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벌이고 있는 ‘보수적자’ 경쟁이 한심스럽다. 대선이 끝난 지 100일이 넘게 지났는데도 보수의 가치를 복원하려는 노력은 보여주지 않고 상대 당은 가짜고 자기만이 진짜라는 ‘보수적자’ 타령만 하고 있으니 말이다. 상대방 약 올리고 깎아내리는 일에만 혈안이다. 그렇다고 당을 획기적으로 쇄신하려는 의지가 있어 보이는 것도 아니다. 그저 현실을 즐기는 데 안주하고 있다. 이러니 지지율이 오를 리 만무하다. 한국당은 17% 안팎, 바른정당은 정의당에도 뒤지는 한 자리 숫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딱한 처지다.      

바른정당은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섰는데도 당직자들이 줄줄이 사퇴하는 등 여전히 당 안팎이 뒤숭숭하다. 낡은 보수가 아니라 새로운 보수를 지향하겠다고 했지만 원내 20석에 불과한 상황에서 벌써부터 계파 분열이 시작되고 심한 불협화음에 시달리고 있다. 권력 지향적이고 패권주의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공동체에 대한 ‘헌신’과 ‘책임’이라는 보수의 가치를 실천하겠다고 큰소리 쳤으나 헌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자기 살길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전형적인 철새정치인의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 

또한 바른정당의 태생적인 문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배신당’이라는 낙인이 끝없이 따라다니고 있다. 보수의 메카인 대구·경북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는 것은 사람의 도리를 지키는 것이 진정한 보수의 가치라는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선과 같은 중대사를 앞두고는 흩어졌다가도 합치는 게 뿌리를 함께한 정당의 생리인데 바른정당은 오히려 대선 길목에 보수 진영을 분열시켰다는 여한(餘恨)이 있다. 

한국당 역시 다를 게 없다. 당의 운명을 걸고 사생결단식의 혁신을 해도 시원찮은 마당에 바른정당에 뒤질세라 ‘보수적자’ 타령만 하고 있다. 참 한가해 보인다. 도대체 무엇이 우선인지를 모르는 것 같다. 그렇게 허무하게 권력을 내주고도 절박감과 위기감과는 거리가 먼 자유한국당의 현주소다. 

한국당이 지난 대선 때 얻은 2등의 성적표에 안주하고 궤멸의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라면 ‘보수 적자’ 경쟁으로 아까운 시간을 보낼 여유가 어디 촌각이나마 있을 터인가. 대선 후 전열을 정비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외부 압력과 정부여당의 독주에 쫓기면서 말이다. 

한국당이 국민의식의 변화를 쫓아가지 못한 데 대한 냉철한 자성과 함께 당력을 변화와 혁신에 쏟아 붓고 보수의 재건을 꾀하지 못하면 당장 내년 지방선거가 거덜 날 판이다. 그야말로 할 일이 태산인데 남의 당 깎아내리는 데 허비할 시간이 없다. 정말이지 내 코가 석 자인 게다. 

국민들의 의식은 급변하고 있는데 보수정치 한다는 사람들 아직도 자기들만의 울타리에 갇혀 헤매고 있으니 좌파 진영의 장기집권 꿈이 헛되지만 않을 공산이다. 최근 한국당이 발표한 ‘혁신선언문’만 봐도 그렇다. 장황한 정치적 수사만 있지 보수의 기본 가치에 대한 열정이 나타나지 않는다. 헌신과 책임이라는 덕목은 찾아볼 수조차 없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모두 정신차려야 한다. 보수의 변신을 바라는 게 지금의 국민여론이다. 국민들은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우선 자체 혁신부터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통합보다 혁신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적전분열의 보수적자 싸움하다 혁신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면 보수는 스스로 궤멸의 길을 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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