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이후 불안한 ‘한반도의 봄’
평창 이후 불안한 ‘한반도의 봄’
  • 우종철 자하문연구소장
  • 입력 2018-02-14 15:19
  • 승인 2018.02.14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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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남북 정상회담 카드를 꺼낸 이유는 무엇일까. 김정은의 선의(善意)일까? 아니다. 그것은 국제대북제재에 따른 경제난과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사용할 가능성이 커지자 상황이 급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어쨌든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외교’는 정점에 달하게 되었지만, 평창 올림픽 이후 ‘한반도의 봄’이 생각보다 길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당장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4월 초에 재개될 것이고, 북한이 반발해 미사일 발사 등으로 도발하면 힘겹게 복원된 남북대화 모멘텀이 ‘평창 쇼’로 끝날 수 있다. 또한 김정은의 방북 초청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가 배제된 정상회담은 북한의 ‘핵 있는 평화’를 용인해주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핵 폐기’가 남북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
 
그동안 평화 불씨를 살리기 위한 문 정부의 일련의 외교행보는 한·미·일 공조에서 이탈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정부는 김정은의 신년사 발표 이후 남북 대화를 제안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고, 일본의 독자 제재 대상인 만경봉 92호의 입항을 위해 제재 유예를 결정할 때도 사전에 일본에 알리지 않았다. 이러한 외교 참사는 가까운 시일에 한·미·일 공조 파기 청구서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미국은 전쟁으로 세계 패권을 유지하는 나라다. 자국(自國)에게 위협이 되면 만난(萬難)을 무릅쓰고 전쟁을 감행하는 나라다. 정부는 미국이 대북 선제타격등 군사옵션 준비를 검토하는 상황을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정부는 ‘김정은의 입’을 자처하며 북한의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 미사일 문제로 대한민국 안보가 6·25 전쟁 이후 최악이라는 점을 한시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미국발 군사옵션을 막고, 한반도 전쟁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해법은 위기에 처한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인류 보편 가치인 북한인권 문제 해결에 앞장서며 대북압박을 강화하는 길 뿐이다.
 
남북 대화는 문제 해결의 시작이지 종착역이 아니기 때문에 큰 국면 자체를 바꾸기는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주변 4강 외교의 큰 구도 속에서 키 프레이어들과 연대해야 한다.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이 친북 친중으로 내달리고 있는 정부와 한미동맹을 불신하면 운신할 폭이 좁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미국의 일관된 입장은 대북 압박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핵·미사일을 고수하며 대북 제재를 대남 카드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김정은의 위장평화공세 뒤에 숨겨진 ‘가면 속의 민낯’을 직시하는 것이 우선이다. 평창 참가로 제재 완화나 더 강한 제재 억제→ 남북정상회담 제시→ ‘한·미 연합훈련 재개 시 남북 정상회담 보이콧→ 한·미 간에 갈등 증폭→ 제2 촛불시위로 남남갈등 유발 등의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모멘텀을 이유로 한·미 연합훈련을 추가적으로 연기하자고 요청하면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미대화’와 ‘최대한의 압박’ 정책에 정면 반대하는 꼴이 돼버린다. 여기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한·미 연합훈련 연기나 축소는 비핵화의 성과나 이행조치가 나올 때 쓸 수 있는 본 협상 카드여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은 북한이 한반도 상황의 주도권을 쥐고 흔들고 있는 형국이다. “주도권 전환을 위해서는 대북압박 제재 효과에 근거한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주장을 살펴보자. 북한의 무역의존도((북한의 대외 무역액+남북 교역액)/북한 국내총생산)가 2014년 52%에 이르렀는데, 같은 해 세계 각국의 평균 무역 의존도는 60%다. 김 교수는 “북한은 더 이상 폐쇄 경제가 아니라 무역을 통해 먹고 사는 나라다. 제재로 수출액이 줄어들면서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올림픽 이후 최대한의 대북 압박 캠페인을 통해 제재가 완전히 효과를 내기 시작하는 시점에 협상을 마무리하는 게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다리와 팔을 잃고 북한을 탈출한 지성호씨, 영양실조로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는 20만 명의 북한 어린이들. 이것이 바로 평양의 체제선전장으로 전락한 평창 올림픽에 가려진 “자국민을 가두고 고문하며 굶주리게 하는” 북한 폭압정권의 실체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는 핵을 지키려는 시간벌기 전술이다. 이제는 들뜬 마음을 잠시 가라앉히고 올림픽 이후를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정부가 소기의 성과를 내기 위해 “핵동결도 북핵문제 해결이 아니냐”는 식으로 목표를 슬그머니 낮출 경우에는 우리 안보에 있어서 대(大)재앙이 초래될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비핵화’라는 목표가 흔들리지 않도록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회담을 위한 회담은 안 된다. 현재로선 이완된 한미동맹 강화가 남북관계 개선보다 더 중요한 목전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