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통해 임도 보고 뽕도 따고

최수종·하희라(맨 왼쪽) 장동건·고소영(가운데) 차인표·신애라

연예인들의 결혼소식이 끊이지 않게 들린다. 오는 3월 25일 연예계 소문난 마당발 정준호가 이하정 MBC아나운서와 화촉을 밝힌다. 같은 달 3월 11일에는 배우 이천희-전혜진 커플이 백년가약을 맺는다. 이 두 커플과 같이 요즘 결혼을 발표하는 연예인들의 대다수 배우자들은 연예 업계 종사자들이 많다. 특히 이천희-전혜진 커플과 같이 배우-배우 커플들의 결혼은 팬들에게는 익숙한 일이 돼버린 듯하다. 연예인 커플의 결혼에 대해 알아본다.

스타부부의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신성일-엄앵란 부부다. 영화 ‘맨발의 청춘’과 ‘동백아가씨’ 등의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1964년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부부의 연을 맺었다. 당시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을 담은 잡지와 신문은 동이 날 정도로 인기였고, 충무로에서 영향력이 다소 주춤하던 신성일은 엄앵란과의 결혼으로 다시 한 번 대중들의 높은 관심을 받으며 70년대 중반까지 톱스타로 롱런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유동근-전인화, 남일우-김용림 부부도 유명하다. 남일우-김용림 부부의 아들 남성진은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만난 김지영과 결혼해 ‘2대 연기자 커플’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90년대 물꼬 튼 스타부부

1993년 최수종-하희라의 결혼을 시작으로 차인표-신애라, 이재룡-유호정, 손지창-오연수 등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선남선녀 스타들이 잇따라 짝을 맺어 눈길을 끌었다.

특히 21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스타 커플의 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권상우-손태영, 장동건-고소영, 김승우-김남주 등의 커플의 결혼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 만큼 큰 이슈가 됐다.

이렇게 연예인 부부가 늘어나는 이유로는 직업의 특수성 때문에 같은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더 많은 이해와 내조를 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바탕이 된 까닭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예 업계의 특성을 이해 못하는 일반인들과 결혼했던 선배 여배우들이 성격차이를 이유로 이혼을 한 여러 사례를 봐서 그런지 요즘 여배우들은 현명하게 동종 업종에 종사하는 남성을 배우자감으로 선택 한다”고 말했다.

결혼 이후 연예계 복귀도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 예전 같으면 하희라, 오연수처럼 여성 스타들이 결혼 후 한동안 활동을 접고 가정을 돌보는 데 주력하다 몇 년 뒤 활동을 재개했다면, 최근에는 김지영, 손태영, 정혜영 등처럼 임신과 출산 직후 해를 넘기지 않고 컴백해 공백기를 최소화하고 있다.


작품 속 커플이 현실로

그렇다면 이들은 과연 어디서 만나 사랑을 키운 것일까. 일반인들이 직장생활을 하다가 ‘사내커플’을 이루듯 적잖은 스타들도 같은 드라마나 프로그램에서 만나 연인으로 발전, 결혼에 골인해왔다.

연예인 커플 중에는 이처럼 영화나 드라마 속 연인이 실제 커플로 이어진 경우가 유독 많다. 준비기간까지 짧게는 4개월, 길게는 1년까지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자연스럽게 친밀해지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연인으로 등장할 경우 두 사람은 더욱 친밀한 관계를 이어가다 감정이 무르익어 웨딩마치를 울린 경우가 많다. 최근 KBS 2TV ‘프레지던트’에 동반출연중인 최수종-하희라 부부는 1990년 영화 ‘있잖아요 비밀이에요’를 통해 처음 만났다.

이재룡-유호정 부부는 1991년 드라마 ‘옛날의 금잔디’에 함께 출연한 인연으로 결혼까지 갔다. 초·중학교 선후배 사이인 손지창-오연수 부부는 1993년 드라마 ‘일요일은 참으세요’를 통해, 또 다른 톱스타 부부인 차인표-신애라 역시 1994년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에서 처음 만났다.

김호진-김지호(‘사랑은 아무나 하나’), 유준상-홍은희(MBC 베스트극장), 연정훈-한가인(‘노란손수건’), 박성웅-신은정(‘태왕사신기’) 등도 그렇다.

최근에는 고소영-장동건 부부가 영화 ‘연풍연가’를 통해 맺은 인연으로 결혼에 골인해 큰 화제를 모았다. 윤태영-임유진 부부도 2003년 드라마 ‘저 푸른 초원 위에’에서 친남매로 출연한 것이 인연이 돼 교제를 시작, 2007년 화촉을 밝혔다.

가수 커플인 이무송-노사연 부부는 MBC 라디오 ‘이무송 노사연의 특급작전’에서 DJ로 만났고. 최양락-팽현숙, 김학래-임미숙, 박준형-김지혜 커플은 개그맨 공채 선후배 출신으로 같은 코너에 출연하며 자연스럽게 눈이 맞은 경우이다.


배우 커플은 잉꼬부부

배우-배우 커플 중 잉꼬부부가 많다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최수종-하희라 부부는 대표적인 연예계 잉꼬부부이고 차인표-신애라, 손지창-오연수, 이재룡-유호정도 마찬가지다.

유호정은 SBS드라마 ‘사랑은 아무나 하나’의 제작발표회에서 “이재룡과는 SBS일산제작센터 세트에서 자주 만난다. 자주 촬영장에 찾아와 격려를 해준다”고 밝힌 바 있다.

출산 후 바로 처녀 시절 몸매로 돌아와 많은 여성들의 부러움을 산 손태영도 SBS 일일드라마 ‘두아내’ 제작발표회에서 “요즘 집에서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서로 일찍 끝나는 날이면 아들과 세 식구가 노는 것이 낙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잉꼬부부의 면모를 보여줬다.

한 연예 관계자는 “배우 커플은 부부가 된 이후에도 서로의 일에 대해 잘 이해하기 때문에 사이가 좋을 수밖에 없다. 일하는 방식이나 연기에 대해서도 서로 힘이 되는 부분도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슷한 시기인 90년대에 결혼한 최수종-하희라, 차인표-신애라, 손지창-오연수, 이재룡-유호정 커플은 부부애뿐만 아니라 돈독한 우정을 과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들은 강남구 청담동 일대에 터를 꾸리며 가족 간의 왕래도 활발하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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