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간 날선 토론이 연일 화제다. TV토론 속성상 인기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창’과 ‘방패’의 대결로 대비되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헌정 사상 현직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인 데다 전통적 여야 대결이 아닌 야야 대결로 흐르면서 TV토론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부쩍 커졌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수혜자가 홍준표 후보이고 최대 피해자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라는 지적이다. 특히 홍 후보는 문 후보를 향해 ‘성완종 특별사면’과 ‘노무현 640만불 뇌물수수의혹’을 거론하면서 보수층으로부터 ‘사이다 발언’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인권 변호사’로 유명한 문 후보와 반등을 노리며 2등 싸움에 돌입한 ‘모래시계 검사’ 홍 후보 간 불꽃 튀는 공방 속으로 들어가보자.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성완종 참여정부 두 번 사면… 맨 입으로 했나”
- 盧 640만 불 사건, “이보세요!” “그런 말할 자격없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보수의 구원투수에서 선발투수를 자청하고 있다. 10%도 안 되던 지지율이 최근 15%에 육박하면서 자신감도 넘쳐난다. 홍 후보는 “(지지율)자체 분석으로 안철수 후보를 넘었다”, “안 후보는 홍준표의 페이스메이커다”, “이젠 문재인 후보와 양강 구도로 간다”라고 공언할 정도다.

TV토론 최대의 수혜자 ‘홍준표’ 피해자는…

홍 후보의 부상은 단연 TV토론이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이렇다 할 대형 이슈가 없는 데다 ‘문재인 대세론’이 지속되면서 대선을 보는 재미가 없었던 게 보수층의 현실이었다. 하지만 홍준표 발 ‘독설’이 진가를 발휘하면서 안철수 후보로 향했던 보수의 발걸음을 주춤거리게 만들고 있다. 홍 후보가 “나는 한 사람만 때린다”고 밝힐 정도로 문 후보를 향해 전면전을 선포하면서부터다.

일단 홍 후보는 문 후보의 아킬레스건인 ‘도덕성’과 ‘노무현’을 주 타깃으로 잡았다. 도덕성 관련해서는 참여정부 시절 2번 이뤄진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특별사면’건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해서는 ‘640만불 뇌물수수’건을 TV토론 때마다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성완종 특별사면 공방은 4월23일 TV토론에서 시작됐다.

문 후보는 ‘성완종 리스트’ 연루 의혹으로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를 받은 데 이어 대법원 판결을 앞둔 홍 후보에게 “성완종 회장 메모에 나와 있는 홍 후보님은 유죄냐”고 도발했다. 이에 홍 후보는 “갑자기 그런 식으로 공격한다면…”이라면서 “그렇다면 (참여정부 때) 문 후보가 왜 두 번씩이나 (성완종 회장에 대해) 사면을 해줬나. 맨입으로 해줬나. 나는 성완종을 모른다”고 역공을 취했다. 문 후보는 첫 번째 사면 때 민정수석이었고, 두 번째 사면때에는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발끈’한 문 후보는 “기가 막힌다”고 하자 “왜 기가 막히나. 또 거짓말할 것이냐”고 따졌다. 진정한 문 후보가 “그만하시죠”라고 하자 홍 후보는 “얼토당토않은 얘기를 하니까 그런다”면서 “지도자는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지금도 (문 후보가) 얼버무리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이 자리에서 그런 말을 할 자격이 가장 없는 후보가 홍 후보다. 다들 (홍 후보에 대해) 사퇴하라고 하지 않느냐. 어떤 염치, 체면으로 그런 얘기를 하느냐”면서 과거 자서전에 게재된 ‘돼지흥분제’를 이용한 친구의 성범죄 모의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끄집어냈다. 이에 ‘화난’ 홍 후보는 “45년 전의 일을 저 스스로 밝히고 국민에 용서를 구했다. 아까 사과를 하지 않았느냐. 또 그것을 물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박했다.

성 전 회장에 대한 공방은 이미 2015년 초에 여야 공방이 있었다. 당시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현 바른정당)은 “노무현 정부 시절 두 번이나 사면을 받았다는 것은 성 전 회장의 야권 로비설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노무현 정부 청와대가 주도했다는 증거가 있다”고도 했다.

두 번째 사면 MB 뜻? 이동관, “어처구니없다”반박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청와대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참여정부 인사들은 첫 번째 사면이 이뤄진 것은 2005년 5월 석가탄신일로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뜻이 반영됐고 두 번째 이뤄진 2007년 12월 31일 연말 사면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의지에 따라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성 전 회장은 200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전 총재에게 16억 원의 정치자금을 줬다가 구속됐다 사면을 받았고 두 번째 사면을 받을 때에는 ‘주식회사 행담도개발’에 120억 원을 무이자로 빌려줘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특히 두 번째 사면 때는 법무부가 ‘성 전 회장을 연이어 사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개진했지만 사면이 이뤄진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성 전 회장은 ‘특별 사면’을 기대한 듯 2007년 11월23일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상고를 포기했다. 사면은 형이 확정된 인사에 한해 이뤄진다.

