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수장들, 새해 벽두부터 자존심 건 싸움 시작
은행권 수장들, 새해 벽두부터 자존심 건 싸움 시작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8-01-12 19:11
  • 승인 2018.01.12 19:11
  • 호수 1237
  • 38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의 디지털화 두고 위성호·손태승·이대훈 등 전략 대결 中
왼쪽부터 이대훈, 위성호, 손태승 은행장
무술년 새해를 맞이한 은행장들의 자존심 싸움이 벌써부터 시작된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우리나라 은행 시장은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디지털뱅킹(모바일·PC뱅킹) 서비스 이용 증가 등을 통해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주요 은행장들 역시 시장 상황과 발맞춰 은행의 디지털화에 집중하겠다는 것인데, 모두 같은 꿈을 꾸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경쟁이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또 이들이 바라는 은행몽(銀行夢)은 누가 먼저 이룰 수 있을지 관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은행 출범·디지털뱅킹 증가 등 영업환경 격변
변화된 시장을 잡아라…IT 조직 개편·앱 개발 등 박차


4차산업혁명을 앞둔 금융 환경은 간편결제, 간편송금, P2P(개인 간) 대출과 같은 금융기능 분화가 진행됨에 따라 디지털 영업이 가속화되고 있고, 비금융사들의 금융 영역 진출로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장이 2018년 신년사를 통해 “먼저 4차 산업혁명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디지털 혁신을 주도해 나가야겠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위기의식에서 출발한 발언이다.

또 실제 주요 시중은행장들과 지방 은행들은 너나할 것 없이 디지털 선도 역할을 해내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자존심을 걸고 변화된 시장 점유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가장 먼저 신년사를 발표한 허인 국민은행장은 취임사에서 밝혔던 경영 전략 중 하나인 ‘고객 중심 KB'를 지속적으로 실천하겠다고 나섰다. 은행 경영의 중심에 고객이 있어야만 고객이 믿고 신뢰하는 국민은행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24시간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고객 친화적인 영업 인프라를 완성시키겠다고 언급했는데, 고객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 개인화 서비스 혁신을 이끌고 고객관리 제도를 정비해 개인·법인 고객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신한은행은 위성호 은행장의 주도 아래, 이른바 슈퍼앱을 통한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 사업 구축 초읽기에 들어갔다. 신한은행은 올해를 디지털 영업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신한은행은 신한S뱅크와 써니뱅크 등 기존 모바일 앱을 통합한 슈퍼앱 개발을 진행해 왔다. 특히 슈퍼앱은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로젝트 중 한 가지로 신한은행의 디지털 역량을 총동원해 개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때문에 슈퍼앱의 정확한 정보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슈퍼앱이 자동차, 부동산 등 다양한 금융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심화된 경쟁 속에 리딩뱅크로 전략으로 모바일 통합플랫폼 구축에 전력투구하고 있다는 분석도 따른다.

모바일앱 하나로 부동산, 쇼핑, 교통, 간편결제 등을 처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선보임과 동시에 인공지능 음성뱅킹서비스 등 새로운 서비스가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위성호 은행장은 ‘Rede fine 신한, Be the NEXT’를 선포하고 가장 역점을 둬야 하는 분야로 디지털과 글로벌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빅데이터 기반 마케팅과 새롭게 선보일 슈퍼앱을 통해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금융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우리은행 역시 디지털 역량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올해 경영목표 중 하나로 차별화된 금융플랫폼을 구축해 디지털시대를 선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은행은 글로벌영업에 디지털을 접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25개국 300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디지털화하기 위해 해외 IT(정보기술)와 핀테크사업을 전담하는 글로벌디지털추진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KEB하나은행 역시 지난해 11월 블록체인기술을 활용한 글로벌 통합 디지털 자산 플랫폼인 GLN(Global Loyalty Network)를 구축했다. 고객의 금융자산을 통신로밍서비스처럼 휴대전화로 자유롭게 전환·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다만 올해 하나금융지주는 디지털화 중심 전략을 사람으로 잡고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사업보다 사람을 바라보고 기술보다 삶을 먼저 봐야 한다는 뜻인 만큼 고객의 금융 생활에 맞게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고민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대훈 NH농협은행장도 은행권 디지털 전쟁에 참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이 올해 디지털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점을 밝히면서 “핀테크 기반의 콘텐츠와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디지털 금융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협은행의 올해 목표는 ▲ 고객중심경영 ▲ 디지털시대 대응 ▲ 건강한 은행 구현을 위한 부문별 달성 등이 포함돼 있다. 무엇보다 농협은행은 2020년까지 안정적으로 순이익 1조 원 이상을 창출할 수 있는 국내 3대 은행 도약 을 목표로 삼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은행은 디지털 혁신 인재 1만명 육성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디지털 기술 분야 인력비중 역시 20% 수준까지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이 “디지털 금융 분야는 인재확보와 혁신기술 도입, 플랫폼 구축 등 모든 영역으로 경쟁이 확산하고 있다”면서 올해 디지털 인프라 및 전 직원의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선언한 데 따른 움직임이다.
 
결국 대부분의 은행권 수장들이 나서 디지털 강화를 역설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가 향후 몇 년간의 은행권 순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원년이 되지 않겠냐는 시각도 많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많은 은행들이 점포를 통·폐합하는 배경 역시 영업의 디지털화 때문”이라면서 “그만큼 은행권 영업 환경 대부분이 변했고, 앞으로의 성적은 누가 어떤 플랫폼을 내놓느냐의 싸움이라는 것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모든 은행이 디지털 시장을 향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 가운데, 한 가지 변수가 있다면 디지털 시대의 속도를 따라가기 버거운 고연령층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다”면서 “해당 이용자들을 누가 먼저 잡는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디지털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은 지방은행들도 똑같다. 정기인사에서 디지털, IT부문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은 물론, 조직 개편 역시 신사업 동력을 얻기 위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JB금융그룹 전북은행은 조직개편을 단행했는데 디지털 전략부와 디지털 사업부로 구성된 디지털 본부를 신설했다. 디지털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개편이라는 해석이다.

광주은행도 디지털 본부를 신설했다. 두 은행 모두 디지털화한 조직을 통해 신규 사업 분야를 넓히고 현장 영업조직을 강화해 경영 효율성을 높인다는 경영 전략이다. 

DGB금융지주의 인사와 조직개편도 디지털 중심이다. IT기획부를 디지털금융부로 확대 개편하고 계열사 대구은행도 플랫폼사업팀을 신설하는 등 디지털 금융 시대 준비에 여념이 없다.

대구은행과 BNK금융지주도 일찍이 인사와 조직개편을 마쳤다. BNK금융지주는 그룹의 4대 핵심사업으로 자산관리(WM), 기업금융(CIB), 디지털, 글로벌 부문을 주목하고 있다. 결국 은행권 디지털 경쟁은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해도 무방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