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민주당 정대철 대표 사이에 냉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노 대통령과 정 대표는 사석에서 형님- 동생할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다. 두 사람은 DJ정권 당시 비주류라는 설움을 겪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노 대통령이 지난 98년 경성비리사건으로 수감중인 정 대표를 찾아가 “형님이나 저나 DJ가 별로 예뻐하지 않는 사람 아닙니까. 그래서 이 고생을 하는 것 아닙니까”라며 위로했다는 말은 지금도 민주당 당직자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두 사람의 이러한 공통점은 정치적 신뢰감으로 이어졌고, 서로 든든한 정치후원자 역할로 발전했다.

정 대표가 후보로 나선 9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에는 노 대통령이 김원기 김상현 김근태 의원 등과 함께 정 대표를 적극 지원했고, 지난 대선때는 반대로 정 대표가 선대위원장을 맡아 노 대통령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대선 승리후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확산됐고, 한화갑 전대표의 사임으로 대표직을 승계받으면서 그는 명실상부한 현 정부 핵심 실세로 급부상했다.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굿모닝시티 분양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정 대표는 검찰의 소환설이 흘러나오는데도 청와대가 적극적인 보호의지를 보이지 않자 곧바로 대선자금 뇌관을 건드렸다. 정 대표가 건드린 뇌관은 예상대로 그 파괴력이 대단했다.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 일자 노 대통령은 15일 문희상 비서실장을 통해, 21일에는 자신이 직접 나서 여야 정치권의 대선자금 공개를 제안하기에 이르렀다.자신이 직접 나서야 하는 상황으로 비화된 만큼 정 대표에 대한 불만도 증폭됐다. 노 대통령은 21일 대선자금 기자회견 모두 발언을 통해 “민주당의 책임있는 인사가 대선자금에 대해 한마디 실언을 한 것을 빌미로 야당은 정치공세를 펼치고 있다”며 정 대표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위기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청와대를 물고 늘어졌던 정 대표의 전략이 결국 두 사람의 각별한 관계와 정치적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단초가 된 것이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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