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 폭 보다 치마폭이 넓다며 민주당 대표 경선에 나서 기염을 토했던 추미애의원의 바람몰이는 이 나라 헌정사에 박순천 여사에 이어 두 번째 야당 대표 시대를 여는 듯했다.비록 대표 등극에는 실패했지만 경선 과정에서 추의원이 불어넣은 신선한 바람은 어느새 태풍을 만들어 회오리를 일으켰다. 경륜과 조직의 열세를 무릅쓰고 필마단기로 내달은 추의원의 용기와 그 열정은 가히 천군만마를 대적할 만한 것이었다.

추의원이 던진 충격파는 우선 열린 우리당의 지지율을 답보 상태로 묶는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분당 사태로 지리멸렬 할지도 모른다는 민주당에 대한 염려를 일거에 불식시키고 국민 지지율이 때로 한나라당에 앞서는 정도로 정치 역학구도를 바꿔 놓은 것이 사실이다. 바지 입은 정치인 누구도 해낼 수 없는 일을 여성의원 추미애가 해낸 것이다.또 있다. 강금실 법무장관이 일으키는 소용돌이 또한 찻잔 속의 태풍이 아닐 것이다. 노대통령의 각별한 동지애와 전폭적인 신임을 얻고있는 현직 국무위원으로서 그의 행보는 조용한 가운데 단호함이 마치 뙤약볕 아래 한줄기 돌개바람을 연상케 한다.

바람불면 복지 부동하고

지위가 높을수록 보신을 위해 바람 불면 복지부동하고 바람이 잦으면 눈치 살피기에 급급한 한국 관료사회 자화상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참여정부 들어 강금실 법무장관 입각이 확실시되면서 국민 반응은 말 할 것 없이 검찰 조직내 반발 또한 심각한 정도였었다.그러나 장관 취임후 인간 강금실이 보여준 그의 내면 세계가 가끔씩 감동을 자아내게 했다. 국회에 불려 가서도 겸손과 양보로 배수진을 치고 소신을 굽히지 않는 모습이 아름답게 비쳐져 스타 장관으로 그는 자리매김한 것이다.집권세력 가운데 바지 입은 대장부 누가 들어서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잘못과 실수를 정확히 지적하고 참여정부의 실정을 솔직히 고백할 수 있을 것인가.기회주의가 살아가는 지혜가 돼 버린 세상에서 옳은 용기가 어떤 것인가를 오늘 여와 야로 가는 길을 달리한 강장관과 추미애의원의 치마 회오리로 느끼게되는 현실을 바라보며 바지 입은 남성들 지금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바지 통이 좁아서 치마폭의 넓음을 뛰어 넘을 수가 없다고 할 터인가.

여인들은 말할 것이다

한나라당 박근혜의원의 공천 심사위원장 내정 문제를 놓고 새어 나오는 소음 또한 바지입은 정치꾼들이 심각히 음미해볼 대목이 아닌가 싶다. 자고로 이 땅의 여인들은 지고지순 하여 남편을 따르고 자식을 지극히 사랑하는 방법으로 삶의 가치를 삼고 존재의 의미까지 찾으려 했다. 지나치게는 치마 속의 자식 사랑이 초등학교 운동장에 봄바람과 함께 강한 치마 열풍을 일으켜 사회 병폐를 낳은 측면도 물론 있다.하지만 이제 치마폭의 여유는 내 자식만이 아닌 겨레 사랑으로 승화되고 있는 징후가 사회 각 분야에 나타나고 있다.

힘있고 통크다는 대장부들이 기회주의와 한탕주의에 몰두해서 자행한 온갖 부패 행태를 보고있는 여인들 마음은 크게 다르지가 않을 것이다. 여인들은 이 시대가 세계를 정복할 수 있는 영웅의 출현보다는 나라와 민족을 치마폭에 싸인 내 자식처럼 사랑하고 가꿀 수 있는 여장부의 열정과 용기를 갈망하고 있다고 할 것도 같다. 나라꼴이 정작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치마 회오리의 풍향에 맡겨져서 어쩌면 치마 입은 대통령을 결코 멀지 않은 장래에 만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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