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국내외에서 탈북자들의 강제북송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이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제3국으로 향하던 탈북자 17명이 중국 공안 당국에 체포돼 북송 위기에 처하자 이들 중 일가족 5명이 자살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국내로 탈북했던 탈북자들의 재입북 사례도 늘고 있다. 자진 입북도 있지만 강제 입북이 의심되는 정황도 있는 만큼 탈북자들의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내 입국한 탈북민 총 3만여 명, 올해 감소 예상
정부마저 탈북자들 인권에 무관심하면 누가 돕나 

 
지난 6월 기준 국내 입국한 탈북민은 모두 3만805명이다. 2006년 2월 1만 명, 2010년 11월 2만 명을 넘겼으며, 지난해 11월 3만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국내 입국한 탈북민은 모두 593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749명보다 20.8% 감소했다. 2015년 상반기에 614명의 탈북민이 국내 입국한 것보다도 3.4% 감소한 규모다.

탈북민의 국내 입국은 2006~2011년 2,000명대를 유지하다가 2012년 1,502명으로 급감한 이후 매년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다 지난해 1,418명의 탈북민이 입국하면서 잠시 증가세로 돌아섰으나, 올해 다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탈북민 중 여성의 비율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올 상반기에 입국한 탈북민 중 여성은 507명으로 전체의 85%를 차지했다. 지난 2012년 73%를 기록했던 여성 탈북민 비율은 2013년 76%, 2014년 78%, 2016년 80%, 2016년 79%를 기록했다.
 
감소하는 탈북자
중국·북한 대대적 소탕

 
탈북민이 감소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북한 소식에 정통한 취재원에 따르면 첫 번째 요인은 김정은 체제 출범 초기와 달리 최근 내부적으로 체제가 많이 안정화됐기 때문이다. 김정은 정권 초기 공포정치라는 명분으로 많은 측근들이 숙청돼 정치사회적으로 불안감이 조성됐었다.

두 번째 요인은 중국 공안의 탈북자 소탕작전이다. 탈북자들 사이에서는 중국 연변 등 국경지대서 중국 공안과 북한 보위부 등이 중국, 남한 등으로 탈북한 사람들을 잡아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꾸준히 돌고 있다.

과거에는 탈북을 돕는 선교사 등이 주 타깃이었지만 최근에는 남한으로 탈북해 정착을 하고 있는 탈북민을 강제로 북송해 가기도 한다. 이들은 대부분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의 탈북 또는 생활비 송금을 위해 브로커 등을 접촉하다 잡혀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북한 당국이 북한과 중국 접경지역에 고압전선을 설치한 것이 탈북자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실제로 북한이 접경지역에 고압전선을 설치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탈북자들 사이에서도 고압전선 설치 유무에 대해서도 말들이 서로 다르다.

침묵하는 정부와 여당
中 “탈북자는 난민 아니다”

 
강제 북송을 앞두고 탈북자 일가족 5명이 자살을 한 사건은 북한 인권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이상하리만치 북한 인권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탈북자 일가족 자살 사건 직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논평을 통해 일제히 정부를 비판했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특별한 논평조차 내지 않았다.

그나마 27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중국 정부에 탈북민 강제 북송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게 전부다. 인권위는 이날 성명에서 “중국 정부는 난민협약과 고문방지협약을 준수해 북한이탈주민을 국제협약에 따른 난민으로 인정하고 강제북송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에 다음달 남북적십자회담 개최를 제안한 상태다.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 생각은 없겠지만 진보 진영에서 그렇게 외치던 인권 문제에 대해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점은 실망스럽다.

문제는 정부마저 탈북자들의 인권에 무관심하면 아무도 이들을 도울 수 없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최근 탈북자 강제 북송을 중단하라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촉구에 대해 “탈북자는 난민으로 볼 수 없으며, 중국은 기존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외교부 루캉 대변인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불법적으로 중국 국경을 넘은 북한인은 난민이 아니라 중국 법률을 위반한 사람들”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이어 “중국 정부는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북한인들에 대해 국제법과 국내법,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적절히 처리해 왔다"고 강조했다. 탈북민 소탕과 강제북송 정책 방향을 고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는 두 손 놓고 관망만 하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인권을 중시했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북한 인권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는 것 같다.

한 보수인사는 이러한 정부의 행태에 대해 “대북관계에 있어 아직도 성과중심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를 비롯한 과거 진보정권들이 북한 인권 등에 대한 실질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정상회담, 적십자회담 등 큰 이슈 거리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소리다.
 
북한인권재단 출범 언제?
정치놀음에 인권은 뒷전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북한인권법이 11년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정작 이를 시행할 북한인권재단은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통일부 주도로 재단 출범을 준비해 왔지만 이사진 구성에 난항을 겪으며 1년이 넘도록 표류 중이다.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북한인권재단 조기출범’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 있지만 아직까지 상황이 바뀐 것은 없다.

재단 이사회는 정부 추천 인사 2명, 여야 추천 인사 각 5명 등 모두 12명으로 구성될 예정이었다. 지난해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이미 이사 추천 명단을 제출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추천 명단을 제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사 추천이 늦어지는 것은 이사장과 상임이사를 어느 쪽 추천 인사로 할 것인가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이 여당과 야당이 그리고 정권이 바뀌었다. 결국 통일부는 재단 출범을 다시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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