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위해서라면 100m 높이의 굴뚝이라도 못올라 갈소냐!” 지난달 27일 오후 1시께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 펜아시아페이퍼 공장에서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이색시험이 치러졌다. 이날 실시된 특이한 시험은 다름 아닌 전라북도 보건환경연구원 환경연구사 채용을 위한 실기시험. 환경연구사 실기시험이라면 하얀 복장에 보통 실험실이 시험장소여야 상식이겠지만 이날 시험장은 다름아닌 100m에 이르는 펜아시아페이퍼 공장내 제3변전소 굴뚝이었다. 대형 굴뚝 앞에는 이번 지방공무원 제한경쟁 특별임용시험에 도전한 12명의 응시자들이 시험 감독관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실기 시험은 환경오염도 측정에 필요한 기본체력과 고소공포증 여부를 테스트 하기 위한 것. 100m높이의 굴뚝 가운데 40m높이에서 돌아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시험을 치른 응시자들은 전원이 석사학위 이상의 고학력자들. 봄비가 촉촉히 내리는 궂은 날씨속에서 보기에도 아찔한 굴뚝 계단을 오르는 광경은 취업에 목말라하고 있는 청년들의 절박한 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 했다. 지난달 23일 실시된 익산시청 청원경찰 시험에도 4명 모집에 113명이 몰려 28대1의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응시자의 70%이상이 4년제 대학 졸업자로 파악됐으며 실직 등의 이유로 바늘구멍 같은 취업 전쟁에 다시 뛰어든 일명 ‘사오정’도 15명이나 됐다. 시청 청경이 되는 첫 관문은 다름 아닌 체력 검정. 5㎞달리기와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등 평소 체력관리를 해오지 않은 응시생들은 엄두를 내기도 힘든 군대식 체력측정이나 다름없었다. 응시생 모두가 취업문을 뚫겠다며 사력을 다했지만 1차 체력검정 측정을 통과한 인원은 응시자의 절반인 55명뿐. ‘체력이 곧 국력’이 아니라 ‘생존수단’임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전북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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