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차기 대표설 나도는 가운데 총선출마 여부 저울질JP후퇴 종용 위해 총선 불출마 카드 꺼낼 가능성도 점 쳐져 심대평 충남도지사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내년 총선에서 충청표를 좌우할 변수 중의 하나가 심 지사의 거취문제. 자천타천으로 자민련 차기 대표설이 나돌고 있는 심 지사가 내년 총선에 출마할지 여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민련 일각에서는 ‘JP의 2선 후퇴- 심 지사 대표 최고위원 및 집단 지도체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 심 지사도 ‘총선 불출마’ 등을 카드로, JP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 정치 상황에서 가장 소외(?)받고 있는 정당은 자민련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공통된 시각. 신당 출범 이전까지만 해도, 자민련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며 재미를 톡톡히 봐왔다. 그러나 원내교섭단체도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신당의 출현으로 자민련은 제4당으로 전락, 그만큼 정치권에서 차지할 지분이 줄어들게 됐다. 이에 자민련이 절치부심하며 기다리고 있는 것이 내년에 치러질 17대 총선.자민련은 차기 총선에서 충청권 맹주의 위상을 회복, 무난히 교섭단체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김종필 자민련 총재(이하 JP) 등이 내민 카드가 ‘심대평 도지사의 역할론’이다.JP는 그동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심 지사가 이제는 중앙무대에 진출할 때가 됐다”며 “심 지사의 역량과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하고, 이에 따른 뒷받침도 해 줄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JP로서는 내년 총선에서 심 지사를 자민련 당 간판으로 내세워, 충청권 텃밭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인 셈이다.그러나 심 지사의 행보는 아직 ‘정중동’. 심 지사는 그간 “현재로서는 내년 총선에 나갈 생각이 없다”며 ‘불출마’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면서도 “몸담고 있는 자민련이 몰락한다면, 여건이 성숙되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조건부 출마의사도 내비치고 있다.정치권에서는 심 지사가 ‘JP의 2선 후퇴’ 등을 포함한 자민련의 변화를 지켜본 뒤 출마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는 현재의 자민련 상태로는 심 지사가 출마하더라도 충청권 표결집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치권에서는 JP가 건재한 마당에, 내년 총선을 치를 경우 심 지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기껏해야 의석 하나 채우는 것에 불과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심 지사가 ‘불출마 선언’ 등 모종의 결단을 내려, JP를 압박할 공산이 큰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내다보고 있다.심 지사가 ‘불출마 선언’을 할 경우, 이는 여러 가지 포석이 깔려 있을 가능성이 높다.

우선, 자민련 내부의 동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심 지사의 출마를 전제로, 총선에 참여하려했던 충청권의 기초자치단체장들의 행동에 제약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심 지사의 불출마는 곧 충청지역 단체장들의 연쇄 불출마로도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 이에 맞춰 자민련에 대한 충청지역 표심에도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JP의 2선 후퇴와 심 지사의 전면 부상을 기대해 왔던 충청 지역의 민심이 심 지사의 불출마 선언으로 크게 흔들릴 것이란 관측이다.지금까지 충청지역 정가에서는 줄기차게 JP의 2선 후퇴를 요구했으나 JP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다. 거기다가 JP가 심 지사에 힘을 실어주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데 대한 서운함으로 심 지사가 불출마라는 강수를 들고 나오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만일 심 지사가 행동을 결행한다면, 개혁을 요구하는 자민련 인사들도 이에 동참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그간 자민련 일부에서는 “JP의 2선 후퇴와 심 지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인물을 영입,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JP의 2선 후퇴, 심 지사를 중심으로 한 집단지도체제 구성, 새로운 인사 영입 등 전반적인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 한 자민련은 회생불능의 상태가 될 것”이라며 “이는 당 지도부도 잘 알고 있다. 만일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내부 동요가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또 다른 일각에서는 심 지사가 불출마 선언을 할 경우, 이는 정치적 한계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4당 구도로 짜여 있는 정치지형 속에서 ‘심지사의 역할론’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심 지사를 흔들리게 하고 있다는 것. 이와 함께 심 지사가 60세가 넘은 데다 당선된다 하더라도 ‘초선’으로서 자민련을 이끌고 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현실적인 부분도 불출마를 결심하는데 일정 부분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에 따라 심 지사는 내년 총선 출마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충남도지사로서 역할을 마무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심 지사가 불출마 선언 등의 강경 행동으로 나올 경우, JP가 어떤 결론을 내릴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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