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있는 아이들은 학원을 3~4개 다니며 공부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학교 수업일수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있어 기가 막힐 뿐입니다.” 7월 21일 동강생태계보전지역 강원도 정선읍 가수리 북대마을 주민들은 마을을 이어주는 잠수교가 지난 장마로 인해 아직까지 침수돼 있는 바람에 보트를 이용, 마을 건너편 가수분교 앞까지 급물살을 헤치며 수확한 옥수수 등을 실어나르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밭에서 수확한 옥수수를 경운기와 트럭에 싣고와 강가에 댄 후 다시 보트에 옮겨 실은뒤 100여m 강폭을 힘겹게 건너가 풀어 놓는 작업이 한나절 가까이 반복됐다.

주민 유병일(46)씨는 “이번 장마로 일주일 가량 오도가도 못하다가 물살이 그나마 약해져 보트를 이용해 수확한 옥수수를 실어나르고 있다”며 “고추밭이 약도 못쳐 잎이 누렇게 타들어가는데다 옥수수도 수확시기를 놓쳐 그나마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정선관내 동강생태계 보전지역의 경우, 군도 6호선을 따라 강을 사이에 두고 20여개 자연부락이 형성돼 있다. 이 마을들은 지난 19일부터 침수된 도로가 복구돼 통행을 하고 있으나 강 건너편 북대 헤매 점치 덕천 연포 귤암 등 7개 마을 200여 주민들은 마을앞 잠수교가 잠겨 농산물 출하를 제때 못하는 등 길고 긴 고립생활을 반복해서 하고 있었다.

이중 북대마을로 가는 길은 정선읍에서 동강변 군도 6호를 따라 30분 가량 올라온뒤 다시 정선초교 가수분교앞에서 잠수교를 건너가야 한다. 이 때문에 40여명의 주민들은 폭우로 인해 군도가 잠기면 마을 건너편 사람들보다 4~5일은 더 고립생활을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북대마을에서 가수분교에 다니는 유대혁(2년)군 등 초교생 4명도 강을 건너갈 만큼 물살이 약해지길 기다리느라 학교를 결석했다. 유군은 “학교에 빠지지 않고 제대로 다녔으면 너무 좋겠다”며 “아빠가 보트를 태워줘 무섭지는 않다”고 말했다. 가수분교 정훈교(37)교사는 “북대마을 등 강건너 주민들은 지난해 태풍 `’매미’ 때에도 물이 빠지지 않아 한달 넘게 고립생활을 했다”며 “이 때문에 등교를 못하는 학생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원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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