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첫 골을 넣은 포항구장에서 70-70 대기록 명장면 연출
-성남 방출 이후 방황했지만 최강희 감독의 제안으로 제2 전성기 맞아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서른여덟이라는 나이는 운동선수들에게는 현역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무겁다. 특히 온종일 그라운드를 뛰어야 하는 축구선수에게는 이미 은퇴를 선택하거나 지도자의 길로 접어들었을 때다. 하지만 스스로 한국 프로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가는 이동국은 여전히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은 최근 70골-70도움이라는 한국프로축구 역사의 새로운 기록을 남기며 여전히 전진 중이다.

이동국은 지난 17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9라운드에서 MVP로 선정됐다. 그는 이날 킥오프 후 41초 만의 선제골을 포함해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 최초 70돌-70도움을 기록했다.

이동국은 K리그 통산 460경기에 출전해 197골 71도움을 기록 중이다. 특히 그는 불혹을 눈앞에 두고도 과거 전성기 기량을 유지한 채 매 경기 새로운 기록을 작성하고 있다.

더욱이 이동국은 자신의 고향이자 친정팀 포항과의 대결에서 새 역사의 한 획을 그으며 감격을 만끽했다. 이에 그는 경기 후 전북 원정 응원석을 향하는 도중 포항 유스 후배들과 어린이 팬들을 향해 발걸음을 멈추기도 하는 등 스스로에게도 특별했던 소감을 전했다.

이동국은 “고향인 포항에서 기록을 세워 감회가 새롭다. 프로 첫 골도 이곳에서 넣었는데 70-70 기록도 여기서 세웠다”며 “19년 전 이곳에서 데뷔 골을 넣은 상대가 전북이었다. 전북 유니폼을 입고 포항을 상대로 70-70 기록을 세울 줄은 몰랐다. 데뷔 때 열렬히 응원해 주신 포항 팬들을 잊지 않고 있다. 전북 유니폼을 입고 전북 팬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경기하는 것도 감사하다. 늘 기쁘게 생각하면서 뛰고 있다”고 전했다.
  그간 K리거 중 신태용, 에닝요, 몰리나 등이 60골-60도움을 달성했지만 아직 이동국의 기록에 도달한 이는 없었다. 또 염기훈은 59골 97도움, 황진성은 51골 64도움으로 이동국의 뒤를 이을 후보자로 점쳐지지만 여전히 득점수가 많이 부족하다.

이와 더불어 이동국은 통산 200골 고지도 눈앞에 두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동국이 200골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난 21일 기준으로 3골을 추가해야 한다. 그는 올 시즌 21경기에서 5골을 넣었기에 경기당 득점은 0.24골이다.

거의 4경기에서 1골씩을 넣고 있다. 이를 남은 경기 수에 대입하면 이동국은 2-3골 득점이 가능하다. 산술적으로는 37~38라운쯤 200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축구는 데이터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스포츠라는 점에서 이동국이 바로 다음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성공한다면 200골을 달성할 수도 있다.
 
신기록 제조기
통산 200골 달성 눈앞

 
다만 9년 연속 10골 이상 득점할 지는 미지수다. 이동국은 2009년 22골을 시작으로 지난해 12골까지 8년 연속 10골 이상 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도 10골 이상을 넣기에는 다소 힘들어 보인다. 남은 경기에서 5골 이상을 넣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동국에게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이 올 시즌 마지막까지 어떤 깜짝쇼를 보여줄지 기대가 쏠리고 있다. 특히 그가 9년 연속 10골을 넣게 되면 이 또한 한국프로축구사의 또 다른 페이지를 작성하게 된다.

현재 K리그에서 뛰고 있는 데얀(FC서울)이 9시즌 연속 10골 이상을 득점했다. 그는 2007년 19골을 시작으로 올 시즌 16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가 2014-2015년에 K리그를 떠나 있어 9시즌 연속 10골이상 넣은 최초의 선수지만 9년 연속은 달성하지 못했다.

이동국은 “매 경기 주어진 기회를 성실히 임하다 보면 은퇴하는 순간에는 모든 기록을 깰 수 있을 것”이라며 “200골이 아니라 팀 승리에 필요한 골이라는 생각으로 넣다보면 기록은 따라올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라이언킹’ 이동국이 한국축구사의 드라마틱한 기록들을 남기고 있지만 그 역시 늘 탄탄대로를 걸어온 것은 아니다. 다만 그는 오로지 축구를 바라본 집념이 우여곡절을 넘을 수 있었던 동력이자 투지였다.

이동국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이미 태극마크를 달았을 정도로 촉망받는 기대주였다. 1998년 포항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데뷔한 그는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황금시기를 이끌었다. 이후 2010년 7월 17일 30-30클럽 가입 이후 꾸준히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데뷔 20년 만에 대기록의 고지에 도달했다.
 
▲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 이동국 선수(왼쪽부터)
  우려를 득점왕으로 화답…
여전히 현재진행형
 

하지만 프로 선수 20년이 순탄치는 않았다. 그는 베르더 브레멘(독일), 미들스브러(잉글랜드) 등 유럽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아쉬움만 남기고 돌아왔다. 국내리그로 돌아와서 처음 뛰었던 성남 일화(현 성남FC)에서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며 존재감을 잃어갔다.

그러나 그의 손을 잡아준 건 최강희 전북 감독이었다. 이동국은 2009년 1월 성남 일화에서 방출돼 방황하고 있었다. 당시 그를 받아주는 팀은 없었다. 그때 최 감독이 “나하고 한번 해 볼래”라는 말로 그를 다시 그라운드로 이끌었다. 이에 화답하듯 이동국은 전북에 둥지를 틀자마자 21골을 터뜨려 득점왕에 올랐고 팀은 K리그 첫 정상에 올랐다.

당시 최 감독은 “2009년 1월 성남 일화에서 방출된 이동국을 만났다. 재기하겠다는 눈빛이 강렬했다. 그래서 뽑았다. 구단 프런트는 물론이고 팬들도 한물간 이동국을 왜 뽑느냐고 난리였다. 하지만 지금 봐라. 우리 팀의 핵은 바로 이동국 아닌가”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동국의 축구 인생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일각에서는 그의 은퇴 시점을 논하기도 하지만 아직 그가 남길 기록은 무궁무진하다. 당장 이동국의 200골 돌파가 관심사지만 그가 다음 시즌을 뛰면서 골을 기록할 경우 프로축구 역대 최고령 득점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써내려 가게 된다.

이동국은 현재 38세 4개월 19일로 이 부분은 역대 3위다. 최고령 기록은 김기동이 포항 시절인 2011년 7월 9일 기록한 골로 39세 5개월 27일이다. 이어 김한윤이 2013년 10월 27일 기록한 39세 3개월 16일로 2위에 올랐다.

물론 아무리 자기 관리가 철저한 이동국일지라도 언제까지 현역일 수는 없다. 특히 올 시즌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다소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어 스스로도 고민이 많은 시점이다.

한 전문가는 과거 차범근 감독이 은퇴 시점을 정한 기준이 참고할 만하다고 충고했다. 차 감독은 “주위에서는 더 뛸 수 있다면서 은퇴를 말렸다. 하지만 나는 더 잘할 수 있는 자신이 없었고 더 이상 떨어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 물러났다”고 털어놨다. 그는 프로선수로서 팬들에게 더 이상 보여줄 게 없을 때가 은퇴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같은 충고는 아직 이동국에게 적용하기에는 이르다. 그는 여전히 활기차고 승부사이자 베테랑으로서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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