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하면 설탕과 프림이 잘 녹은 황갈색 밀크커피를 떠올리던 대한민국이 어느 순간부터 향이 진하고 부드러운 블랙커피를 떠올리게 되었다.
 
지금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커피메뉴는 아메리카노이다.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미국에서 들어온 커피메뉴다. 아메리카노는 america + no 로 이탈리아식 단어이다.
 
제 2차 세계 대전 때 유럽 사람들은 에스프레소 형태로 마시는데 미국인들은 에스프레소에 물을 타 희석시켜 마시는 모습을 보고 이탈리아 군인들이 별명처럼 붙여준 데에서 유래를 하였다고 한다.
 
그 이후 미국의 스타벅스는 이탈리아의 커피문화를 새롭게 재해석하여 세계로 퍼트렸다. 스타벅스는 동일한 맛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강하게 태운 원두로 커피를 내려 가장 미국적인 커피를 전 세계에 선보였고 우리나라에도 1호점이 들어오면서 한국 커피문화에 큰 변화를 주는 도화선이 되었다.
 
미국에 커피가 정착 하게 된 시기는 오래되지는 않았다. 처음 전해진 시기는 1662년도이지만 커피의 대중화는 1773년 보스턴 차(茶) 사건 이후이다. 유럽보다 100여년이나 늦은 시기이지만 미국은 여러 나라로 미국식 커피문화를 깊숙하게 전파시켰다.
 
커피는 미국에서도 여러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남겼다. 비록 역사는 짧지만 미국의 독립과 역사 의 중요한 순간에 종종 등장을 하는데 특히 전쟁에서는 그 역할이 병사들의 중요한 무기와도 같았다.
 
남북전쟁에서 커피는 군사들의 매우 중요한 보급품 중 하나였다. 전략적으로 승리를 이끌기 위해 커피를 마셨는데 아침에 병사들이 커피를 마시면 그날의 전투에서 승리를 할 것으로 믿고 병사들한테 음용을 권하였다고 한다.
 
실제로 북군 병사들은 물통에 담아 수시로 커피를 마시면서 각성상태를 유지하였고 극에 달하였을 때 공격을 하게끔 하여 전쟁의 승기를 잡았다.
 
반면 남군은 전쟁기간동안 커피를 거의 보급 받지 못하였는데 북군의 수장인 링컨대통령이 전쟁 초반 남군지역의 항구를 봉쇄하였기 때문이다.
 
커피공급을 받지 못하게 된 남군은 커피에 굶주리자 대체할 들판의 허브를 뜯어 끓여먹기도 하였으며 휴전기간이 되면 북군에게 매달려 커피를 달라고 조르기도 하였다고 한다.
 
또 무기를 개조하여 커피를 빨리 마실 수 있도록 하였는데 소총의 밑, 일명 ‘개머리판’에 글라인더를 장착하여 전투 중에 커피를 갈아 마실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런 소총은 주로 저격수들한테 보급이 되었는데 장시간 기다려야 하는 저격수들한테는 각성효과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중 ‘샤프스 소총(sharps rifle)’은 적중률도 높고 글라인더가 장착되어 커피를 마시며 싸우는 총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때 사용되었던 샤프스 소총은 미국 매사추세츠의 한 박물관에 보관되어 지금까지도 커피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19세기 초 커피는 미국의 골드 러쉬와 개척의 열풍 속에서도 사랑을 받았다. 끝이 없는 광활한 대지를 지나려면 자연스럽게 야영과 캠핑을 해야하는데 특히 들판을 거닐던 카우보이들은 야영을 하면서 추위와 졸음을 물리치기위해 커피를 즐겨 마시곤 하였다.
 
그들은 천으로 만든 주머니에 커피가루를 넣고 냄비에 물과 함께 끓여 마셨다. 그 이후 커피를 담은 주머니에 뜨거운 물을 흘려 내리는 지금의 드립방식으로 발전하였는데 기존에 방법보다 향미를 좀 더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카우보이 커피’라고 불렸으며 양말처럼 주머니가 늘어졌다고 해서 일명 ‘양말커피 (‘sock's coffee)’라고도 불렸다.
 
20세기에 들어 커피를 좀 더 빠르게 즐기고 싶은 마음은 인스턴트 커피의 개발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 인스턴트 커피도 마찬가지로 전쟁을 통해 발전하였다.
 
치열한 전쟁터에서 뜨거운 물만 부으면 빠르고 간단하게 마실 수 있는 군량품이던 인스턴트 커피는 군인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았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고향으로 돌아간 군인들에 의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또 아메리카노와 유명한 카페들의 프랜차이즈화가 일어난 시기이기도 하다.
 
요즘 여러 기사에서 블루 보틀의 한국 진출에 대한 기사가 뜨고 있다. 블루 보틀은 미국의 제임스 프리먼이 만든 최고의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스페셜 티 커피브랜드로 커피계의 애플이라 불리며 이미 한국에서도 많은 애호가들을 확보해놓은 기업이다.
 
스타벅스의 획일적인 맛에 반기를 커피애호가들을 중심으로 스페셜 티 커피로 제대로 된 커피원두의 본연의 맛을 즐기자는데 공감대를 이루며 각광을 받고 있다.

역동적이고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개척의 상징 미국. 비록 커피에 대한 역사는 짧지만 다양한 색의 커피문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로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낼지 기대가 된다. 

이성무 동국대 전산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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