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문재인 정부가 이낙연 전 전남지사를 총리로 임명한 배경으로 호남에서 압승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시 문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발생한 조기 대선에서 경선과 본선에서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세론’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호남 내 ‘반문·비문 정서’가 존재하고 호남 민심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같은 당 경쟁자인 안희정 후보에게 분산되면서 당선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경선과정에 2번씩이나 이 총리를 따로 만나 ‘국정 동반자로의 호남’을 강조하면서 ‘책임총리’를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문재인 두 차례 단독 회동… ‘전남을 잡아랏!’ 특명
- ‘일등공신’ 이 총리, 호남 ‘포스트 DJ' 물망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압승으로 끝난 지난 대선이지만 위기는 존재했다. 특히 야권의 텃밭인 호남이 사분지계를 넘어 오분지계로 나눠지면서 경선과 본선에서 확실한 승리를 장담하는 데 한계가 존재했었다. 2012년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 호남에서는 ‘반문정서’와 ‘호남 홀대론’으로 ‘문재인=불안한 후보’라는 인식이 넓게 퍼져 있었다.

실제로 호남은 비문재인이면서 전통적인 친노 진영은 같은 당 경선 주자인 안희정 지사에게, 반노·반문 진영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로, 갈 곳 없는 진보적인 친노 인사들은 이재명 성남시장으로 사분오열된 상황이었다. 일단 문 대통령에게 놓인 첫 번째 관문은 경선이었다.

당시 유력한 경쟁후보였던 안 지사는 중도합리적 스탠스를 취하며 문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특히 안 지사는 일단 호남 승리를 위해 전남 보성 출신으로 열린우리당 사무총장을 지낸 바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대권 출마를 처음으로 제안한 염동연 전 의원을 영입했다.

안철수·안희정 ‘전남대전’에서 패한 이유

염 전 의원은 참여정부 내 핵심 인사로 문 대통령을 위시한 ‘부산파’에 맞서 안 지사와 함께 ‘금강팀’을 이끈 핵심 인사다. 그는 경선 시절 공사석에서 “참여정부 시절 호남 출신 인사 배제가 있었다”, “참여정부 첫 민정수석 문재인 인사는 잘못이다”라고 ‘호남 홀대론’과 함께 문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또한 노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이자 노무현 재단 이사장을 지낸 이병완 전 실장 역시 전남 장성 출신으로 안 지사를 도왔다. 이 전 실장은 “안 지사가 김대중·노무현의 시대정신을 물려받은 정치적 적자”라며 힘을 보탰다. 이 밖에도 전남 순천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지낸 친노 서갑원 전 의원, 전남 여수 출신으로 3선을 지낸 김성곤 전 의원까지 안 지사를 지근거리에서 도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호남 특히 전남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이미 호남이 지난 총선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있는 국민의당 후보에게 몰표를 준 상황에서 전남 출신 유력한 친노 인사들마저 안 캠프에 대거 참여하면서 확실한 필승 카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1월 대선 첫 방문지로 광주 무등산을 방문했고 같은 달  23일에는 전남 나주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를 찾았다. 또한 다음달인 2월에는 전남 여수를 방문한 자리에서 “다시는 호남 홀대론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총리부터 시작해 인사도 확실히 탕평 위주로 해서 호남홀대는 말할 것도 없고 전국적으로 지역이 통합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차기 총리로 ‘책임총리제’를 언급하면서 ‘비영남 출신 총리론’을 내세워 사실상 ‘호남 총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속내를 공공연히 밝혔다. 이낙연 전 전남지사를 포함해 총리로 거론된 인사들도 모두 공교롭게도 전남 출신 인사들이었다.

전남 나주 출신인 김광두 전 국가미래연구원장과 목포 출신인 전윤철 전 감사원장, 장성 출신 김효석 전 의원 등이 하마평으로 거론됐었다. 심지어 목포가 지역구인 국민의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 이름도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이미 문 대통령 의중은 경선 전부터 이낙연 전 전남지사로 ‘낙점했다’는 게 여권 내 시각이다. 민주당 전 고위당직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호남에서 경선 승리가 곧 본선 승리와도 직결된다고 보고 이 전 지사를 경선중 두 번씩이나 단독으로 만났다”며 “처음에는 구체적인 자리를 제안하지 않았지만 두 번째 만남에서는 ‘국정 동반자로서 총리직을 제안’한 것으로 안다”고 털어놨다. 

이 총리도 총리로 내정된 직후 가진 기자회견장에서 문 대통령이 경선 후보 시절 ‘국정동반자’로서 역할을 주문한 것에 대해서 인정하고 있다. 이 총리는 5월10일 “1월 말 광주전남 혁신도시에서 문 대통령과 1시간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만났다”며 “그때 ‘호남을 국정의 동반자로 생각한다. 이 지사를 국정 동반자로 모시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 총리는 “그러나 되묻거나 확인하지 않았다. ‘내가 도와줄 일이 있느냐’고 물어 화제를 전환했다”며 “그후 선거일 열흘 전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혹시 일이 있을 것 같으니 준비하라’는 말을 전해들었고 그 전에 총리로서 다짐 같은 것은 없었다”고 ‘총리밀약설’을 부인했다.

한편 총리 인사청문회장에서도 ‘총리 사전 내정’내지 ‘빅딜설’관련 질문이 터져 나왔다.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전북 전주시갑)은 “선거 열흘 전에 연락받았다면 광역단체장으로서 선거에 영향을 끼쳤으리라 게 합리적 의심”이라며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이 총리는 “단체장으로서 지켜야 할 자세를 위반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제가 당원이기 때문에 말하지 않아도 움직일 사람은 움직이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 총리 카드는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다목적 카드였다. 동아일보에서 정치부 기자 출신으로 21년간 언론인으로 살아왔다. 이후 DJ의 발탁으로 전남 함평·영광에서 출마해 정계에 입문했고 19대까지 내리 4선을 했다.

또한 새천년민주당 대변인을 거쳐 2002년 대선 당시 선대위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등 모두 5차례나 대변인으로 발탁됐다. 호남 출신에 비문재인계 인사로 온건·합리적 성향으로 ‘탕평인사’라는 평을 받았다.

이 총리, “선거 영향? 움직일 사람 알아서 움직여”

하지만 핵심은 전남을 포함한 호남에서 승리를 위한 전략적 카드였다. 결과적으로 선택은 옳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호남 경선에서 문 대통령은 당내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문 대통령은 득표율 60.2% (안 지사 20.0%, 이재명 시장 19.4%, 최성 고양시장 0.4%)로 크게 승리했다.

호남 승리 막후에 이 전 남지사의 조직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편 비슷한 시기 치러진 국민의당 호남 경선에서 안철수 전 대표도 당내 경쟁자들과 대결에서 64.6%의 득표율로 호남 유권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일차 관문을 통과한 문 대통령은 호남본선에서도  안 전 대표에게 크게 승리했다. 전남만 보면 문 대통령이 59.9%를 기록했고 안 전 대표는 30.7%로 두배 가까운 차로 이겼다. 반문재인 정서가 강한 호남이였지만 ‘대세론’에 이 총리의 지원이 호남 승리를 이끈 쌍두마차가 된 셈이다.

이에 여권 일각에서는 이 총리가 문재인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으로 향후 ‘포스트 DJ’를 꿈꾸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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