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태적 성 모럴 통해 여성의 자유 찾다”

스페인 최고 성애 영화 고전으로 꼽히는 ‘세뇨라(La Senyora)’가 23년 만에 무삭제 원본으로 공개된다.‘정열의 나라’ 스페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불행한 중년 여성과 정열이 넘치는 연하의 남성 간에 불꽃 튀는 사랑이 또 한번 스크린을 농염하게 녹일 전망. 국내 개봉된 1987년 당시 노골적인 성애장면이 공연윤리위원회에 문제가 되어 ‘가위질’(삭제)을 당한 바 있다. 이번 개봉된 영화는 원본 그대로이다. 스페인 영화를 좋아하는 마니아들과 성인영화 팬들에겐 ‘세뇨라’가 색다른 경험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스페인 최고의 성애영화 ‘세뇨라(La Senyora)’가 23년 만에 무삭제로 재개봉 된다.

1997년 국내 개봉 당시, 파격적인 성 모럴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며, 흥행에 크게 성공한 바 있다. 당시 공연윤리위원회는 스크린을 가득 메운 ‘스페인의 요정’으로 불리는 여배우 실비아 트로토샤와 남자배우 루이스 메롤로의 거침없는 성 터치에 제동을 걸었다. 일부 장면을 삭제한 뒤 심의에 통과해 일반에 공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적 정사장면 묘사는 당시 관객들에겐 호기심과 화제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23세의 아름다운 처녀 테레사(실비아 토르토사)는 부모의 강요로 변태적인 갑부 니콜라우스(헤르만 본토니)와 결혼한다. 남편은 결벽증을 가지고 있어 직접적인 관계를 피하고, 깃털이 달린 부채로 자위행위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변태성욕자였다.

그녀가 40세의 중년으로 접어들었을 때에 남편이 죽고 전 재산을 상속받게 된다. 테레사는 과거의 굴레를 제거하는 의미에서 재산을 친지들과 하인들에게 공평하게 분배한다. 그리고 깐데스북의 영토만을 소유한 채 그곳에서 여생을 보내려한다. 하지만 그녀의 삶을 이해해주던 조카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진다.

이때 연하의 젊은남자 라파엘로(루이스 메롤로)가 연정을 품고 다가온다. 테레사는 과거 남편의 변태적 성적 행동을 닮아가며 라파엘로에게서 자신의 젊음을 보상받으려 한다. 그러나 라파엘로에게는 약혼자가 있다. 테레사는 라파엘로가 떠나지 못하게 상속권을 줄 것을 약속한다. 중년의 여성과 젊은 남성의 사랑에 결말은 ‘세뇨라’가 남겨둔 숙제이다. 이것이 바로 ‘세뇨라’의 줄거리.

안토니 무스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당시 스페인 최고의 여배우인 실비아 토로토사가 각본을 쓰고, 주연과 제작을 맡았다. 88년 ‘카랄단’스페인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만큼 작품성도 빼어난 수작이다.

작품성과 외설성에서 논란이 된 ‘세뇨라’는 미국영화에서 볼 수 있는 노골적인 정사장면을 피하면서, 고도의 카메라 테크닉과 배우들의 농염한 연기로 성애영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영화 속 자위장면 소설의 소재로 등장

‘세뇨라’에 등장하는 노골적 성애 장면은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광마일기’ 등을 써서 논란이 됐던 마광수 교수의 단편 ‘어느 여대생의 자위행위’에 소재가 되기도 했다.

“마음이 답답할 때는 그저 마스터베이션과 함께 환상에 빠져드는 것이 제일이었다. 마스터베이션은 내게 황홀한 나르시시즘을 선물해주기 때문에 더욱 좋았다. 마스터베이션을 하고 싶어질 때면 온몸에 미열이 느껴지면서 다리가 여럿 달린 유충이 내 몸뚱아리 위를 스멀스멀 기어 다니며 몸안 구석구석의 작은 세포들까지 자극하는 것 같은 느낌이 왔다. 특히나 외로움을 더 타게 되는 토요일 오후 같은 때가 되면, 나는 벌거벗은 채로 침대 위에 드러누워 좀더 멋진 엑스터시를 만들어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발가벗은 내 몸을 검게, 붉게, 그리고 투명하게 비추어댄다. 얇은 솜이불이 주는 나른한 촉감을 더욱 배가시켜주는 눈부시도록 밝은 햇살은, 내 몸 구석구석의 작은 털 하나하나까지 바싹 달라붙게 만들면서 들춰진 이불 사이로 집요하게 파고든다. 하지만 내 은밀한 그곳은 햇빛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축축한 습기로 젖어 있다. 나는 눈을 감고서 어떤 풍경 하나를 상상해보려고 애를 쓴다. 상상속의 화면에서는 한 아름다운 중년부인이 두 다리를 활짝 벌린 채 독수리의 검은 깃털로 자신의 그곳을 부채질하듯 털어내듯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자극하고 있다. 아아, 세뇨라…! 불행한 결혼을 한 여자가 그녀의 욕정을 못 이겨 자위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세뇨라’는 내가 얼마전에 본 외국영화의 여주인공 이름이었다.) ” (마광수 교수의 ‘어느 여대생의 자위행위’중에서 발췌)

영화 ‘세뇨라’에서 불행한 결혼을 한 여자가 욕정에 못 이겨 깃털로 자위를 하는 문제의 그 장면. 이 장면을 통해 마 교수는 단편 ‘어느 여대생의 자위행위’에 모티브를 딴 것이다.

‘세뇨라’는 스페인어로 여성을 말한다. 이 영화의 제목이 ‘라 세뇨라’라는 것은 부인을 말한다. ‘세뇨라’는 우리나라의 ‘애마부인’ ‘자유부인’유형의 영화인 셈이다. 스토리텔링도 유사하다. 불행한 결혼생활, 권태를 느낀 중년 여성이 일탈을 통해 성의 자유를 되찾는다는 줄거리이다. 다만 다른 것은 영화의 완성도와 배경, 그리고 배우들에 섬세한 연기력이 다를 뿐이다.

23년 전 공연윤리위원회의 심의로 ‘가위질’(삭제)된 미공개 된 부분을 담은 무삭제판 ‘세뇨라’가 9월 개봉을 앞두고 정열의 스페인 영화를 좋아하는 성인관객들은 벌써부터 높은 관심을 쏟아내고 있다.


‘세뇨라’는 여성지칭, 애마부인 등과 일맥상통

올드 영화팬 A씨는 “23년 개봉된 ‘세뇨라’가 무삭제 원본상태로 재개봉된다고 하니 가슴이 설레인다. 당시 스크린 속에 등장한 실비아 토로토시의 연기에 폭 빠진 적 있다. 그녀 생각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아직도 그녀의 대사가 기억난다. ‘둘이 있을 땐 날 부인이라 부르지 말아요’ ‘나를 떠나지 마, 라파엘’ 등이다. ‘정열의 나라’ 스페인에 문화와 예술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태정 기자] tjp79@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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