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정치 보복이자 법 폭력이다” 일갈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국가보훈처(이하 보훈처)는 재임 기간 주요 비위행위가 발생했음에도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며 박승춘 전 처장과 최모 전 차장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한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정부의 정치 보복이자 법을 수단으로 한 폭력”이라고 반발했다. 보훈처 차원의 ‘적폐 청산’이 본격화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보복성 수사’, ‘전 정권 죽이기’라는 보수의 비판을 면치 못하는 형국이다.

정부 적폐 청산 기조에 보수 ‘뿔났다’
보훈처 “적폐 청산‧정치 보복 아니다”


보훈처는 박승춘 전 처장과 최모 전 차장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하면서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중앙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했다.

또 보훈처는 정기감사에서 불법적 정치활동과 수익사업 등으로 비위행위가 드러난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와 상이군경회 등도 함께 검찰 수사를 의뢰한다는 방침이다.

보훈처는 지난 19일 “호국보훈 교육자료집, 나라사랑재단, 나라사랑공제회, 고엽제전우회, 상이군경회 등 5개 비위 사실에 대한 내부 감사를 실시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보훈처는 고엽제전우회가 지난 2015년 안보활동이라는 명목 하에 ‘종북 척결’, ‘세월호 특조위원장 사퇴’, ‘역사교과서 국정화지지’ 등 고엽제법에서 정한 본래의 설립 목적과 관계 없는 정치활동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월 국정농단 특검팀도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고엽제전우회에 관제데모를 지시한 물증을 확보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사안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보훈처는 이 같이 국회 국정감사와 자체 감사 등을 통해 과거 국가보훈처 업무 중 많은 사안들이 위법‧부당하게 처리돼 왔다면서 수사 의뢰 이유를 밝혔다.

보훈처 관계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이 2014~2016년 총18회에 걸쳐 5억6317만5000원을 계좌이체를 통해 고엽제전우회에 지원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별도의 명목은 있지 않았다. 사용처를 정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고엽제전우회 측은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사용처에 대한 지시는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보훈처 관계자는 전했다.

또 상이군경회의 경우, 국가유공자 등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 제 18조에 따라 보훈처장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 한해 수익사업을 할 수 있음에도 자판기, 마사회 매점 등 일부 사업을 승인 없이 운영한 사실이 지난 5월 보훈처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보훈처가 파악한 미승인 수익사업은 본회 2건, 서울지부 4건 등을 포함해 총 17건이다.

보훈처는 사실상 위탁계약으로 인해 보훈단체 회원의 복지에 쓰여야 할 이익이 제3자에게 돌아가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형법 제356조의 배임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이를 명확히 밝히기 위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것.

또 마사회 자판기 운영 사업이 수익금을 회원 복지사업에 우선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구각유공자 등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에 반하는 ‘수익금의 용도 외 사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도 보훈처는 국정원, 전경련 등으로부터 예산을 지원 받아 만든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이하 국발협) 자료와 호국보훈 교육자료집 DVD 등으로 정치 편향적인 교육을 총괄해,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정치운동금지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담당 사무관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담당과장은 징계시효가 지나 검찰에 고발조치를 했다고 보훈처는 밝혔다. 박 전 처장은 국발협 창설 당시 초대 회장으로 참여한 바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수사 의뢰와 관련해 “정부의 정치 보복이자 법을 위한 수단으로 한 폭력”이라고 반발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지난 20일 ‘문재인 정권은 법위에 군림하며 자행하는 정치보복을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보훈처의 행태를 규탄했다.

전 대변인은 이번 사태를 보훈처 차원의 적폐청산 시도로 보고 “직전 처장을 박승춘 본인의 비위도 아닌 직무유기를 했다는 이유로 그가 일했던 부처까지 동원해 수사를 의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문재인 정권은 자신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 지난 정권의 사람들을 무조건 적폐라 규정하고, 이들에 대해서는 법원‧검찰‧감사원‧인권위 등 각종 급조된 개혁위원회를 총 동원해 궤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게 공안정국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냐”면서 “그런 반면 자신들 편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다”고 일갈했다.

보수 세력의 반발도 거세다. 보수 커뮤니티 등에서는 “정치 보복 치고는 참으로 치졸하다. 산하단체에서 일어난 비리라면 산하단체의 장에게 책임을 물 것이지 관할 부처의 장에게 정치적인 책임 외에 형사적 책임을 묻는 사례는 있을 수 없는 일” “인민재판 그만둬라” “없는 죄 만들어 교도소에 보내려 악을 쓴다” “애국자는 전부 수사대상이냐” “김정은이 숙청하는 수준” “전 정권 죽이기” 등의 비판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대변인은 20일 검찰 수사 의뢰 관련 현안 브리핑을 통해 “보수정권 9년 집권기간 동안 국정원, 군에 이어 국가보훈처 및 관련 단체까지 동원해 정치개입을 일삼았다”면서 “박 전 처장의 비위행위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보았을 보훈처가 스스로 문제를 파헤치고 전임 기관장을 고발했다는 점에서 이번 수사 의뢰는 일견 당연한 수순”이라고 밝혔다.

보훈처 대변인실 관계자는 “(적폐 청산 작업은) 아니다. 일부 언론에서 (적폐 청산이라) 얘기하고 있지만 (보훈처 차원에서는) 이전부터 문제 제기가 됐던 부분이다. (또) 여러 단체‧언론에서도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던 사안”이라며 “국정감사 기간에도 문제(지적)됐던 것들이 하나둘씩 (실체가) 드러나면서 순차적으로 내부감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 종합적인 부분들을 모아 (이번) 결과를 보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정치 보복이) 아니다. (이전까지) 회계 내용에 대해 제대로 확인을 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동안 권한이 없었던 것”이라며 “2016년에 처음으로 법 개정이 되면서 회계감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겨 확인이 (수사 의뢰가) 가능했던 사안이다. 그 전에는 일상감사라고 해서 매년 한 번씩 정부보조금이 나가는 금액에 대한 부분에서만 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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