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하겠다는 발표를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왜 갑자기 그런 결정을 했는지 정말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검찰이야말로 중간수사라는 것을 급조해 야당이 새누리당 비박계들과 내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도록 만든 일등공신 아닌가? 검찰총장 김수남이야말로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을 가져온 일등공신인데, 왜 검찰에 나가 그들이 만들어내는 ‘작품’에 들러리를 서겠다고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결정이라고 나는 본다.

검찰총장은 당연히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그런 검찰총장이 대통령을 ‘마피아의 두목’으로 만들어버린 수사결과를 내놓은 이유가 어디 있는지는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다. 이미 국가 권력이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광화문 촛불 시위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 시위대를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는 문재인에게 넘어갔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검찰은 주군(主君)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버려버렸다.

그런 검찰의 수사결과라는 것을 가져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재로 하여금 파면하지 않을 수 없도록 더 꽁꽁 결박한 것이 박영수 특검 아닌 특검이었다. 대한민국 언론이 똘똘 뭉쳐 최순실 사건을 밤하늘 불꽃놀이처럼 터뜨리고→광화문에 촛불이 타오르고→검찰이 허겁지겁 중간수사 결과라는 것을 급조해 발표하고→국회가 탄핵을 의결하고→특검이 포승줄을 더 꽁꽁 묶고→마침내 헌재가 국민신뢰 우롱 운운하며 국회 의결에 손을 들어주며 파면시킨 것은 이미 정해진 시나리오처럼 착착 진행되어왔고→마지막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검찰청 포토라인에 세워 치욕적인 망신을 주면서 구속시킴으로써 대미(大尾)를 장식하려는 그 정치공학의 얼개에 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뒤늦게 참가하려 하는지 나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해 그야말로 성실하게 수사에 응한다 해서 그동안 쏟아져 나온 혐의 중 단 한 가지만이라도 풀릴 가능성은 0%라고 나는 단언한다. 검찰이 왜 풀어주겠는가?

전두환은 참으로 현명한 인물이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대한민국 검찰은 불과 4개월 사이에 전두환의 결정적 등장을 초래한 12·12 사태를 놓고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로 전두환 노태우 등 58명에 대해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렸다가 느닷없이 김영삼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5·18 특별법’을 제정하자 두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기 위해 착착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 김영삼은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오만한 명분을 내세워 두 전직 대통령을 정치적 제물로 삼으려 했다. 도대체 한 정권이 역사를 바로 세운다니!

노태우는 검찰이 부르자 대번 들어가 구속되어 버렸다. 그러나 전두환은 1995년 12월2일 연희동 골목에서 검찰 수사에 불응하는 이른바 골목성명을 발표한다. 현직 대통령 김영삼을 겨냥한 직격탄이었다. 임기 절반의 현직 대통령을 향해 대든 것이다. “현재의 검찰은 대통령의 지시 한마디로 이미 종결된 사안에 대한 수사를 재개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검찰의 태도는 더 이상의 진상규명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다분히 현 정국의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보아 저는 검찰의 소환요구 및 여타의 어떠한 조치에도 협조하지 않을 생각이다”

전두환은 직격탄을 또 날렸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현 정부까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고 타도와 청산의 대상으로 규정한 것은 좌파 운동권의 일관된 주장이자 운동방향이다. 현 정부의 이념적 투명성을 걱정하는 국민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김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자신의 역사관을 분명히 해주기를 기대한다” 역사를 바로세운다는 명분을 내걸어 자신을 총선의 희생물로 삼으려는 YS를 ‘좌익'으로 몰았던 것!

전두환은 골목성명을 발표한 뒤 곧바로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 들러 참배하고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내려가 버렸다. 검찰은 이날 밤 11시23분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들고 합천으로 내려가 다음날 새벽 전두환의 양팔을 잡고 안양교도소로 압송했다. 처절한 모욕을 안겨준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전두환의 골목성명 발표를 듣고 “땅을 치고 후회하게 만들겠다”고 진노했고 당시 안기부는 전두환이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을 넘어가기 전에 체포해서 올라오도록 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결국 그의 고향에서 양팔을 잡아 올렸다. 재판 결과 이듬해 4월 17일 대법원 상고심에서 전두환 무기징역, 노태우 징역 17년의 형량이 확정되었으나 12월 22일 김영삼 대통령은 총선에서 실컷 욹어먹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지 국민대화합 운운하며 특별사면했다.

누가 봐도 최고 권력자 김영삼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그러나 역사는 그리 간단하게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다. 그런 뒤 2년이 채 지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김영삼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대한민국을 부도내버린 최악의 치욕적인 대통령이 되어버렸다. 순식간이었다. 어떤 면에서 김영삼은 현재 전두환보다 더 치욕적인 대통령으로 기록되어 있다.

현재 대한민국 검찰은 주군을 박근혜에서 문재인으로 바꾸지 않았다면 그렇게 박근혜를 대할 수는 없다. 그런 검찰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나간다는 것은 그들의 정치공학적 구도에 스스로 몸을 맡기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오면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밝혀진다"고 했다. 그러나 그 진실을 검찰에 의해 밝혀지도록 하겠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겠다는 마음이었다면 진즉 받았어야 했다. 작년 10월 말 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검찰에 나가 당당히 수사를 받으라고 건의한 바 있다. 정치적 검찰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탄핵까지 당하고, 파면까지 당한 마당에 왜 굳이 검찰에 나가 자신의 불명예를 확인하려 하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무슨 이유에서건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한 것은 나이브한 생각이다. 그렇게 나이브하게 보이면 보일수록 대한민국 검찰과 좌익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말을 내세워 더 잘근잘근 짓밟아 버릴 것이다.

윤창중 대표  cjyoon2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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