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tvN 드라마 ‘미생’을 통해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배우 강하늘(본명 김하늘)이 다양한 작품으로 도전장을 내밀며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큰 박수를 받았던 영화 ‘동주’를 통해 다시금 연기파 배우로서의 위상을 확인한 그는 또 다시 영화 ‘재심’을 통해 울림 있는 연기로 돌아왔다. 연기자의 삶을 즐기기 위해 모든 열정을 쏟아 붇고 있는 강하늘의 매력을 만나봤다.
 
영화 ‘재심’을 통해 동네 양아치의 모습으로 파격 변신한 강하늘은 지난 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일요서울]을 만나 개봉 소감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객관적으로 볼 수는 없다. 아쉬운 부분만 보이고 조금만 더 고민하면 잘 할 수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으로 말문을 연 그는 ”개인적으로 모든 작품을 대할 때 이 역할은 좀 차가운 역할이니 다음에는 따뜻한 역할을 맡아야지 하는 식으로 작품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하늘은 이번 작품에서 억울한 살인누명을 뒤집어쓴 동네 양아치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소화해 내면서 그간의 모범생 이미지를 탈피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시나리오에서 그런 모습을 원해서 그렇게 표현했다. 이런 작품도 주셨으니깐 부담이나 걱정은 없었다”며 “그 안에서 제가 본 것만 표현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하늘이 이번 작품을 선택하기 까지는 개인적인 관심이 크게 작용했다. 소재가 된 실제 사건에 관심이 컸었다며 “한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데 언론시사회 때 ‘같이 분노했던 시청자였다’고 표현한 건 편한 단어로 드러낸 것뿐이다. 해당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이유는 궁금증을 준다. 프로그램이 조금 일방통행이다. 그런 점에서 정보를 접한 뒤 사건을 찾아보는데 특히 그 사건을 관심을 갖고 깊게 들여봤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개인적 관심은 시나리오를 받으면서 흥미로 다가왔다. 그는 “그 사건을 소재로 한 것이어서 대본을 열기 전부터 긍정적인 작품이었다. 왠지 나랑 만나야 될 것 같았다”며 당시 설렘을 전하기도 했다.
 

이 때문일까 강하늘이 이번 작품에 쏟은 애정은 매우 컸다. 영화 속 사투리에서부터 캐릭터를 형상화하는 세밀한 부분까지 일일이 공을 들었다.
 
특히 부산출신인 그가 전라도 사투리를 소화하기까지는 쉽지 않았을 부분이지만 무엇보다 캐릭터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기에 주력했다.
 
강하늘은 “(사투리는)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표현하고자 했던 외형적인 부분은 1차원 적인 모습이다. 그게 어렵지는 않다”면서 “더 고민스러웠던 건 (현우가) 왜 이런 행동을 하고 당위성을 가져야 하는 심리 상태인지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더욱이 그는 그간 많은 작품에서 등장한 천편일률적인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다른 욕심보다는 그냥 착하기만 한 인물이 억울해 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면서 “대본 자체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런 애라면 저런 행동을 할 수 있겠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그는 머리에 브릿지도 넣었고 겉모습도 좀 헐렁하고 껄렁껄렁하게 표현했다.
 
실화 작품을 3번째 하고 있는 강하늘은 “실화라고 하는 것은 어떤 종류의 함정을 같이 갖고 있다. 제가 느끼기에 실화를 실화로 둬야 하는 것 같다. 표현하는 것은 시나리오만을 전제로 해야 한다. 또 사건을 진짜라고 믿어야지 극화하는 믿음이 있다”며 “처음에 사진을 보여주셨을 때부터 물리적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 뿜어져 나오는 느낌 자체가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었다”면서 “실제와 달리 날카로운 느낌이길 바래 오히려 살을 뺐다”고 회상했다.
 
실제 인물을 만났는지 묻자 그는 “그분을 실제 만났을 때는 오히려 이 사건이나 당시에 대해 안 꺼내려고 노력했다. 그분이 그냥 살아 온 세월에 대해 마치 아는 것처럼 얘기한 다는 것이 주제 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깊은 상처가 있을 텐데 무의식적으로 건드리게 될까봐 일상적인 대화만 했다”고 털어놨다.
 

