나 욕구 불만 등을 해결할 수 있게 해준다면 자살 예방은 물론 도박, 폭력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일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연예인은 대중 앞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 못잖게 스트레스와 정신적 외로움이 클 수 밖에 없다”며 “대중은 연예인이 특별 대우를 받는다고 부러워하겠지만 연예인 스스로는 목욕탕에 마음대로 갈 수도 없고,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연예인이기 때문에 참아야 하는 등 남모를 고통을 겪는다”고 전했다. 이씨는 연예기획사 부사장 출신으로 지난 2004년 음반 ‘백야’로 데뷔했다.

이씨는 연예인의 잇따른 자살에 충격을 받아 지난해 8월 ‘한국 연예인 자살 예방 콜센터’(02-333-3049:삶삶삶은 참고살구)와 인터넷 카페 ‘생명을 구하라’(http://cafe.d aum.net/lifesaver, http://cafe.naver.co m/entersaver)’를 개설해 자살예방을 위한 상담을 하고 있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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