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대용신탁이라 함은 위탁자가 자신의 재산을 수탁자(금융회사, 신탁회사)에게 맡기고 살아있을 때는 운용수익을 받다가 사망 이후에는 미리 계약한 대로 자산을 수익자에게 상속 혹은 배분하게 하는 계약을 일컫는다. 이는 지난 2012년 신탁법 개정으로 인해 미국의 Trust법을 모델로 하여 도입된 제도로서 피상속인이 생전에 금융기관과 신탁계약을 맺어 사후 재산분배 및 처분 등을 맡기는 것이다. 피상속인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금융기관이 피상속인이 신탁한 예금과 채권, 부동산 등 자산 관리를 맡고, 피상속인이 사망하면 그 금융기관이 신탁계약의 내용에 따라 재산상속을 집행한다. 복잡하고 엄격한 요건과 절차를 따지는 유언에 비해 신탁계약을 통해 유연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상속계획을 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언대용신탁의 장점 중 가장 특이한 점은 상속이나 생전 증여처럼 한 번에 재산을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조건이나 시기를 선택하여 재산을 처분하거나 운용수익을 분배하여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마치 피상속인이 사망 후에도 계속하여 수탁회사를 통해 재산을 운용할 수 있는 효과가 나타나므로, 자산가들에게 상당히 인기를 끌 수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미국의 낭비자신탁(spendthrift trust) 제도

미국의 신탁법(Trust law)에는 심지어는 소위 ‘낭비자신탁(spendthrift trust)' 제도가 있다. 예컨대 부친이 100억 원의 재산가인데 유일한 상속자인 20세 된 아들에게 도박 및 낭비성향이 있다고 하자. 아버지가 살아있는 동안은 매달 용돈으로 일정액을 지급하여 왔는데 갑자기 사망할 경우 낭비벽이 있는 아들이 이를 일시에 상속받아 수년 안에 모두 탕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아버지는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자신의 재산을 신탁회사에게 신탁을 하면서, 아버지의 생전에는 수익자를 아버지 자신으로 해서 일정금액을 신탁회사로부터 지급받아 그 중 일부를 아들에게 증여하고, 아버지가 사망할 경우에는 예컨대 아들이 50세에 이를 때까지는 매달 500만 원씩 지급하다가, 아들이 50세가 되는 날에 나머지 재산을 일시에 모두 증여하도록 하는 신탁 방식이 바로 낭비자신탁(spendthrift trust) 제도이다.

우리나라 개정 신탁법 내용과 문제점

 이러한 낭비자신탁 역시 유언대용신탁의 일종으로서 우리나라 신탁법에 의해서도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신탁법 59조의 ‘유언대용신탁’와 동법 60조의 ‘수익자연속신탁’ 제도가 있다. 수익자 연속신탁의 경우 신탁자의 사망과 동시에 수익자가 지정되도록 할 수 있고, 그 수익자가 다시 사망할 경우 연속해서 수익자를 지정할 수도 있다. 예컨대 아버지가 자신의 재산을 신탁한 뒤 자신의 사망 시에 사실혼에 있는 처에게 수익권을 주어 매달 정기적으로 일정액을 받게 하고, 그 사실혼녀가 사망할 경우 나머지 재산을 자신의 친아들에게 일시에 물려주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러한 수익자연속신탁 방식을 통해 가족들 간의 불화를 사전에 합리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유언대용신탁과 수익자연속신탁의 경우 앞으로 해결해야 할 법적 문제가 산적해 있다. 먼저 유류분권의 침해와 상속 및 증여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신탁을 할 당시 증여세를 부과할 것인지, 아니면 신탁회사에서 수익자에게 재산을 지급할 당시에 상속세나 증여세를 부과할 것인지, 공동상속인 간의 유류분 침해가 있을 경우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정해야 하는 것인지 등에 관한 세부적인 입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유류분 제도 자체가 없으므로 유언대용신탁과 충돌할 여지가 없지만 우리나라는 유류분을 인정하고 있어 법적 해결 방법이 상대적으로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신탁재산에 대한 재산세의 납세 의무자에 관하여는 2014. 1. 개정된 지방세법 제107조를 통해 종전의 위탁자에서 수탁자로 변경하였다. 신탁재산은 대외적으로는 수탁자의 소유로 취급되기 때문에 재산세 납세의무자도 수탁자로 보는 것이다. 이 경우 수탁자는 예상되는 재산세를 포함해서 신탁비용을 책정해 신탁자와 신탁 계약을 체결할 것이다.

유언대용신탁의 법적성질 : 유언 아닌 계약의 일종

유언대용신탁의 법적 성질은 피상속인이 언제든 내용을 변경·철회 할 수 있는 ‘유언'이 아닌 ‘계약'이기 때문에 피상속인이라도 계약 내용에 반해 해지할 수 없다. 최근 의정부지방법원에서는 유언대용신탁을 한 위탁자가 ‘신탁계약 해지를 위해서는 수익자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특약을 했다면 위탁자도 신탁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2015가합71115 판결). 이 사건은, 치매 증상이 있는 전모(70대·여)씨가 H은행을 상대로 “유언대용신탁계약을 해지하니 재산을 돌려달라"며 낸 신탁계약 무효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원고가 패소한 경우이다. 재판부는 “위탁자인 전씨가 H은행과 신탁계약을 맺을 때 사후 수익자인 자신의 딸 4명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정했는데 이러한 계약을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결국 위탁자가 계약 당시 자신의 재산을 보호하고자 특약을 설정했기 때문에 위탁자라 하더라도 계약의 내용에 반해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유언대용신탁과 관련한 소송에서 시금석이 될 사건으로서 유언대용신탁이 친족상속법상 유언의 일종이 아니라 신탁법상 신탁계약의 일종이라는 법적 성질을 명백하게 밝힌 첫 케이스다.

신탁업법 개정 논의 - 신탁회사 조건 
완화(인가에서 등록으로) 


2009년 자본시장법에 흡수돼 통합·폐지되었던 신탁업법이 올해 다시 자본시장법에서 분리될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서 추진하려던 신탁업법 개정안에는 수탁재산의 범위를 확대하고 인가기준을 낮추는 등 신탁업을 활성화하는 다양한 방안들이 포함되었다. 그동안 은행은 신탁업법 별도 분리를 요구했으나 증권업계는 자본시장법 내에서 신탁업 활성화도 충분하다고 강조해 왔다. 로펌과 의료서비스 업체들이 유언대용신탁 등 신탁업을 하려면 자본시장법상 신탁업자로 인가받아야 하는데 자유로운 진입과 운용을 위해 인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전환하기 위해 신탁업법 별도 제정을 추진해왔다. 그동안 신탁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종합신탁의 경우 자기자본으로 250억 원이 요구되어 왔다. 하지만 개정 신탁업법에 의하면 그 기준을 낮춤으로써 상속세제 전문 로펌의 유언신탁 겸영이나 치매요양 전문 의료법인의 신탁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재 신탁업법 개정에 관하여는 은행과 증권사 간의 치열한 이권다툼으로 인해 입법화가 실현될지 아직 미지수인 상태이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現)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現)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現)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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