이번 작품에서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의 호흡에 대해 궁금해 하자 강하늘은 우선 배우 정우에 대해 “정우 형이랑 저랑 9~10살 차이가 난다 그런 선배님이 나름 편하게 대해주시는 건 형이 잘 대해 주시는 것”이라며 “형이 먼저 다가와 주시고 이런 저런 얘기도 꺼내주셨다”며 벌써 두 작품을 함께한 만큼 찰떡궁합임을 전했다.
 
또 극중 아들을 믿어주는 엄마 역을 소화했던 배우 김해숙에 대해서는 “과거 박정자 선생님하고도 연기를 했었는데 (김해숙) 선생님하고도 연기를 하면서 그냥 같이 해보면 왜 선생님인지 알겠다”며 “선생님이 전체를 아우르는 느낌이 있다. 현장에서도 되게 위트있고 편하게 해주는 느낌, 연기에서도 상대를 편하게 해주시는 것을 느끼며 그저 따라 가기만 했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특히 이전 작품인 ‘동주’를 통해 두 사람은 특별한 추억이 남아 있었다. 강하늘에 따르면 배우 김해숙은 ‘동주’ VIP시사회 직후 의자 뒤로 돌아보면서 강하늘의 나이를 물었고 그가 28이라고 하자 “너무 잘 봤다. 눈물 흘리면서 인생의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다”고 극찬한 바 있다.
 
이에 강하늘은 “‘동주’ 이후에도 ‘재심’에서 만나 믿어주셔서 선생님께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김해숙의 칭찬은 자극제이자 힘이 됐다.
 
더욱이 그는 “저는 스스로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저를 만나는 사람은 웃었으면 좋겠고 즐거워했으면 좋겠기에 사람들이 착한 이미지로 봐주시는데 그런 면에서 감사하지만 그런 것들과 연결되서 한 번도 착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정의했다.
 
이 같은 정의에 대해 그는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 것 같다’는 말로 대신해 과대평가되는 부분에 대해 경계하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늘 스스로를 경계하는 강하늘은 자신의 외모에 대해 그저 평범할 뿐이라며 “어릴 때부터 느낀 것인데 외모적 강정은 진짜 조각처럼 잘 생긴 것도 아니고 보기 싫은 것도 아니다. 보기 편한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면 되지 않냐”고 말해 외모와 상관없이 주어진 배역에 집중하는 연기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연기 열정 덕에 그는 맞는 장면 조차 몸을 사리지 않았다. 실제 이번 작품에서 나오는 맡는 장면에 대해 “보신 분들이 오해하는 게 사실감 넘치게 맞았다는 것인데 그게 아니고 진짜로 맞았다”며 “(한)재영이 형이랑 친해서 맞는 장면은 실제로 맞으려고 했다. 때리는 분의 연기도 생각해 ‘실제 가시죠’라고 제안했고 동의하셔서 거의 맞는 컷을 한 번에 끝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강하늘은 악역을 맡은 한재영에 대해 “형이 찰 지게 때리신다”고 치켜세워 웃음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 피해자보다는 변호사 역할에 욕심이 나지 않았는지 묻자 그의 대답은 명쾌했다.
 
강하늘은 “제 코가 석자라서 다른 역할이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다른 역할에 대해 생각을 잘 하지 않는다”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또 부연설명으로 “보통 해보고 싶은 역할이라고 말하는 건 답변을 위해서 만드는 말인 것 같다. 좋은 작품이면 무엇이든 상관은 없을 듯 하다”면서도 “요즘 제 나이 때의 아빠 역할을 해보고 싶다”며 바람을 전했다.
 
