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말꼬리 잡기’ 설전 ‘막전막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왼쪽)와 이재명 성남시장 <정대웅 기자>
‘탄핵’ 李 “상황 따라 달라” 文 “정치 흐르는 것”… 李 바뀐 적 있어
‘재벌’ 文 “재벌 해체 말해” 李 “해체 얘기한 적 없다”…‘언급’한 적 있어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간 신경전이 날카로워지는 양상이다. ‘네거티브 자제’를 놓고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간 충돌이 벌어지는가 하면, 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서로 ‘말 바꾸기’로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1위 후보와 2위권 후보가 서로 치고받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지만, 당초 ‘원팀’(One Team)을 강조하며 순조로워 보였던 팀워크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상대적 후발 주자인 이 시장은 문 전 대표의 ‘탄핵 발언’, ‘사드 발언’ 등을 거론하며 말 바꾸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이 시장의 ‘재벌 해체’ 등을 지적하며 되치기 공격을 하기도 했다. 일요서울은 양측의 말 바꾸기 공방의 사실 여부, 전후 맥락을 살펴봤다.
 
이 시장은 문 전 대표의 말 바꾸기를 지적하면서 지도자의 일관성,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시장은 “정치에서는 지도자의 철학과 신념이 정말 중요하다. 국가 지도자가 상황에 따라 태도와 입장이 바뀌면 국민은 혼란스럽고 불안하다”라고 선공했다. 이 시장 측 제윤경 의원도 “국민들은 일관성 있는, 그래서 신뢰할 수 있고 예측 가능한 ‘안정감 있는 리더’를 원한다”라고 부연했다. 문 전 대표는 이 같은 지적에 “이 시장이 안정감을 말하는 게 뜻밖”이라며 ‘쨉’을 날리면서 공세에 대응했다. 다만 확전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文의 ‘입장 변화’
李도 마찬가지?

 
이 시장은 ‘탄핵 정국’에서 문 전 대표의 입장이 변해왔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 문 전 대표는 ‘거국중립내각→질서 있는 퇴진→하야→탄핵’으로 변화된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 10월 24일 JTBC의 태블릿 보도 이틀 후인 26일 문 전 대표는 긴급성명을 내고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촉구했으며, 이후 11월 “대통령은 퇴진을 선언하고 이후 질서 있게 퇴진할 수 있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12월 초 탄핵 의결에 임박해서는 “대통령을 탄핵해 직무정지부터 시켜야 한다”라며 당시 새누리당에 동참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변화된 입장에 대해 지난 17일 문 전 대표는 “정치는 흐르는 것이고 상황도 흐르는 것”이라고 반박하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한 배경에 대해선 문 전 대표 측 김경수 의원은 “전직 대통령의 불행한 말로가 반복되고 있는데 또 다른 불행한 대통령의 역사는 최소화할 수 있도록 스스로 퇴진해 최소한의 명예라도 지키라는 것”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행한 최후를 직접 겪은 문 전 대표 본인만의 소신 같은 게 있다”라고 언론에 밝힌 바 있다.
 
반면, 이 시장은 가장 먼저 대통령의 탄핵과 하야를 주장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후에도 일관되게 주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애초부터 탄핵을 주장한 건 아니다. 지난해 10월 14일 방송된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이 시장은 탄핵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탄핵 추진에 대해) 이게 얼마냐 무망하냐. 국회에서 의결될 가능성 제로. 거기다 역량을 소진할 순 없다. 헌법재판소에서 가결됐다 통과되냐 제로. 현실성이 없다”라고 했었다.
 
이 시기는 ‘최순실 국정농단’ 베일이 점차 드러나던 초기 상황으로 탄핵 주장은 시기상조 분위기가 분명 있었다. 하지만 이후 이 시장이 탄핵을 주장해온 만큼 이 시장도 상황에 따라 입장이 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문 전 대표가 “정치는 흐르는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이 시장이 “일관성이 없다”라고 비판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사드’ 놓고 또 공방
‘재벌 해체’ 발언 따지기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선 문 전 대표는 “(사드 문제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똑같은 주장을 해왔다”고 강조한다. 그는 차기 정부에서 이를 해결해야 하며 지금은 ‘전략적 모호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찬반 여부를 충분히 검토해 다음 정부에서 결정하자는 것이다.
 
다만 사드 배치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 상황에서 이러한 입장은 사람들의 혼란을 초래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유연하고 합리적인 ‘수권 능력’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인지 모르겠지만,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사드 문제에 대해선 ‘배치 반대’ 입장을 줄곧 고수해오고 있다. 다만 사드 포대가 들어오고 있는 현 시점에서 철회만을 주장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안팎의 비판도 나온다.
 
문 전 대표는 이 시장의 ‘재벌 해체’ 주장에 대해 말 바꾸기 지적을 했다. 문 전 대표는 이 시장에게 “재벌 해체 말했다가 재벌 해체 말한 적 없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 시장은 “제가 재벌체제의 해체를 말했지 재벌 해체를 얘기한 적은 없다. 왜곡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이 시장이 “재벌 해체”를 ‘언급’한 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해 12월 3일 광화문 광장 연설에서 ‘최순실 사태’의 뿌리가 재벌이라고 주장하며, “삼성과 SK 등등 재벌을 해체함으로서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재벌 ‘구조’ 해체이지 재벌을 해체하자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이 시장 측의 일관된 주장이다. 재벌 소수 가문이 과도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비상식적 구조를 해체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에 대해 정치권 한 관계자는 “‘해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쓰면 사람들이 불안해할 수 있다”며 “‘개혁’과 같은 표현을 썼으면 논란의 소지를 줄일 수 있지 않았겠느냐”라고 말했다.
 
한편, 재벌 대기업을 강한 어조로 비판하던 이 시장이 지난 23일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내역에서 대기업 주식을 15억 원가량 보유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마에 올랐다. 현대중공업, SK이노베이션, LG디스플레이, KB금융, 두산중공업 등 대기업 주식이 재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선 표리부동(表裏不同)하다며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시장 측 관계자는 “이 시장은 변호사 시절부터 주식 투자를 오래 해왔다”며 “투명하게 공개된 방식을 통해 재산을 형성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친문 성향으로 꼽히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정치인의 합법적 주식투자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라며 이 시장을 두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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