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위병 내세워 불신과 갈등 자초하는 적폐 청산
홍위병 내세워 불신과 갈등 자초하는 적폐 청산
  • 정용석 교수
  • 입력 2018-01-05 20:12
  • 승인 2018.01.05 20:12
  • 호수 1236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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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을 위해 홍위병 역할을 하는 “적폐 청산 태스크포스(집행팀:TF)”를 전면에 내세운다. 정부는 지난 보수우익 정권 정책들을 “적폐”로 몰아 청산하기 위해 여러 형태의 위원회들을 급조했다. ‘공론화위원회’니 ‘정책혁신위원회‘니 하는 따위가 그것들이다. 이 위원회들은 적폐 청산을 위한 TF로서 지난 정권의 정책들을 뒤엎고 관련자들에게 겁을 주는 홍위병 역할을 한다.  
단적인 사례로 통일부의 ‘정책혁신위원회’라는 TF를 들 수 있다. 이 TF는 12월28일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통일정책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12.28 TF 보고서는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과 이명박 정부의 5.24 대북 제재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결정 전에 외교안보수석을 통해 통일부 장관에게 개성공단 ‘철수방침을 통보했다.’며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했다. 절차상 하자가 있었으니 무효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김대중·노무현의 남북정상회담 추진 등 주요 대북정책 결정도 대통령의 결정으로 이뤄졌다. 개성공단 폐쇄가 잘못되었다는 트집은 남북관계를 모르는 무지의 소치이거나 친북에 빠진 편견 탓이다. 또 문 대통령의 개성공단 재개 대선 공약을 정당화하기 위한 견강부회에 지나지 않는다. 그 밖에도 TF는 개성공단 임금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전용됐다는 당시 설명이 ‘추측에 불과했다’고 했다. 북의 개성공산 임금 전용에 대해선 모든 나라들이  의심치 않는다. 그런데도 TF만이 ‘추측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들의 국적은 어딘지 묻고 싶다. 
TF 보고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5.24 대북 제재 때문에 “남북 경제협력기반이 훼손됐다”며 5.24 제재 해제를 주장했다. 5.24 제재는 북한의 잔혹한 천안함 폭침에 대한 평화적이며 경제적인 응징이었다. 그런데도 5.24를 풀라고 했다는 것은 우리 해군 함정이 피침당하건, 국민이 학살당하건 북한에 계속 퍼주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자유한국당은 “편향된 인사들의 편향된 결론”이라고 성토했다. 실상 TF 구성원 9명 대부분은 친북좌편향 학자거나 대북지원단체 출신들로서 북으로 기운 사람들이다. 그들의 5.24 해제 주장은 5.24 해제를 요구한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뒷받침해주기 위한 또 다른 견강부회로 간주된다.
외교부도 마찬가지다. 외교부의 ‘한일 일본군위안부피해자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는 12월27일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외교부 TF는 2015년 12월 채택된 한·일위안부 합의서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가 위안부에 대한 일본 측의 법적 책임 확답을 받아내지 못했고 일본 요구대로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 표현을 받아들였다고 비판했다. 또한 일본의 주장대로 ‘성노예’라는 말을 더 이상 쓰지 않기로 비공개 합의가 있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국가간의 비공개 합의를 일방적으로 까발리는 건 국가의 대외신뢰도를 죽이는 자해행위가 아닐 수 없다. 외교부 TF 보고서도 국가이익이 아니라 오로지 한일위안부 합의 무효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문 대통령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습작에 지나지 않는다. 
새 정부는 ‘편향된’ TF를 내세워 집권세력 입맛대로 여론몰이를 한다. 중국의 마우쩌둥(毛澤東)이 문화대혁명을 일으켜 도전과 반대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홍위병을 동원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적폐 청산’을 위한 홍위병 동원은 정권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국민들 간의 갈등을 조장한다. 새 정부의 정책 책임자들은 뒤로 숨고 TF 이름의 홍위병을 앞세워 보수 정권의 정책을 ‘적폐’로 몰아가는 건 비굴하다. 뒤로 숨지 말고 국민 앞에 나서서 새 정권의 진보좌편향 정책을 당당히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이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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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석 교수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