앞으로의 연기활동에 대해 강하늘은 “꼭 도전하고 싶은 장르나 역할이 있다기보다 지금은 대본이 좋아서 선택을 한다. 또 안 쉬고 계속 해야지 하는 것도 아니다. 인생사는 모토가 흘러흘러 산다인데 좋은 대본이 들어와서 바쁘지만 작품 욕심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그의 꾸준한 작품 활동은 스코어에 신경을 안 쓰는 것도 한몫한다 “시청률이 낮거나 높거나, 흥행이 되던 안 되던 소수든 다수든 그것을 본 사람들에게 창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끄럽지 않으면 좋겠다”며 “그분들이 하루에 2시간가량을 투자하는 것이다. 그게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하늘은 “흥행이 되면 좋겠다. 손익분기점을 넘으면 좋지 않겠냐”며 슬픈 사람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연기 열정에도 때론 아픈 손가락이 남아 있다. 연기로 큰 호평을 받았던 ‘동주’가 강하늘에게는 고통이었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동주 촬영이었다. 수면유도제를 먹고 살았을 정도인데 내가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게 오케이가 떨어지면 그 장면은 내 인생에서 지워지지 않는다”며 “부담스러웟던 것은 내 행동과 표정이 윤동주를 대변하게 된다는 것. 그것이 부담스러웠다. 나의 연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것 같아 부담을 느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주’는 그에게 특별한 의미로 자리 잡고 있었다. “제가 집에서 딱 한 번 더 봤다. 작품을 보기 싫어서가 아니라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라서 보기가 겁난다.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강하늘은 “(‘동주’를) DVD 진열장 앞에 세워놨는데 접근하기 쉽지 않다. 슬럼프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데 ‘동주’를 끝내고 나서 심각한 고민을 했었다. 연기자가 내 길이 아닌 것 같다. 내가 이 힘든 것을 담아낼 그릇이 될까.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 정답이 없는 행위를 왜 이렇게 허우적 되고 있지라고 의문이 들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 같은 스스로의 질문에 그는 명상을 통해 답을 갈구 있다며 “특정 종교는 없는데 마음의 평안을 찾고자 해서 명상을 시작했다. 많이 편안해지고 깨달은 게 많다. 다시 산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기분전환이 됐다”고 소개했다.
 
명상 덕분일까 강하늘의 표정은 인터뷰 내내 여유로웠다. 그는 “즐기면서 하려고 노력한다. 현장에서 즐기고 재미있어야 하는 스타일이다. 깊은 감정연기라도 재미있으면 집중하기도 편하다. 이번 촬영에서도 조명 감독님과 촬영 감독님께 물어보고 다시 연기에 들어 가는 등 다 같이 함께 한다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그 감정 때문에 힘들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특히 강하늘이 이번 촬영을 통해 배우 정우와의 추억을 되살려냈다. 그는 “정우 형을 다시 좋아하게 됐던 때를 기억하게 됐다. ‘쎄씨봉’ 때도 팬으로서 고백했는데 이후 친해지면서 친한 형이 됐다. 너무 친해지다 보니깐 의미가 퇴색했었다. 하지만 연기 하다 보니 이래서 좋아했었구나 다시 한 번 돼세기게 됐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다.
 
강하늘의 애정은 정우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장에서 딱 한번 맞추진 이동휘와도 막역한 사이임을 과시했다.
 
이와 더블어 과거 ‘스물’이라는 작품을 통해 친해진 김우진과 준호와의 우정도 드러내 부러움을 한몸에 샀다. 연예계 마당발 아니냐는 질문에 손사례를 치며 “고마운 것은 외국 프로모션하러 갔을 때 우빈이랑 준호가 셀카로 찍어서 보내줬던 것이 잊혀지지 않는다”며 두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 뿐만 아니라 강하늘은 대학 동기들과 여전히 스터디 모임을 유지하며 영화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오디션을 보러 다녔으니깐 큰 팁은 못 주지만 내가 봐왔던 오디션의 모습들을 설명해주기도 한다”면서도 “하지만 제가 제대로된 설계도를 갖고 사는 사람이 아니다. 여기저기 군데군데 두꺼비 집을 쌓고 있는 기분이다. 오히려 그게 편하다. 밟아서 무너지면 다시 쌓으면 된다”고 열정을 드러냈다.
 

끝으로 강하늘은 “영화 ‘재심’을 보는 관객들에게 두 시간이 아깝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뭘 느끼시든지 아깝지 않은 시간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그는 자신에 대해 “그냥 부담스럽지 않은 사람이면 좋겠다. 감사하게도 솔직히 말해 대표작 없는 사람이고 싶다. 그냥 강하늘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열심히 하겠지만 후회하지 않을 두꺼비 집을 지어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영화 ‘재심’은 한탕을 바라보다가 추락한 변호사 ‘준영’이 대형 로펌에 들어가기 위해 봉사활동에 나서게 되고 우연히 살인범으로 징역을 살고 나온 ‘현우’의 사건을 맞게 되면서 억울한 누명을 벗어나가는 과정을 울림있게 담아냈다. 지난 15일 개봉.

<사진제공=오퍼스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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