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추적 사례도 ‘가지각색’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국세청이 지난 11일 2억 원 이상 세금을 내지 않은 고액‧상습 체납자 2만1403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번 공개된 명단에서 유지양 전 효자건설 회장이 체납 1위를 차지했으며 법인에서는 건설업체 코레드하우징 526억 원, 학교법인 명지학원에서는 149억 원을 납부하지 않았다. 유명인으로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369억 원을 내지 않았고, 연예인은 구창모‧김혜선 씨까지 명단에 올랐다. 또 위장이혼으로 재산을 숨기고 호화생활을 누리거나 부동산 매매대금을 빼돌려 배우자 명의로 고급아파트를 구입하는 등 고액체납자 재산 추적 조사 사례도 함께 공개돼 세간에 충격을 주고 있다.

고액‧상습 체납자 2만1403명···개인 1만5027명‧법인 6376곳
위장이혼‧재산은닉에 호화생활 만연···신고 시 최대 20억 원 지급
수색 결과, 골드바‧현금 다발‧수표‧귀금속 압류도
국세청, 법적 대응 강화, “적극적인 신고 당부”


국세청은 국세 체납 이후 1년 넘게 내지 않고 버티고 있는 개인이나 법인의 명단을 매년 공개하고 있다. 올해는 기준금액이 체납 3억 원에서 2억 원 이상으로 낮아지면서 공개인원이 작년보다 4748명 늘어났다.

이번에 공개된 2만1403명 중 개인은 1만5027명, 법인은 6376곳 이었다. 총 체납액은 11조4697억 원으로 전년(13조3018억 원)보다 1조 8321억 원 감소했다.

체납액 규모는 2억~5억 원 구간의 인원이 1만6931명으로 전체의 79.2%, 체납액은 6조7977억 원으로 전체의 59.3%를 차지했다.

올해 공개된 고액·상습 체납자 1위는 유지양 전 효자건설 회장으로 상속세 447억 원을 내지 않았다. 2위로는 전 주식회사 이프 실대표자 신동진 씨가 증여세 392억 원을 납부하지 않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같은 회사의 명의상 대표인 김학규 씨는 4위로 증여세 316억 원을 내지 않았다.

법인 중에는 건설업체 코레드하우징(법인 1위)이 근로소득세 526억 원을 납부하지 않았다. 또 학교법인인 명지학원(법인 2위)은 149억 원을 납부하지 않았다. 광물업체인 주식회사 장자(법인 3위)는 법인세 142억 원을 내지 않았다.

유명인 중에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개인 3위로, 보유하고 있던 한 호텔 지분이 검찰의 추징 절차에 따라 공매됐다. 이에 따른 양도소득세 369억 원을 내지 않아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광진 전 현대스위스저축은행 회장(개인 5위)도 증여세 239억 원을 체납했다.

이 밖에 개인 체납자로는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자녀인 유상나‧유혁기‧유섬나 씨가 증여세 115억4300만 원,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은 양도소득세 5억7500만 원을 내지 않았다.

연예인 중에는 구창모 씨가 양도소득세 3억8700만 원을, 탤런트 김혜선 씨는 종합소득세 4억700만 원을 납부하지 않았다.
 
위장 전입에
고미술품 숨기기도

 
국세청은 이번 명단 공개와 함께 고액체납자 재산 추적 조사 사례를 공개했다. 위장이혼으로 재산을 숨기고 호화생활을 누리거나 부동산 매매대금을 빼돌려 배우자 명의로 고급아파트를 구입하는 등 체납을 피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국세청에 따르면 A씨는 고액의 수용보상금을 숨기기 위해 위장이혼을 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혼 후에도 배우자 주소지에 거주하고 있는 사실을 주변 탐문으로 확인하고 위장이혼을 통한 체납처분 회피혐의로 주거지 수색을 했다.

수색 결과, 현금 4억3000만 원과 골드바 3개 등 총 4억5000만 원을 압류했다. A씨는 수색 이후 4억 원을 추가 자진 납부했다.

국세청은 수색과 별도로 지인 등을 이용한 허위매매 부동산에 대한 사해행위취소소송을 통해 18억 원의 채권을 확보하고 관련인을 고발했다.

가족에게 고액의 부동산 양도대금을 은닉하고 수색에 대비해 위장 전입한 사례도 있었다.

B씨는 양도대금 중 수억 원을 배우자와 자녀에게 현금을 증여했다. 국세청은 현금을 인출해 숨긴 수억 원을 확인하기 위해 체납자 주변 사전 탐문 결과, 위장전입을 확인했다.

남편 명의로 취득한 고급아파트를 수색한 결과, 수표 등 4000만 원과 귀금속 65점을 압류했다. 국세청은 B씨에 대해서는 체납처분면탈범으로 고발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타인 명의 사업장에 고미술품을 숨긴 사례도 적발했다.

C씨는 고미술품 수집·감정가로 고가의 미술품을 자녀가 대표자로 있는 법인 등에 보관하는 방법으로 체납 처분을 피했다.

국세청은 체납자가 고액의 미술품 거래를 중개하고 자녀가 대표자로 있는 미술품중개법인을 공동운영하는 혐의를 포착해 조사에 착수했다.

3개월 걸친 현장 탐문을 통해 은닉장소로 추정되는 미술품중개법인 등 6개 장소에 대한 동시 수색 집행한 결과, 미술품 21점, 자택 및 창고에서 미술품 39점 등 감정가 2억 원 상당 총 60점을 압류했다.

D씨는 세무조사가 착수되자 본인 명의로 계약된 8억4000만 원의 전세보증금을 배우자에게 양도하는 방법으로 재산을 숨겼다.

국세청은 체납자가 배우자에게 임차보증금을 양도한 행위를 사해행위로 판단,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국세청은 임대인에게 임차보증금 반환을 요청하여 임차인의 미납 공과금을 제외한 8억3000만 원을 징수하고 D씨를 고발했다.
 
재산 추적 통해
1조 5752억 원 징수

 
국세청은 10월까지 체납자 재산 추적조사를 통해 1조 5752억 원의 세금을 징수하거나 조세채권(국가‧지자체가 조세를 징수하는 권리)을 확보했다.

재산의 해외은닉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 10월까지 고액체납자에 대한 9160건의 출국금지를 요청하고 306건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고의적으로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 등 체납처분면탈범으로 193명을 형사고발하는 등 법적 대응도 강화하고 있다.

국세청은 공개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을 참고해 은닉재산의 소재를 알고 있는 국민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다.

국세청은 체납자의 은닉재산을 제보하여 체납세금 징수에 기여한 신고자에게 5~15%의 지급률을 적용하여 최대 20억 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최정욱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앞으로도 납부 여력이 있음에도 재산을 숨기고 호화롭게 생활하는 고액체납자에 대해서는 현장 수색 및 형사고발 등을 통해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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