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와 거지’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 주옥같은 작품을 남긴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미국 정치인을 날카롭게 풍자한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혐오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어린이용 논리학 서적인 ‘반갑다 논리야(위기철 지음)’에 따르면, 트웨인은 어느 날 한 신문기자가 미국 의원들의 자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어떤 의원은 멍텅구리다”라고 거침없이 말했다. 실제로는 멍텅구리가 아니라 개XX이었는데, 독자층이 어린이들이어서 저자가 개XX보다 순화된 용어인 멍텅구리를 쓴 것으로 보인다.

그의 발언은 즉각 기사화되었고, 워싱턴 정가는 발칵 뒤집혔다.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트웨인에게 사과를 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트웨인은 할 수 없이 자신의 발언을 정정했다. “어떤 의원은 멍텅구리(개XX)가 아니다”라고.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이 기세가 등등했던 의원들은 트웨인의 이 한 마디에 할 말을 잃었다.

트웨인은 이 밖에도 자국 정치인을 비판하는 ‘명언’들을 수 없이 남겼다. 물이 오래 고여 있으면 썩듯이 정치인도 오래 있으면 일은 안 하고 부패한다는 의미로 “정치인은 기저귀와 같아서 자주 바꿔줘야 한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회의원에게 최저시급제를 적용하자’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되고 있다. 참여자가 20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20만 명이 넘으면 청와대의 수석, 각 부처의 장관 등 책임 있는 관계자가 한 달 이내에 답변한다는 기준이 있다.

답변 여부와 실현 가능성을 떠나 참으로 참담하다. 모멸도 이런 모멸이 없다.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일을 하지 않았으면 국민들이 저런 청원까지 할까.

하기야 민생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 다지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인사들에게 일 열심히 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참사가 날 때까지 놀다가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면 그 때서야 벼락치기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행태가 어디 어제오늘 일이던가. 서민들은 꿈도 꾸지 못할 억대 연봉을 받고, 온갖 특권은 다 누리면서도 자신들에게 불리해질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여야 할 것 없이 대동단결하는 집단이기주의자들이 아니던가.

일도 일이지만 요즘엔 소신 없는 의원들이 과거에 비해 더 많아졌다. 이른바 ‘촛불민심’이 무서워 난파선의 쥐처럼 제 살길 찾아 이리 빠지고 저리 몰려다니지를 않나.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는 것이 두려워 매일같이 소속 당에 출당시켜달라고 생떼를 쓰지를 않나. 트웨인이 살아 있다면 이런 인사들을 향해 분명 ‘개XX’이라고 어퍼컷을 날렸을 것이다.

태생이 ‘철새’ 인데다 ‘배신자’ 기질인 인사들은 그렇다 치자. 비례대표 의원들은 소속 당이 싫으면 의원직을 잃더라도 깨끗이 탈당하는 모습을 보여야지 그 무슨 추태란 말인가. 의원직 잃는 게 아까워 정치적으로 해결해달라고 아우성이다. 툭 하면 정치적 해결이다. 그럼 법은 뭐 하러 만드나.

솔직히 이런 부실한 인사들에게는 최저시급 주는 것도 아깝다.

이들에게 채찍을 들긴 들어야 하겠는데, 마땅한 방법이 없다. 최저시급제가 안 되면 국회의원 주민소환제를 도입해야 하겠는데, 이 마저 쉽지 않아 보인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을 소환하는 제도를 만드는 데 찬성할 리 없기 때문이다. 이도 저도 안 되면 결국 투표로 옥석을 가릴 수밖에 없는데. 그러나 이 역시 우리 선거 풍토상 어렵다.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는 이들을 그럼 어찌 해야 한단 말인가.

국회의원 성과연봉제는 어떨까? 임기가 4년이니 계약 기간을 4년으로 하고 매년 연봉을 다시 책정하는 것이다. 1년간의 성과를 점수로 계량화해서 점수가 높은 의원에게는 연봉을 더 많이 주고 그렇지 않은 의원에게는 연봉을 대폭 깎고 특권도 줄여버리자.

누가 연봉 책정 심사를 하냐고?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구를 만들어 수능시험 출제 위원들처럼 한 달간 호텔이든 어디든 의원들이 알지 못하는 곳에 격리시킨 뒤 의원들 사진은 물론이고 이름과 소속 당이 표시되어 있지 않은 자료만으로 심사를 하는 것이다.

불만인가? 오죽하면 이런 생각까지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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