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청계재단(장학재단)’ 자금 운용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 단체가 “장학금 지급 총액이 매년 줄고 있는 것이 이 전 대통령의 부채상환을 위해 재단 자산을 매각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문제를 제기한 대학교육연구소(비영리 민간 연구단체) 측은 국세청 자료를 토대로 청계재단 운영 현황을 분석한 결과와 관련 주장을 정리한 자료를 자사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청계재단에 관련 주장에 대한 답변을 문의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한 매체를 통해 “수익률 감소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한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다.

작년 지급액 3억 원 안 돼…‘임대료 및 관리비 수입’ 매년 증가
재단 측 “자산 매각과 수익률 감소에 따른 것”…설립 취지 무색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12월 선거방송을 통해 “우리 내외가 살아갈 집 한 채만 남기고 가진 재산 전부를 내놓겠다”며 “어려운 분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가난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하는 데 쓰이길 바란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09년 ▲서울 서초구 서초동 1709-*건물(영포빌딩) ▲서초동1717-*(대명주빌딩) ▲양재동 12-*(영일빌딩) 등 3건과 그 부속 토지 ▲자신 명의의 개인예금(8104만 원)을 합친 395억8104만 원을 출연해 같은 해 8월 청계재단을 설립했다.
청계재단 홈페이지에도 이 전 대통령의 의중은 그대로 담겼다.

홈페이지 재단소개 코너에는 “소외계층을 위한 청소년과 미래세대의 꿈을 키우는 ‘청계재단’이라며 “대통령께서는 항상 ‘가난의 대물림을 끊어야 한다’ ‘돈이 없어 공부 못하는 젊은이는 없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주위의 많은 도움을 받은 대통령께서 사회에 보답하기 위해 재단을 설립하셨습니다”는 글이 작성돼 있다.  

수혜자 매년 줄어

그런데 최근 들어 이 전 대통령의 의지가 희미해지고 있다. 청계재단 ‘장학사업’이 매년 축소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석까지 나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청계재단의 자산 현황, 수입 구조, 장학금 지급 현황 등을 분석해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장학금 지급액은 2010년 6억1915만 원에서 2016년 2억6680만 원으로 감소했다. 2011년(5억7865만 원)→2012년(4억6060만 원)→2013년(4억5395만 원)→2014년(3억1195만 원)→2015년(3억4900만 원) 등으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2016년 장학금 지급액은 청계재단의 자산 505억1722만 원 가운데 0.5%에 그치는 규모다. 장학금 수혜자도 445명(2010)→379명(2011)→305명(2012·2013)→207명(2014)→177명(2015)→134명(2016)으로 점점 줄고 있다. 지급 첫 해인 2010년에 견줘 30%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지난해 청계재단은 직원 급여로 1억9210만 원, 관리비로 5억7770만 원 등 7억6980만 원을 운영비로 지출했다. 같은 기간 장학금으로 지출한 2억6680만 원의 세 배다.

대학연구소 측은 “물론 장학사업과 수익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직원과 사무실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운영비가 지출될 수밖에 없다지만 재단 고유의 목적사업 실적이 매우 부진한 상황에서 이와 같은 운영비 지출이 합리적인지 의문”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청계재단이 지난해 7월 서울시교육청에 장학사업을 접고 복지 목적의 공익법인으로 변경하려고 했다가 보건복지부로부터 불허 방침을 받은 바 있다”며 “이 같은 행보를 봤을 때 이후에도 장학사업을 점차 축소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사업 유지할 지 ‘의문’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이 줄었을까. 대한연구소 측은 이 전 대통령의 부채 상환을 위해 일부 재단 자산을 매각한 영향이 컸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일요서울은 재단측에 관련 내용을 문의하려 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다만 다른 매체를 통해 관련 내용에 대해 언급한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매체는 재단 관계자 말을 인용해 “2015년 서울 양재동 소재 영일빌딩을 매각하면서 건물 임대료 수입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재단이 영일빌딩을 매각한 것은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전받은 부채 상환을 위해서라고 대학교육연구소 측은 설명한다.
이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 시절인 2007년 12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으로부터 30억 원을 빌려 한나라당에 특별당비로 납부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서초동 대명주빌딩을 담보로 우리은행으로부터 30억 원을 대출, 이를 변제한 뒤 이 건물들을 모두 청계재단에 출연했다.

청계재단은 출범 직후인 2009년 10월 대명주빌딩에 60억 원의 근저당을 설정, 50억 원을 대출받아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전받은 부채 30억 원과 양도소득세 등을 납부했다. 이 전 대통령의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재단 자금이 사용된 것이다.
일각에선 청계재단이 설립목적인 장학사업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2012년 이후 청계재단의 기부금 모금액은 ‘0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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