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권좌에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결단을 내려야하는 ‘대통령’이라는 직책. 이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다보면 피로와 스트레스가 연일 쌓이게 마련이다.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경우 재임중에는 건강상 특별한 이상을 호소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그간 피곤이 누적된 것일까.대통령들은 퇴임 후 각종 건강이상 징후를 보이기도 한다. 최근 김대중 전대통령이 심혈관 질환으로 입원하면서 전직대통령들의 건강상태가 주목받고 있다. 대부분 고희’넘긴 나이로 일부는 노인성 질환 시달려DJ-심혈관 질환, YS·노태우-전립선 질환으로 고생우리 나라 전직대통령들은 거의 ‘고희(70세)’를 넘긴 나이다.

이에 따라 노년의 건강을 얘기할 때면 으레 전직대통령들이 화제로 떠오른다. 보통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70세가 넘어가면서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 이에 반해 전직 대통령중에는 퇴임 후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50대 장년 못지 않은 건강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그러나 ‘가는 세월 막지는 못하는 것일까’. 최근 들어 몇 명의 전직 대통령의 경우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하며 병원신세를 지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가장 최근 퇴임한 김대중 전대통령(이하 DJ)은 심혈관 질환 등으로 병원에 입원, 국민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세 아들의 사법처리, 대북송금의혹과 관련, 줄줄이 구속되는 측근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심신이 극도로 쇠약해지는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DJ는 원래 건강한 체질이라는 것이 측근들의 말이다.

한 측근은 “김 전대통령이 평생 보약 등을 먹어본 적이 없을 만큼 건강했었다”고 밝힐 정도. 측근들은 DJ가 이같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낙천적인 성격’, ‘왕성한 식욕’, 그리고 ‘일에 대한 열정’ 등을 꼽는다.DJ는 “정치인으로 막중한 일 때문에 아플 수가 없었다”는 말을 측근들에게 자주 털어놓기도 했는데, 그의 일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 이와 함께 그는 소문난 대식가로 뭐든지 잘 먹는 식성이라는 것. 생선류를 특히 좋아하지만 육류 등도 가리지 않고 먹으며 특히 라면 등도 즐겨 먹는 것은 유명했다.하지만 아들들과 측근들의 구속을 바라보며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통령이라는 막중한 국사에 시달리다, 퇴임 후 긴강이 풀린 것도 건강악화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DJ의 한 측근 관계자는 “낙천적인 성격인 김 전대통령일지라도 아들들과 측근들이 구속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무척 괴로운 일일 것”이라며 “이에 따라 그의 건강도 최근 급속히 악화됐다”고 말했다.퇴임후인 지난 5월 DJ는 심혈관질환으로 1주일간 병원에 입원해 심혈관확장시술과 함께 신장기능 저하에 대비해 혈액투석을 받기도 했다. 퇴원 후 방문객들의 “건강이 어떠냐”는 질문에 DJ는 “막중한 국사에 시달리다보니 심신이 많이 피로해진 것 같다. 지금은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말하며 회복세에 있음을 밝혔다. DJ는 최근 추가치료가 필요 없을 정도로 건강이 좋아진 것으로 전해졌으며, 심신안정을 위해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전언이다.DJ와 함께 건강 이상설이 제기되고 있는 사람이 노태우 전대통령. 노 전대통령은 지난해 삼성서울의 건강진단에서 전립선비대증 징후가 있는 것이 발견돼, 신병치료차 미국에 건너간 바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온갖 억측이 무성하다.

우선 전립선비대증으로 미국까지 갈 필요가 있었느냐는 점이다. 전립선 비대증은 전립선이 커져 요도를 압박하게 돼 화장실에 자주 가게 되고 늘 잔뇨감이 드는 병으로 남자가 나이가 들면 흔히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비뇨기과 전문의는 “우리 나라의 대학 병원급이면 전립선 비대증을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고 말했다.그런데 노 대통령이 굳이 미국까지 가서 치료를 받아야했던 것이냐는 의문이다. 노 전대통령측은 당시 언론 등을 통해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미국 뉴욕의 전문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출국하게 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정밀진단을 하기 위해 미국에 두달이 넘게 체류한 것도 건강악화설을 부채질했다. 그는 지난해 5월말 출국, 8월 초에 입국했다. 이전까지 노 전대통령은 대개 외국으로 출국할 경우 1주일을 넘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 당시 그의 귀국이 늦어지자 건강이 악화됐기 때문이 아니냐는 다양한 추측이 나돌았던 것.

