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시립미술관, Steel material & immaterial(철의 물성과 비물성) 주제로 전시

[일요서울ㅣ포항 이성열 기자]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은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지역미술관의 역할 강화와 ‘문화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오는 6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갤러리에서 ‘Steel material & immaterial(철의 물성과 비물성)’이라는 주제로 포스코 창사 49년 기념 ‘찾아가는 미술관’ 전시를 개최한다고 4일 밝혔다.
포스코 창사 49주년 기념 ‘찾아가는 미술관’ 전시를 개최한다. (엄익훈 Aggregation-gravel 작품)
미술관의 기획 인력과 작품 콘텐츠를 지역 기업체 사내 현장에 제공해 근로자들이 직장에서 작품을 손쉽게 관람할 수 있도록 기획된 이번 전시는 ‘철(스틸)’을 주제로 하고 있어, 스틸산업을 통해 새로운 도시 미래를 모색하고 있는 포항시와 한국근대산업화의 주역인 포스코 양쪽 모두에게 의미가 깊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4명의 작가는 조각예술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가로, 철 재료의 강한 물성(물질적 속성)과 철조각이 움직임, 빛, 소리, 그림자 등 무형의 비물질적 요소를 만났을 때 나타나는 독특한 미를 체험하게 한다.

김주현의 「9000개의 경첩」은 같은 크기의 함석판을 일련의 법칙으로 연결한 형태를 이룬 작품이다. 부분과 전체가 같은 모양으로 반복되는 작품의 기하학적 구조는 오늘날 사회 구성요소들이 단순하게 합쳐져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기초적 법칙을 기반으로 소통, 투쟁, 갈등, 조화, 변화 등의 상호관계망 속에 얽혀있는 역학적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노해율의 「One Stroke 01」은 직육면체 형태의 길쭉한 철 파이프 기둥 10개가 전동회전 장치에 의해 발생하는 기둥들의 ‘움직임’과 ‘그림자’를 통해 불균형적이고 불안정해 보이지만 기둥들이 균형을 되찾는 길은 움직임을 제거하는 것, 즉 고정되고 정형화된 것에 있지 않고 오히려 끊임없는 움직임과 변화 속에서 균형과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엄익훈의 「Aggregation-gravel」은 차가운 금속에 가해진 열에 의해 생명력이 가득한 덩어리로 변모한 작품이다. 우주의 탄생과 생명에 관한 작가 자신의 생각을 재료에 투영하는 방법으로 탄생한 이 작품은 차가운 철조각의 내부에 조명을 넣어 투각된 비정형의 구멍 사이로 새어나온 빛에 의해 투영된 그림자 형상을 벽면에 만들어 낸다. 이 그림자 형상은 그리스 조각의 신화나 역사적인 인물로 둔갑해 있다.

이성민의 「Pieta」는 끌과 망치 대신 산소용접기를 사용하는 색다른 방식으로 고집스럽게 쇳덩어리를 깎고 또 깎아 거칠게 빚어낸다. 이렇게 빚어지는 철조 단편들은 산소용접기의 터치에서 나오는 ‘생채기’ 같은 형태인데, 작가의 의도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불의 물리적 작용(무작위성)이 개입된다. 작가는 차갑고 무거운 철에 열을 가하고 산소압력으로 쳐내면서 딱딱하고 거친 형태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인체 조상을 탄생시킨다.

세계 철강 산업을 주도하는 POSCO는 최근 철강제조에서 용광로 공법을 대체하는 신기술인 ‘파이넥스(Finex) 공법’을 개발하여 새로운 철강 역사를 쓰고 있다. 이런 POSCO의 창립 49주년을 기념하여 기획한 ‘Steel material & immaterial’은 철을 재료로 환상적인 공간을 연출하는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철조각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도록 한다.

지금까지 포항에 산업도시의 이미지를 생산해 낸 ‘철’이 있었다면, 이번 전시를 통해 문화와 접목해 ‘철’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행복한 문화도시로서의 이미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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