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임명 순서 정해진 것 없지만 관례상 미-중-일-러 순

문희상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문재인 정부의 18개 부처 중 17개 부처의 수장이 정해졌다. 이제 남은 것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선뿐이다. 장관 인선이 마무리돼 가면서 정치권과 국민들의 눈길이 4강 대사로 쏠리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이른바 4강은 우리나라 외교의 팔과 다리다. 이들과의 관계가 어떻게 맺어지느냐에 따라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의 역할과 지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반도 통일, 남북관계 등에서 주도권을 쥐고 싶어하는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 4강과의 관계는 상당히 중요하다. 그래서 4강 대사 임명이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잣대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4강 대사 임명을 놓고 문재인 대통령이 고심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인선 이미 완료’ ‘발표 시기 조율 중’ 8월 초 유력
주중대사 ‘내정 완료’ 속 미국·중국·일본·러시아는 ‘안갯속’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외교력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특사를 해외로 급파했다. 미국에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 중국에는 이해찬 의원, 일본에는 문희상 의원, 러시아에는 송영길 의원을 특사로 파견했다.

각각 문재인 대통령과는 친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 최측근, 친문 인사로 분류되던 사람들이었던 만큼 향후 이들이 대사로 임명될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이들을 신속하게 각국 특사로 내보내 관계 정상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대사 임명까지 속전속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 이유가 뭘까.
 
노영민 전 의원 <뉴시스>
   노영민 전 의원
“전화를 해도 미국 먼저”

 
4강 대사 임명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가운데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주중대사에 내정된 노영민 전 의원이 국내 한 언론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주중대사 임명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미국에 앞서 어떻게 중국 대사를 먼저 보낼 수 있나”라며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먼저 중국에 뭔가를 할 수 없는 나라다”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이어 “전화를 해도 미국과 먼저, 방문을 해도 미국을 먼저 해야 한다”며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러면서 결정적인 이유에 대해 “주미대사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노 전 의원의 인터뷰가 알려지자 청와대는 진화에 나섰다. 4강 대사 인선이 이미 완료됐고 최종 검토 후 발표시기를 정하고 있다고 했다.

당초 4강 대사 발표는 7월 말이 유력했다. 하지만 이 일정이 8월초로 늦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내각 인선이 생각보다 늦어진 데다 추경 등의 국정 현안이 꼬였던 탓이다. 일각에서는 후보들에 대한 검증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뉴시스>
   역대 정권, 취임 후
한 달 반 이내 대사 임명

 
과거 정권의 경우 4강 대사 임명은 대부분 대통령 취임 후 한 달에서 한 달 반 사이에 진행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만인 2013년 3월 31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한 달 반만인 2008년 4월 10일 임명을 각각 마무리했다. 박 전 대통령은 안호영 주미대사, 이병기 주일대사, 권영세 주중대사 임명을 같은 날 발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주미대사와 주일대사를 같이 임명했다.

노영민 전 의원은 ‘아메리카 퍼스트’라며 미국대사 임명이 최우선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4강 대사 임명 순서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 다만 관례상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순으로 대사가 임명됐을 뿐이다.

외교부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 직후 이미 각국 주재 대사들에게 사직서 제출을 지시했다. 당장 임명을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청와대의 공식발표는 미뤄지고 있다.
송영길 의원 <뉴시스>
   정치인이냐 전문가냐
차기 대사 누구?

 
당초 문재인 대통령이 특사로 파견했던 인물들의 대사 임명이 예상됐지만 상황이 조금 바뀐 것으로 보인다. 주중 대사의 경우 특사로 갔던 이해찬 의원 대신 노영민 전 의원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의원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번 경선에서는 조직 본부장을 맡았다. 노 전 의원은 당초 문재인 정부의 첫번째 비서실장으로 거론됐었다. 그만큼 문 대통령의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노 의원 측은 주중 대사 내정 사실에 대해 특별히 부인하지 않는다.

가장 큰 관심이 쏠리고 있는 주미대사 자리에는 여러 사람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취임 직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맡고 있는 정의용 실장의 이름이 하마평에 올랐다. 하지만 정 실장의 국가안보실장을 맡게 되자 노무현 정부 때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았던 김현종 전 대사의 임명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근에는 조윤제 서강대 교수,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 임성남 외교부 1차관, 김현종 한국외국어대 교수,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주일대사 후보로는 특사였던 문희상 의원이 유력했으나 문 의원은 20대 의회 하반기 국회의장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로 거론되는 인사로는 하태윤 주오사카총영사, 김성곤 전 의원 등이 있다.

하 영사는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각각 대통령비서실 의전관과 국제의전비서관을 지냈다. 김 전 의원은 19대 국회 당시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활동하며 한일의원연맹 부회장을 맡은 전력이 있다.

이 밖에 신봉길 전 외교안보연구소장도 주일대사 명단에 오르내리고 있다. 신 전 소장은 주중공사, 주요르단대사, 한·중·일3국협력사무국 사무총장을 지냈다. 동북아 문제에 정통해 주일대사 명단에 여러 차례 올랐다. 신 전 소장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직접 영입한 인물이기도 하다.

주러대사로는 정치인 출신이 유력하다는 소문과 함께 송영길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문 대통령 취임 직후 특사로 다녀오기도 했다. 송 의원 외에는 장호진 국무총리실 외교보좌관, 백주현 전 휴스턴 총영사 등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장 보좌관은 러시아 근무경력은 물론 북미국 심의관과 국장, 청와대 외교비서관 등을 거쳐 미·중·일·러 현안에 능통하다는 평이다. 백 전 휴스턴 총영사도 러시아 2등서기관을 거쳐, 러시아 CIS과장, 러시아 참사관 등을 거친 ‘러시아통’으로 불리며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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