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만 정치인 될 것” vs “국민 심정 느껴 봐야”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국회의원 급여를 최저시급으로 책정해 달라.” 이는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의 제목이다. 14일 오전까지 27만3308명이 청원에 참여할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추천 수가 20만 건을 넘어서 정부의 답변을 받게 된 형국이다.

국회의원 한 해 ‘2억’ 받아···일반수당만 646만 원
‘부자 국회’ ‘제왕적 국회’에 분노···정치개혁 목소리 ↑


지난달 15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국회의원 급여를 최저시급으로 책정해 달라”라는 제목으로 한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에 참여한 사람은 14일 오전 기준 27만3308명을 기록했다.

해당 청원은 올해 최저시급이 인상됐으나 일부 야권 국회의원들이 반대 의견을 표명하자 이에 반발해 등록된 것.

청와대 국민청원은 30일 안에 추천자 20만 명을 넘어서면 청와대의 수석, 각 부처의 장관 등 책임 있는 관계자가 한 달 이내 답변한다.

해당 청원은 청와대 답변 하한인 ‘한 달 내 20만 명 이상’ 기준을 하루 전날(지난 13일) 충족한 이후 추가 참여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결국 정부의 답변을 받게 된 상황이다.
 
청와대는 세비 못 건드려
 
해당 청원자는 “최저시급 인상 반대하던 의원들로부터 최저시급으로 책정해주시고 최저시급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처럼 점심식사비도 하루 3500원으로 지급해 달라”면서 “나랏일 제대로 하고 국민에게 인정받을 때마다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바꿔 달라”고 썼다.

이어 “철밥통(안정적이고 해고의 염려가 없는 직장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그들도 이제는 최저시급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국회의원 월평균 세비는 1149만 원이다. 이 가운데 일반수당은 5년 동안 동결된 끝에 2.6% 인상돼 646만 원에서 663만 원으로 17만 원 올랐다. 국회사무처가 발간한 ‘제20대 국회 종합안내서’에 따르면 의원 1명에게 지급되는 ‘연봉’은 국회 개원일인 지난해 5월 30일 기준, 상여금을 포함해 1억3796만 원이다.

여기에는 기본급 개념의 ‘일반수당(월 646만 원)’과 ‘입법활동비’, ‘관리업무 수당’, ‘정액 급식비’, ‘정근수당’, ‘설‧추석에 지급되는 명절휴가비(총 775만 원)’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의정활동 경비로 지급되는 금액은 연 9251만 원이다. 월 평균으로는 770만 원에 이른다. 이 금액은 ‘사무실 운영비(월 50만 원)’, ‘차량 유지비(월 35만 원)’, ‘차량 유류대(월 110만 원)’ 등도 포함된 금액이다.

결국 종합하면 국회의원 1인당 지급되는 금액만 한 해 2억3048만 원에 달하는 셈. 여기에 ‘가족수당’, ‘자녀 학비’, ‘보조 수당’ 등 각종 수당까지 포함한다면 실수령액은 늘어날 수 있다.

반면 올해 최저시급은 지난해보다 16.4% 오른 7530원이다. 월 209시간 기준 월급으로 계산한다면 157만3770원으로 올해 1인 가구 기준 중위소독 167만2105원에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이른바 ‘부자 국회’, ‘제왕적 국회’에 분노해 ‘정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청와대는 세비 인상‧인하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국회의원의 세비는 지난 1974년 국회가 제정한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회가 직접 결정하기 때문.

해당 법률은 국회의원의 직무활동과 품위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실비를 보전하기 위한 수당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침묵하는 국회의원
 
그동안 청와대 국민청원에 귀 기울여 목소리를 높이던 국회의원들은 조용한 모양새다. 세비와 특권을 줄이자는 국민들의 반응을 묵과하는 상황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행태는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기에 충분하다.

이와 관련해 한 전 정부 관계자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에 “의회주의의 종주국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스웨덴, 일본, 대만 등 외국 의회 의원들은 글로벌 경제위기와 국민의 삶이 핍박하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들의 세비를 삭감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여야가 팽팽히 대치하다가도 세비는 언제 왜 올렸는지 모르게 꼼수 인상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 국회의원 세비는 1인당 국민소득의 5.27배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 회원국 가운데 일본과 이탈리아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그러나 세비 대비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를 기준으로 봤을 때는 꼴찌에서 두 번째였다.
 
국민들의 반응은?
 
SNS에는 ‘국회의원 최저시급’에 대한 글이 무성하다. 한 이용자는 “국회의원 월급은 국민이 주는 것이다. 고용주인 국민이 최저시급에 맞춰 지급하겠다는데 문제가 있나?”라며 “무노동‧무임금도 적용해야 한다”고 올렸다.

또 다른 이용자는 “현실적으로 국회의원에게 최저시급을 받게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1~2개 월 그 돈(최저시급)으로 생계를 꾸려봤으면 좋겠다”면서 “간당간당한 급여를 받는 사람(국민)들의 심정을 느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국회의원 세비를 최저시급으로 만들어 고통을 알게 만들려는 궁리를 하느니 최저시급을 받던 노동자가 국회에 입성해 넉넉한 세비로 아무 지장 없이 노동자 정책을 펴게 만드는 것이 민주주의적이고 이로울 것 같다”, “국회의원이 최저시급을 받게 되면 돈 있는 사람만 국회의원이 될 것”, “대통령 월급도 최저시급으로 만들어 버리는 건 순식간. 다른 선출직 공무원도 최저시급으로 바뀔 것이고 그때부터 부자들과 금수저들만 정치인이 될 것” 등의 의견이다.

결국 정부의 답변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 어떠한 답변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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