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13 총선에서 38석을 차지하며 유의미한 제3정치세력으로 등장한 국민의당이 올해 조기대선에서 참패한 데 이어 문준용 씨 취업 특혜 의혹 제보 조작 파문에 휩싸여 창당 후 최대 위기에 빠졌다. 최근 발표된 한 정당지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은 정의당보다 낮은 3.8%의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당 지지기반인 호남에서는 자유한국당에도 뒤지는 수모를 당했다. 양당체제를 허물고 ‘제3의 길’을 모색했던 국민의당이 어쩌다 이 지경이 났나 싶다.  
우리나라 정치사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그 답은 나온다. 결론적으로 말해 제3정당이 성공한 예는 거의 없다. 기존 양당체제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에 편승해 나름 영향력을 행사한 정치세력들은 꽤 있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이들은 양당정치와 차별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지리멸렬하며 기존 양당체제에 흡수됐다는 점에서 제3정당이 성공하기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양당체제에서 3당 체제 이상이 된 것은 1981년 전두환 쿠데타 정권의 관제 야당 줄 세우기 이후 87년 대선 때 김대중·김영삼 당시 대선 후보가 분열하면서부터였다. 13대 총선에서 여당인 민정당과 평민당, 민주당, 공화당 등이 다당 체제를 형성했지만 민주당이 1990년 민정당, 공화당과 합당함으로써 다당 체제는 빠르게 양당 체제로 재편됐다. 14대 총선에서도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이끈 국민당이라는 제3정당이 출현해 기세를 올렸으나 선거법 위반 등의 수사로 별다른 역사적 가치는 부여받지 못한 채 사라졌다. 2007년에도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 창조한국당이라는 간판으로 제3세력으로서 각광을 받았으나 그 역시 석연찮은 이유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당도 소멸됐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제3정당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뭣보다 한국 정치지형이 극렬하게 양분화되었기 때문이다. 보수 대 진보의 구도가 워낙 강하게 뿌리박혀 있어 제3세력이 설 자리가 거의 없다.
제3세력을 이끄는 지도자의 역량 또한 문제다. 제3정당을 하고자 했던 지도자들은 그동안 기존 정당들의 문제점만 비판했지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안정적인 지지기반 구축에 실패했다. 그저 양당구조의 틈새시장을 노리기만 했을 뿐이다. 
국민의당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 총선에서 소선거구제라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득표율에서 민주당에 앞서는 기염을 토하긴 했으나 견고한 보수 대 진보 구도를 깨트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선 과정에서 드러났듯 국민의당은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닌 등거리 전략을 펴다 참패하고 말았다. 안철수 후보는 선거기간 내내 교과서적이고 추상적인 메시지로 일관한 데다 국가개조 노선마저 흐릿해 자신이 대통령감이라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각인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대선 후에도 국민의당이 제3당으로서의 비전을 제시하기는커녕 지지기반인 호남의 눈치만 살피는 태도를 보여 국민들을 더욱 실망시켰다. 설상가상으로 정치적 주요 사안의 제보를 조작하는 파렴치함의 극치를 나타냈으니 그들이 주창한 ‘새정치’가 구시대 정치 구호가 되고 만 것이다. 
국민의당은 흡사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 나오는 ‘혁명 돼지들’ 같다. ‘새정치’로 세상을 바꾸겠다던 사람들이 구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들의 정치실험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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