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이 지난해 3월 법안이 통과되고 9월 28일부터 시행된 지도 어언 반년이 훌쩍 넘었다.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은 공직자(공무원, 공기업, 공공기관)를 비롯해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인이다. 이들이 직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1회에 100만 원을, 매 회계 연도 기준으로 합계 300만 원을 각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사 처벌받게 된다. 한편 이들이 직무관련성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위 금액 이하의 금품 등을 받을 경우에는 받은 금품 등 가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금액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다만 과태료 사안의 경우 직무 관련성만 있으면 해당되고 대가성까지 요구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음식물은 3만 원, 선물은 5만 원, 경조사비는 10만 원까지 과태료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 결과 요즘 고급식당에 가면 29,000원 짜리 메뉴가 쏟아져 나와 있다.

예컨대 회계법인 대표 A와 공기업 직원 B가 저녁에 만나 식대 40만 원 상당의 식사를 하고, 바로 이어서 술집에 갔는데 그곳에서 세무공무원 C가 합류했고 셋이서 300만 원 상당의 술을 마셨다. 물론 그 모든 비용은 회계법인 대표A가 지불하였다. 이 경우 식사와 술은 비록 장소와 시간이 다르다고 해도 연속성이 인정되어 하나의 접대로 취급해 합산하게 된다. 그럼 이 경우 각각의 접대비용은 어떻게 계산될까? 먼저 각자 먹은 비용은 1/n로 나눈다. 그 결과 식사는 A와 B 둘이서 먹었으니 각각 20만 원씩 먹은 셈이다. 그런데 술집에는 셋이서 먹었으니 각자 먹은 몫은 100만 원씩이다. 그럼 B의 경우 120만 원 상당을 접대받았으니 직무관련성 여부와 무관하게 바로 형사처벌이 된다. 물론 직무관련성이 있을 경우에는 뇌물죄로 가중처벌될 것이다. 반면 C의 경우 100만 원 접대를 받았지만 세무공무원과 회계법인은 직무관련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므로 과태료 대상이 될 것이다.
 
직무관련성 여부와 관련하여
 
첫째, 먼저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부터 살펴보자. 이 경우 수수를 하는 사람이 공무원인지 여부에 따라 처벌이 달라진다.
 
① 비공무원의 경우 1회 100만 원, 회계 연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형사 처벌되나, 그 이하의 금액일 경우에는 과태료 대상이 된다. 예컨대 학부모가 사립학교 교사에게 1회 100만 원의 촌지를 준 경우에는 설사 대가성이 전혀 없는 순수한 선물이었다고 해도 직무관련성이 있으므로 과태료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② 반면 직무관련성이 있고 상대방이 공무원인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예컨대 술집 주인이 관내 경찰관에게 추석선물로 100만 원 상당의 선물을 하였을 경우에는 직무관련성이 있고 대가성 역시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형법상 뇌물죄로 형사 처벌되고, 김영란법상 과태료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 경우 당사자들이 설사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한다고 해도(예컨대 당시 술집주인에 대한 단속 내지 수사가 전혀 없었다고 해도) 통상의 선물치고는 고액에 해당되므로 이를 단순한 사교적 의례로 볼 수 없어 대가성이 인정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술집주인이 관내 경찰관의 아들 결혼식에 참석하여 축의금으로 20만 원을 줄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는 설사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해도 사교적 의례로 보아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을 것이므로 형법상 뇌물죄는 성립되기 어렵고 김영란법상 과태료 처분은 가능할 것이다. 그럼 대가성의 기준은 어떻게 평가될까? 통상의 사교적 의례로 볼 수 있는 금액이라면 대가성이 없을 수 있으나, 그 금액을 초과할 경우에는 직무관련 대가성이 인정된다.

둘째, 직무관련성이 전혀 없는 경우에는 1회 100만 원, 매 회계 연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형사처벌이 되고, 그 금액 이하의 경우에는 과태료 처분도 안된다. 예컨대 서울에 사는 세탁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인 A가 자신의 친구인 부산 해운대구청 건축과 직원B에게 추석에 50만 원 상당의 선물을, 같은 건축과 직원 C에게 110만 원 상당의 선물을 하였다면 어떻게 될까? 먼저 B의 경우 직무관련성이 전혀 없으므로 과태료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C의 경우 직무관련성이 없더라도 1회 100만 원이 초과되었으므로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또한 공직자, 교사, 언론인 등이 자신의 배우자가 위와 같은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하거나 제공받기로 약속한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아니하면 금품 등의 액수에 따라 위와 같은 형사처벌 내지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처벌 대상은 공직자 외에
교직원 등 및 언론인 포함

 
교직원 등에는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및 그 밖의 다른 법령에 따라 설치된 각급 학교의 장을 포함한 교직원 및 사립학교법에 따른 학교법인의 임직원을 의미한다. 따라서 국립유치원(국가가 설립·경영), 공립유치원(지방자치단체가 설립·경영하는 시립 및 도립유치원)은 물론 사립유치원의 장 및 교직원도 해당된다. 다만 사설학원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한편 언론사란 방송사업자, 신문사업자, 잡지 등 정기간행물사업자, 뉴스통신사업자 및 인터넷신문사업자를 말한다. 다만 프리랜서로 뛰는 방송인의 경우에는 이러한 언론사의 임직원에 해당되지 않는다.
 
김영란법에 대한 개정 논의
 
김영란법은 입법 취지는 훌륭하나 지나친 규제로 인해 내수 경기가 매우 악화되었다. 특히 식당, 술집, 꽃집 등 자영업자들의 경우에는 직격탄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길을 걷다 보면 길가에 폐업한 식당이나 술집이 즐비하고 임차인을 구하는 건물주의 임대광고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런 문제 때문인지 최근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은 김영란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라고 업무지시를 내렸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3, 5, 10만 원의 규제는 현실에 맞지 않는 지나친 면도 있으며 인간사회에 있어 도덕으로 규율해야 할 문제를 법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공직자들의 소소한 비리는 내부 행동강령 등으로 자체적으로 규율하는 편이 좋고, 그 대신 그로 인한 징계는 엄격하게 집행하면 된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대부분 그와 같은 방법으로 청렴한 공직사회를 만든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現)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現)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現)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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