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로서 경제 살리기보다 더 중요한 과제 없다”

‘노타이’로 기업인들과 격의 없는 대화 이끌어
 
맥주와 음식에 의미 내포, 재계와 정부의 ‘화합’ 강조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 국내 기업인들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첫날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재계 순위 짝수인 ‘현대차’ ‘LG’ ‘포스코’ ‘한화’ ‘신세계’ ‘두산’ ‘CJ’ 총수들과 중견기업인 ‘오뚜기’가 참석했다. 둘째 날에는 박 대한상의 회장과 재계 순위 홀수인 ‘삼성전자’ ‘SK’ ‘롯데’ ‘GS’ ‘현대중공업’ ‘KT’ ‘대한항공’ 등이 참석했다. 특히 이번 간담회는 기업인들의 민원성 의견을 듣는 자리가 아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기존 ‘차담회’에서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로 ‘호프 미팅’이 이뤄졌으며, 넥타이를 매지 않은 채 셔츠 단추를 풀고 대화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일요서울은 문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이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살펴봤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7일과 28일 이틀에 걸쳐 취임 이후 첫 국내 기업인들과의 대화를 가졌다. 문 대통령과 기업인의 만남 공식 명칭은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 미팅’으로 첫날에는 자산순위 짝수 기업 총수들이 초대됐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손경식 CJ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등이 참석했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정몽구 회장이 참석하기로 했지만 정의선 부회장으로 변경됐다. 이는 간담회 형식이 스탠딩 호프 미팅임을 고려하면 1938년생으로 적지 않은 나이의 정몽구 회장이 소화하기 무리라는 내부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서는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홍장표 경제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 반장식 일자리수석,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이 배석했다.
 
오후 6시부터 청와대 경내 상춘재 앞마당에서 시작된 호프 미팅은 문 대통령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인사말이 끝나고 참석자들은 별도의 발언 순서와 발표 자료 없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기업인들 모두 넥타이 없는 캐주얼 비즈니스 복장 차림으로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청와대는 재계 총수들에게 ‘노타이에 캐주얼 비즈니스 등 편한 복장’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애초 ‘차담회’를 계획했으나 문 대통령이 ‘호프 미팅’ 아이디어를 내 형식이 바뀐 것으로 전해진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호프 미팅’에 시간 제한을 따로 두지 않으며, 허심탄회하게 기업인들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역대 정부마다 경제인들을 초청하는 식사들을 해왔다”며 “과거 만남을 보면 한 번에 많은 분들과 하다 보니까 만남 자체에 조금 일방적인 느낌이 들어서 하고 싶은 말씀을 충분히 하실 수 있게 두 번으로 나눴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호프 회동 모두 발언에서 “정부로서는 경제살리기보다 더 중요한 과제가 없다”며 회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호프 미팅’은 격의 없는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던 만큼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는 문 대통령이 회사의 별명, 스포츠, 건강, 손주 소식까지 챙기며 기업인들에 대한 관심도를 간접적으로 표출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정원 두산 회장에게 “두산 베어스가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죠. 올해는 성적이 어떻습니까”라고 물었으며, 구본준 LG 부회장에게는 “직원들에게 늘 피자를 선물하셔서 피자 CEO 그런 별명이 있죠”라며 대화를 이어갔다. 특히 문 대통령은 온라인상에서 오뚜기의 별명 ‘갓뚜기’도 언급했다. 이 밖에도 문 대통령은 각 기업인의 건강과 손주 소식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호프 미팅’을 뒷받침했던 맥주와 음식 등도 문 대통령의 재계와의 ‘화해’와 ‘화합’을 의미해 관심을 모았다. 이날 문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이 마신 맥주는 ‘세븐브로이’라는 브랜드로 중소기업에서 생산하고 사업화한 첫 수제맥주다. 그중 ‘강서 마일드 에일’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맥주는 진한 과일향과 부드러운 맛이 특징으로 서로 부드럽게 화합해 모두 향기로운 행복을 품을 수 있기를 바라는 의미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맥주와 함께 안주 3종류와 식사 1종류가 제공됐다. 안주로 제공됐던 ▲해독작용을 하는 무를 이용한 카나페는 사회의 오랜 갈등과 폐단을 씻어내고 새로운 미래를 함께 고민하자는 의미 ▲소고기를 얇게 썰어 양념한 한입 요리는 끝까지 기운을 잃지 않고 한뜻으로 가자는 의미 ▲시금치와 치즈를 이용한 안주는 두 가지의 재료가 하나의 음식이 되는 것처럼 협치와 협조도 화합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의미 ▲비공개 간담회 이후 간단한 식사로 제공된 미역, 조개, 낙지를 이용한 비빔밥은 서로의 차이를 무조건 한데 섞는 것이 아니라 각자를 존중해 하나를 이루어 내는 공존 의미 등을 내포하며 재계와 정부의 ‘화합’의 중요성을 음식을 통해 강조했다.
 
문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은 ‘호프 미팅’ 이후 상춘재 실내로 이동해 비공개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재계 총수들은 일자리 창출 및 상생협력 의지를 다지며, 자사의 주요 애로사항에 대한 정부의 지원 등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지원 등 건의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첫날과 같은 방식으로 국내 기업인들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둘째 날인 28일에는 재계 순위 홀수인 기업 총수들이 초대됐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GS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황창규 KT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이 참석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틀 모두 참석했으며, 김동연 경제부총리,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과 임종석 비서실장을 포함한 경제분야 참모진들 역시 모두 배석했다.
 
첫날과 비슷하게 둘째 날 역시 기업 총수들은 일자리 창출 및 상생협력 의지를 내비치며, 주요 애로사항과 정부의 지원 등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우천으로 인해 ‘호프 미팅’이 아닌 ‘칵테일 미팅’을 가졌으며, 본관 실내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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