또한 첫 번째 사면 배경으로 JP 의중이 담겼다는 참여정부의 주장은 고향이 충남 서산인 성 전 회장이 충남 부여인 김종필 전 총재와 평소 친분이 깊다는 점을 들었다. 성 전 회장은  2003년 자민련 총재특보단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성완종이 JP를 열성으로 모셨고 JP는 그런 성완종을 아꼈다’는 소문은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성 전 회장이 첫 번째 사면을 받을 당시 JP는 2004년 총선 참패로 정계은퇴를 선언했지만 2005년에도 자민련의 실질적 ‘대주주’였다.

또한 2차 사면 당시 이명박 당선인 측 뜻이 반영됐다는 주장의 근거로 참여정부 인사들은 사면되기 하루 전인 12월30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인수위 명단에 성 전 회장이 포함된 점을 들고 있다. 당시 성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보다는 이상득 라인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인수위에서 그런 이야기를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라며 “성완종이라는 이름도 전혀 몰랐다. 어처구니없고 황당해 할 말이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홍 후보는 4월25일 대선TV토론회장에서는 박연차 회장의 640만 불 노무현 대통령 가족 뇌물 수수건을 물고 늘어졌다. 홍 후보는 자신의 주도권 토론에서 “노 대통령이 (박연차 회장의) 640만 달러 뇌물을 수수할 때 몰랐나”라며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문 후보에게 질문했다. 이에 문 후보는 “지금 노 대통령이 뇌물 받았다고 말씀하시는 거냐”며 “그 말씀은 책임지셔야 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홍 후보는 “(뇌물 수수는) 이미 중수부에서 발표한 거다”라며 “알았나, 몰랐나”라고 추궁했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는 문 후보의 반박에 홍 후보는 “아니, 알았나, 몰랐나. 계좌까지 다 나왔다”며 집요하게 따졌다. 문 후보가 거듭 “몰랐다. (발언에) 책임지셔야 한다”고 받아쳤다.

그럼에도 홍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 640만 달러를 가족이 받았다면 재수사를 해야 한다. 640만불 뇌물이면 환수를 해야 할 것이죠?”라고 물었다. 이에 문 후보가 “그것이 뇌물이라면 대통령 뜻에 의해 받아야 한다”며 “이보세요! 제가 그 사건에 입회했던 변호사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라고 화를 냈다.

이 말을 들은 홍 후보는 “말씀을 버릇없이 한다. 이보세요 라니”라며 “문 후보 점잖은 줄 알았는데, 두 번이나 협박을 하고 송민순도 고소하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이 국민 상대로 고소하고 협박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홍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 가족이 받으면 뇌물 아닌가?”라고 재차 물었고, 이에 문 후보는 “제가 그때 조사에 입회하고 난 후에 언론에 브리핑을 했다. 대통령이 거기 관련되었다는 아무런 증거를 검찰이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홍 후보는 “그러면 왜 돌아가신 거냐”라고 재차 물었고, 이에 문 후보는 “기본적으로 사실 관계를 허위로 늘어놓고 질문하는 거 아니냐”라고 불쾌해 했다. 급기야 홍 후보는 “그럼 저도 고발하면 되지 않아요?”라고 말하자, 문 후보는 “돌아가신 분을 그리 욕을 보이냐”라고 설전을 보였다.

‘모래시계’ 검사 VS ‘인권변호사’ 흥미진진

‘모래시계 검사’로 알려진 홍 후보와 ‘인권변호사’로 유명한 문 후보 간 공방은 일단 홍 후보의 판정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토론이 끝난 이후 이뤄진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의 대선지지율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문 후보는 생방송 TV토론회장에서 상대 후보에게 ‘이보세요’라고 한 발언은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탄력을 받은 홍준표 캠프는 4월27일에도 640만 불 뇌물건을 재차 건드렸다. 정준길 선대위 대변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 640만 불 뇌물수수 의혹사건은 이제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며 “이제 국민들이 기억해야 할 포인트는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거의 완성된다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대변인은 “뇌물수수 의혹 사건은 공소시효가 15년인데 발생시점이 2007년 6월경 내지 2008년 2월경이고 2022년 6월내지 2023년 2월에 공소시효가 만료된다”며 “그 이후에는 형사처벌이 불가능해 집권연장까지 하게 된다면 노 전 대통령 일가 처벌이 불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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