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부터 이어져온 원두커피 시장은 불과 20년이 채 안된 시간 동안 우리나라의 식음료 시장을 크게 뒤바꿔 놓았다.
 
작년 대한민국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연간 1인당 377잔을 마셨다고 하니, 대한민국 성인은 하루에 커피를 한 잔 이상은 마셨다는 얘기다.
 
커피의 열풍은 원두커피에서부터 시작이 되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이전에 우리는 인스턴트 커피를 즐겨 마셨다.
 
6.25 전쟁 이후 주한미군에 의해 전파가 된 인스턴트 커피는 1970년 동서식품이 미국의 제너럴 푸즈(General Foods)사와 기술도입 및 합작사업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되었다.
 
그 해 12월 국내 최초로 인스턴트 커피 생산에 성공하였고 1976년 세계최초로 커피믹스를 개발했다. 그 이후로 설탕과 프리마(커피크리머)를 넣어 달달하게 마시는 커피는 빠르게 확산되었고 지금의 원두커피의 열풍과 견주어도 절대 뒤지지 않았다.
 
지금은 인스턴트 커피에 들어가는 설탕과 프리마가 건강에 안 좋다는 인식이 확대 되면서 원두커피 시장에 밀려 인스턴트 커피는 시장점유율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 반면 원두커피의 높은 인기가 고스란히 이어져 인스턴트 원두커피의 시장은 매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간편하고 빠르게 마실 수 있는 인스턴트 커피의 장점을 살려 원두커피에도 적용을 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신선한 원두커피는 건강에 좋고 고급문화라는 분위기까지 더해져 점점 인스턴트 커피를 외면하기 시작하였다.
 
이런 분위기를 쇄신하고자 각 업체에서는 커피크리머의 고급화 전략으로 새롭게 리뉴얼한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는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으나 일명 ‘봉지커피’라 불리는 달달한 믹스커피를 마실 때면 불필요한 변명을 달기도 하고 나에게 죄책감이 들 정도로 마음 한 켠에 불편한 마음을 가지기도 한다.
 
커피에 설탕과 크림을 넣는 것에 우리는 위축되어 가고 있다. 커피는 기호식품인데 말이다. 우리의 문화가 아닌 커피를 받아들이면서 고유한 맛 그대로를 느껴야 한다는 엄격함이 현재 우리와 함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탈리아에서는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듬뿍 넣어 마지막 한 모금에 올라오는 진한 설탕의 맛을 즐긴다. 또 달디 단 연유를 넣어서 마시는 베트남의 커피도 세계적으로 사랑 받고 있다.
 
비록 건강에는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지 모르지만 아직도 많은 사무실과 고된 노동이 따르는 곳에는 달콤한 믹스커피 한잔으로 잠깐의 피로를 식히곤 한다. 또 추운 겨울 자판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믹스커피가 주는 행복감은 절대 싸구려가 아니다.
 
원두커피를 접하면서 커피가 가지고 있는 많은 장점과 매력을 연구하고 다양한 나라의 원두를 골라서 마시며 빠져들지만 커피는 결국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야 하는 기호식품이다.
 
가끔은 바디감이 묵직한 원두의 향을 느끼기도 하고 가끔은 가벼운 믹스커피로 순간을 달래는 것도 좋은 순간이 된다면 값진 보약 같은 시간이 될 것이다.
 
이성무 동국대 전산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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