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를 계기로 사실상 새판짜기가 마무리된 한나라당. 하지만 최병렬 대표 체제를 견제하는 세력도 만만찮은 분위기다. 이런 상황속에서 빙모상을 계기로 모습을 드러낸 이회창 전총재를 둘러싼 ‘컴백’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사실 그동안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전총재의 정계은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아 왔다. 이 전총재의 정계복귀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던 것도 그 때문.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전총재의 측근들도 하나둘씩 정치권으로 입성하고 있는 데다가, 이들을 중심으로 한 정치세력화 움직임도 심상찮게 일고 있다. 또 이 전총재도 내년 2월로 예정된 귀국일정을 훨씬 앞당길 것으로 알려져, 이 전총재의 정계복귀 여부는 내년 총선을 가늠짓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측근들 속속 정치권 재입성…팬클럽 ‘창사랑’ 정치 세력화 도모조기귀국 기정사실… “총선 전후 시점서 컴백” 시나리오 나돌아한나라당 안팎에서는 이 전총재의 ‘조기귀국설’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계복귀 여부에 대해서는 일제히 말을 아끼고 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게 일반적 반응이지만, 각 계파별로 이해득실을 따지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빙모상을 계기로 일시 귀국한 이 전총재. 그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이 전총재의 일시귀국은 정치권의 화제가 되고 있다. 게다가 그의 지지모임인 인터넷 사이트 ‘창사랑’측은 이 전총재의 복귀를 희망하는 글들을 각 언론사에 띄워보내며 ‘이회창 향수론’을 부추기고 있다. 이 전총재는 당초 귀국일정(내년 2월)보다 더 빨리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총재 측근들은 대선패배후 국내에 머물러 있기가 부담스러워 미국 스탠퍼드 대학 명예교환교수 활동 명목으로 출국했지만, 이제는 노무현 정부가 어느 정도 틀도 잡히고 당도 전당대회를 마친 상태라서 더 이상 미국에 머물러 있을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며 이 전총재 조기귀국설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실제로 이 전총재의 미체류는 연구활동 때문이라기 보다는 국내 정치여건에 대한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한 측면이 있다. 노무현 정부 출범에 따른 초기 부담과 한나라당 지도체제 개편 등과 맞물려, 국내에 체류할 경우 활동이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 전총재는 빙모상을 마친 후 당분간 국내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전총재가 국내에 머물러 있는 동안 정치권 안팎에서는 그의 정계복귀설이 끊임없이 제기될 전망이다. 이 전총재의 정계복귀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쪽은 당연히 최병렬 대표측. 전당대회를 통해 당체제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최대표 입장에서 보면 이 전총재의 정계복귀설이 나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처지다. 빈소를 찾은 최대표가 “나는 그분이 DJ식으로 정치를 다시 할 분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이 전총재의 정계복귀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여·야 대선자금 공개 논란에 대해 최대표가 ‘특검과 국정조사’를 언급한데 대해서도 “이 전총재의 정계복귀를 저지하기 위한 압박카드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최병렬파’와 ‘이회창파’간의 보이지 않는 미묘한 긴장상태가 조성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한나라당 이 전총재측 한 관계자는 “최대표 입장에서 보면 이 전총재의 정계복귀는 자신의 지분에 대한 도전으로 밖에 볼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며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최대표 체제가 탄력을 받지 못할 경우 특단의 카드로 이 전총재를 모셔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은 “아직까지는 최대표 체제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전총재의 복귀는 어떤 식으로든 불가능하겠지만, 향후 정치권 변화에 따라 복귀 여지는 남아있다”고 전했다.정치권은 이 전총재의 복귀시점을 총선전후로 보고 있다. 총선전으로 보는 쪽은 이 전총재의 지원유세를 기대하는 쪽이고, 후인 쪽은 이겨서 제 1당이 될 경우 노대통령이 약속한 ‘총리추대’ 차원에서다. 하지만 이러한 시나리오는 이 전총재의 본인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나돌고 있다. 정작 이 전총재는 복귀의 ‘복’자만 나와도 얼굴을 붉힌다는 게 측근 전언. 이 전총재의 과거 핵심측근들은 자신들의 총선출마와 관련, ‘창심’을 내심 기대하는 눈치지만, 이 역시 이 전총재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신 이 전총재의 팬클럽인 ‘창사랑’이 ‘창심’을 대신해 정치세력화를 도모하고 있는 분위기다. ‘창사랑’은 이 전총재를 지지하는 순수 네티즌 모임이지만, 이미 여기에는 이 전후보의 최측근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총재 은퇴이후에도 이 모임은 꾸준히 정기모임을 가지면서 철저한 집안단속을 하고 있다. 이 전총재가 국내에 머물러 있었던 19일에도 대규모 모임을 가졌다. 이 전총재의 정계복귀 논란은 총선이 임박해 정계개편과 맞물려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그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정치권 안팎의 ‘이회창 변수’는 여전히 상당한 폭발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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