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씹어 생각해도 재미난 개그가 질 좋은 ‘GAG’

최효종 - 김원효

톱스타 없이도 주말 시청률 최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개그 프로그램 KBS ‘개그 콘서트’가 ‘대세’ 개그맨들 덕분에 꾸준히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 개그 콘서트는 스타 인기에 의존하는 일반 예능 프로그램과 분명한 차별을 두고 있다. 짧지만 알차고 짙은 유머로 눈높이가 올라간 시청자들마저 사로잡고 있는 것. 이들은 몸개그와 가벼운 유행어 제조에서부터 벗어나 풍자, 기발한 상상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시청자들은 현실이 반영된 개그콘서트의 촌철살인 개그에 뜨거운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개그콘서트가 전하는 메시지는 일상적인 연예, 직장생활에서부터 사회 이슈까지 다양하다. 개그콘서트 코드를 바꾼 일등공신들이 있다. 최효종(26), 김원효(31)이다.

최근 개그콘서트 멤버 중 가장 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개그맨은 최효종이다. 그는 히트 코너 ‘애정남’, ‘사마귀 유치원’을 이끌고 있다. ‘애정남’은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의 준말로 기준이 모호한 생활 속 상황들을 정해주고 정리해준다. ‘사마귀 유치원’ 또한 생활 속에서 접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광경을 풍자적인 요소를 가미해 전하고 있다.

지난 10월 23일 ‘애정남’ 10회에서 최효종은 친한 친구와 친하지 않은 친구 사이의 기준을 제시했다.

이날 방송에서 최효종은 “친구 집에 놀러가서 냉장고를 열어 요플레 같은 음식을 마음대로 꺼내먹을 때”를 친한 친구의 기준으로 정했다. 이어 “마음대로 먹는데 친구가 ‘너 왜 먹어?’라고 말하면 그 친구는 나를 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다”라고 말했다. 친한 친구를 구별하는 다른 기준으로 최효종은 “여성의 경우 화장실에 같이 들어갔을 때 물을 내리면서 볼 일을 보면 아직 보여 줄 준비가 안된 것이므로 친한 사이라고 볼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사마귀 유치원’ 6회에서는 결혼문화에 대한 일침을 가했다. 최효종은 “결혼의 세 가지 조건은 믿음과 사랑 그리고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할 수 있는 스펙”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결혼정보업체로 완벽한 이성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가족이 고위 공무원, 장관, 차관이거나 대기업 임원, 은행장, 재산이 20억 원만 넘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호텔 결혼에 대해서는 “친구 한 명이 축의금 20만원 씩만 내준다면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다”면서 결혼문화를 비꼬았다.


PD도 최효종 에이스로 꼽아

대중들은 최효종이 어느 순간 떠오른 개그 스타처럼 보이지만 벌써 KBS 5년차 개그맨이다. 그는 개그콘서트의 단역은 물론 ‘독한 것들’, ‘남성인권보장위원회’, ‘트렌드 쇼’ 등 유명 코너에서도 메인 멤버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최효종 자신의 말대로 평범한 외모와 목소리, 성격 때문에 큰 인상을 심어주지는 못했다.

이제 대중들은 최효종을 유행어 제조기로 여기고 있고 많은 언론은 그를 개그맨 인터뷰 1순위로 지목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최효종은 “밑천이 바닥나면 어쩌나 겁날 때도 많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개그 아이템을 짜내는 것에 대해서는 “한 달 넘게 머리를 맞댄 아이템이 묻힐 때도 다반사인데 그럴 땐 마치 자식을 떠나보내는 기분이다”면서 개그맨으로서의 필연적인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현재 ‘애정남’은 개그콘서트 간판 코너다. 개그콘서트 코너 중 유일하게 전용 게시판 및 다시보기 메뉴까지 생길 정도. 홈페이지 ‘정해줘요! 애정남’ 게시판에 올라온 시청자들의 ‘SOS’는 지난 10월 27일 기준으로 현재 1만3461여건에 달한다.

코너 ‘비상대책위원회의’의 리더 김원효는 개크콘서트의 또 다른 싱크탱크다. 모험을 꺼리지 않는 코너의 파격성이나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힘, 능청스러움은 차세대 개그맨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도 많다. 최효종, 박영진과 함께 CF 섭외도 가장 많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 9월 25일에는 동료 개그맨 심진화와 결혼했다.


박영진·박성호도 개콘 인기 한몫 담당

‘비상대책위원회’는 테러사건을 10분 안에 해결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간부들이 쓸데없이 시간을 지체하는 모습을 풍자한 코너다. 코너에서 김원효는 경찰 고위 간부로 출연해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코너 탄생 배경에 대해 김원효는 “신문 기사나 TV 뉴스를 보면 정치인들이 대책 회의를 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그 자리에서는 무슨 얘기들이 오갈까 궁금했다”며 “거기에서 착안해 본 것이다”고 말했다.

김원효는 “보통 긴급한 상황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사건 처리부터 해야지 회의할 시간이 어딨냐’ 라고 꼬집지 않냐”면서 “대응이 늦어 피해를 더 키우는 사례를 보게 되는데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코너를 짜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원효는 그동안 송강호 연기를 연상하게 만드는 엉뚱함과 독특한 목소리로 웃음을 줬다. 하지만 되받아 치기 위주의 작은 역할을 맡아왔기 때문에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 바람은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이뤄냈다.

김원효는 “유창한 언변으로 혼자 이끌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번에 기회가 된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두 개그맨 등을 중심으로 개그콘서트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개그, 풍자 개그가 무르익고 있다. 말로 사람들을 움직이는 개그와 스트레스를 확 풀어주는 몸 개그가 균형을 잡고 있는 것. 이런 추세로 개그콘서트는 지난 10월 23일 방송 때 22%의 시청률로 주말 예능 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다.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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