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칼 ‘후보 검증’ 파문

고건 전국무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주춤했던 이명박 전서울시장과 박근혜 전대표간의 ‘후보 검증’ 공방전에 다시 불이
붙었다. 박 전대표가 직접 나서 연일 후보 검증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것.

“대선 승리를 위해선 예방주사나 백신을 맞는 기분으로 거를 것은 거르고 의문점이나 궁금한 것은 해소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당내 경선도 경선이지만 정작 우리가 싸워야 할 상대는 지난번과 같은 엄청난 네거티브 공세를 펼칠 것이기 때문에 본선에서 이길 준비를 해야 한다.”

‘대세’에 뜨고 ‘병풍’에 좌초
박 전대표의 주장은 분명하다. 한나라당의 집권을 위해 본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후보 검증도 내성을 강게 하기 위한 절차적인 수순이라는 얘기다.

상황이 이러하니 그동안 인터넷 및 시사주·월간지를 통해 제기됐던 ‘이명박 검증’은 공론화의 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전시장의 경우 출생, 이름, 가족에 대한 의혹에서부터 시작해 숨겨놓은 자식, 숨겨놓은 재산, 과거 동업자로서 민·형사 소송을 벌이고 있는 김경준씨 ‘X파일’, 상암동 DMC(디지털미디어시티) 국제비즈니스센터 내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 건설사업 시행권을 둘러싼 의혹 등이 불거졌던 터다.

한편, 박 전대표 진영의 또 다른 관계자는 말한다.

“우리나라 대선은 대통령을 잘 할만한 후보를 선출하는 게 아니라, 선거운동을 잘 하는 후보를 뽑아 대통령을 만들어 왔다.”

‘비교’를 통해 ‘최고의 공인’을 본선에 내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박 전대표 진영에서 주장하는 후보 검증의 영역도 다양하다. 세간에 떠도는 신상에 관한 ‘의혹’은 둘째치고라도, 공인으로서 요구되는 도덕성 및 재산 형성 과정, 대선 후보로서 정체성 및 정책 등에 대한 투명한 공개 및 철저한 검증이 그것이다. 고위 공직자의 임명 절차 중 하나인 ‘청문회’가 모델이다.

박 전대표 진영이 후보 검증과 관련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것에 견줘, 이 전시장 진영은 사태 추이를 관망하며 내달 초 꾸려질‘후보 검증위원회’의 위원 면면과 성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 전시장은 지난 18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한 자리에서 “요즘 정치권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이미 다 검증됐기 때문에 전혀 개의치 않으며, (박 전대표와 감정의) 골도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이 전시장의 한 참모는“후보 검증은 꼭 필요한 과정이지만, 선수와 심판을 구분하지 못하는 박 전대표측의 자세가 문제”라면서 “굳이 선수 중의 한 사람인 박 전대표가 나서지 않아도 경선과 대선을 거치며 후보 검증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는 박 전대표측에서 주장하는 검증의 조건인 공약과 정책에 주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제와 민생’ 행보가 그것이다. 이른 바, ‘무대응 전략’이다. 이 전시장이 대선 후보 사전 검증 논란을 뒤로한 채 다시 ‘민생경제정책탐사’를 시작한 데서도 이같은 전략이 엿보인다. 자신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경제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살려 후보 검증 논란을 피해가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산과 호남, 충청, 대구·경북 등 지역 방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렇다 해도 이 전시장의 표정엔 후보 검증이 불거진 이후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각종 ‘의혹’과 ‘루머’에도 신경을 쓰는 표정이 역력하다. 전직 고검장 및 대법관 등 고위급 법조인들을 대거 영입하는 형태로, 법률 자문단을 꾸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때문에 이 전시장의 무대응 전략이 언제까지 위력을 발휘할지도 정치권의 관심사다.

이미 박 전대표와 이 전시장의 팬클럽이 사이버상에서 상대 주자를 향한 후보 검증 ‘선전 포고’를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전시장의 팬클럽 ‘명박사랑’은 박 전대표 진영에서 사생활 검증 필요성이 제기되자 홈페이지를 통해 “과연 박 전대표는 깨끗한지, 1979년 청와대에서 나온 후 정치에 입문한 1997년까지 사생활 자료를 입수하겠다. 사생활과 함께 정수장학회 강탈 사건도 조사해야 한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만약, 이 전시장 진영에서 대놓고 박 전대표에 대한 후보 검증을 할 경우, 명박사랑이 제기한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게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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