이에 대해 노 전대통령측은 “당시 신병치료와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아들 재헌씨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다소 귀국이 늦어졌을 뿐”이라고 해명했었다.이런 해명에도 불구, 일각에서는 전립선질환의 경우 단순질환에서 암까지 다양하게 나타나는 만큼, 노 전대통령이 심각한 질병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하다.그러나 노 전대통령은 신병치료차 미국을 다녀온 이후에도 측근 및 가족들과 골프 및 테니스 등 운동을 해온 것으로 전해지면서 ‘건강 이상설’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노 전대통령은 퇴임 후부터 최근까지 양재동 한 테니스클럽을 1주일에 1∼2번씩 찾아 측근들과 함께 테니스를 치고 있다.테니스클럽의 한 관계자는 “노 전대통령부부가 한두달전까지만 해도 자주 찾았지만, 최근 대구로 휴가를 다녀온 뒤로는 방문이 뜸해졌다”고 전했다. 삼성병원 한 관계자도 “98년 이후 노 전대통령이 내원, 수시로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며 “건강에 이상이 있다면 수술 등의 치료를 받았을 것. 하지만 그런 경우가 발표되지 않은 만큼 노 전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은 와전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노 전대통령의 전립선질환과 관련한 말들이 무성한 가운데, 전립선질환으로 고생했던 전직 대통령이 또 있다. 바로 김영삼 전대통령(이하 YS).YS는 전직 대통령들 중에서도 가장 건강한 인물로 꼽힌다. 그리고 YS 자신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으며, 이에 따른 자신감을 표시하곤 한다.YS는 젊은시절부터 수영, 축구, 야구 등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할 정도로 만능스포츠맨. 이후 정치를 시작하고 나이가 들면서 테니스, 등산 등에 심취했었다. 그리고 80년대 들어서면서 대통령 퇴임후까지 줄곧 조깅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퇴임후 YS는 운동 종목을 조깅에서 배드민턴으로 바꿨다. 요즘 매일 아침 동네사람들과 만나 배드민턴을 하는데 수준급이라는 전언이다.이와 함께 YS는 ‘소식’으로 건강을 지키고 있다. 그는 아침은 국 한그릇과 과일 몇조각으로, 점심은 칼국수 등으로 식사를 하며 절대 과식을 하지 않는다.

YS의 한 측근은 “젊은 시절 김 전대통령은 하루 담배를 2갑이상 피웠지만, 지금은 담배를 거의 입에 대지 않는다. 또 술도 한때 말술이었지만 지금은 행사장에 참석해 마시는 포도주 1∼2잔이 고작”이라며 “김 전대통령이 지금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큰 비결은 규칙적인 생활”이라고 밝혔다.그러나 이처럼 건강체질인 YS도 60대 남성의 절반 정도가 고생한다는 전립선질환을 피해가진 못했다. 그는 지난 2000년 11월 일본에서 전립선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바 있다.YS와 함께 가장 건강한 전직대통령으로 꼽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그는 최근 추징금과 관련한 ‘재산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전직 대통령중 가장 활발한 대외 활동을 펼칠 정도였다. 종교계 행사 등에 자주 얼굴을 내밀었고 측근들과 해외여행과 골프를 즐기는 등 건강을 과시했었다.

그러나 재산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외부시선을 의식, 활동폭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전 전대통령은 만능스포츠맨으로, 운동으로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전 전대통령은 테니스, 골프, 배드민턴 등 거의 모든 운동에서 수준급.전직 대통령중 가장 건강이 우려되는 인물은 최규하 전대통령. 워낙 고령인데다 몇 년전부터 와병으로 바깥출입을 거의 하지 않아, 그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건강 등의 이유로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피했던 최 전대통령은 지난 2월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 눈길을 끌기도 했다.이와 같이 전직 대통령들이 대부분 고령이라는 점 때문에 건강문제가 주목을 끌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계속해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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