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출범 이후 첫 주주총회 시즌, 핵심 사안은 무엇?
현 정부 출범 이후 첫 주주총회 시즌, 핵심 사안은 무엇?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8-03-09 18:11
  • 승인 2018.03.09 18:11
  • 호수 1245
  • 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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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기업들 ‘지배구조’ ‘주주친화’ ‘사외이사’ 등 핵심 안건으로 상정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주주총회의 계절이 돌아오면서 올해는 어떤 문제와 안건들이 화두가 될지를 두고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는 반기업 및 친노동 정책으로 대변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주주총회라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를 의식하는 안건을 중심으로 가결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따라서 올해 주주총회는 ‘지배구조’ ‘주주친화’ ‘사외이사’ 등의 핵심 단어들이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규모는 줄었어도…올해 역시 ‘슈퍼주총데이’ 열릴 예정
정부 정책 기조 맞물린 분위기 ‘주주 소통 강화’ 움직임

금융권·식품가 등 경영진 정비 IT·통신 등 성장 동력 화두
기관 투자자 거수기 오명 벗을까…의결권 행사 두고 관심 집중


매해 봄 3월은 주주들이 모여 의사를 결정하는 정기주주총회가 열리는 시기이다. 특히 상장사 주주총회가 특정일에 몰리는 ‘슈퍼 주총데이(상장사 주주총회가 집중되는 특정일)’ 때는 주식 시장 전체가 요동칠 정도로 세간의 관심이 몰린다. 

주주총회가 같은 날 집중되면 소액 주주들은 동시에 여러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주주권을 행사할 수 없어 논란이 있어온 터라 그 규모가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슈퍼 주총데이 현상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달 27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에 따르면 1202개 상장사 가운데 이번 3월 주총을 여는 상장사는 1189개사로 집계됐다. 비율로 따지면 98.9%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오는 23일에는 312개사가 주총을 진행한다.

그 다음 오는 28일에는 209개사, 22일에는 131개사가 주총을 한다. 전체 주총일 가운데 해당 3일간 652개사(54.2 %)가 주총을 여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사 정기주총일 중 가장 많이 몰린 3일간 주총을 연 기업이 70.6%였던 점을 감안하면 다소 줄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올해 목표로 슈퍼 주총 데이 3일 집중도를 2014년 일본의 48.5%로 낮추겠다고 제시했다. 전자투표 의결권 행사비율은 작년(2.18%) 2배 이상으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현행처럼 주총 밀집도가 높을 경우 소액주주 주총 참석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고 주총이 특정일에 몰리면서 정족수 부족으로 인한 주주총회 대란사태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다만 54.2% 비율만 보더라도 슈퍼 주총 데이라고 불릴 만하다.

먼저 우리 재계를 전체적으로 살펴봤을 때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춘 주주 친화적 대응이 자리를 잡는 모습이다. 주총 분산 개최 등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는 등 주주 요구에 부응해 기업 가치를 높인다는 것이다.

일례로 SK그룹은 이사회를 열고 지배구조에 대한 정보제공 확대와 경영투명성 강화를 목적으로 업지배구조헌장 제정을 의결했다. SK그룹이 주주총회를 분산 개최하겠다고 밝힌 것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SK그룹의 기업지배구조헌장에는 주주의 권리와 함께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의 권한과 책임 등 기업지배구조 정보가 명문화됐다. 회사 측 역시 “헌장 선포를 통해 의지를 다지고 주주들과의 소통 확대를 약속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재계의 대표 격인 삼성전자는 보다 많은 주주들이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통해 친주주정책을 폈다. 지난 1월 31일 이사회를 열고 50 : 1의 주식 액면분할을 결정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대표 계열사인 현대자동차(회장 정몽구)와 현대모비스(사장 임영득)가 잇달아 주주 친화를 함께하고 있다. 현대차는 투명기업 경영의지를 담은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선포한 바 있다.

한화그룹은 상장 계열사의 정기주총을 분산 개최하고 소액주주까지 참여가 가능토록 전자투표제도를 전면 도입했다. 한화그룹 경영조정위원회는 상장계열사 주주권리 보호와 주주총회 활성화를 위해 주주총회 분산 개최와 함께 개인투자자 참여 활성화 등을 권고 했다.

CJ그룹(회장 손경식)은 10개 상장사의 주총을 분산 실시하고 CJ대한통운(사장 박근태)과 CJ씨푸드(대표 유병철)는 전자투표제를 도입한다. CJ는 향후 그룹 차원에서 각 상장사에 전자투표제 도입을 적극 권고했다.

LS그룹도 주주총회를 분산 개최하고 주요 계열사에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해 활동 내용을 정기적으로 외부에 공개한다. 결국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선제적으로 ‘주주친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는 올해, 주총의 주요 안건은 어떤 것들이 나와 있을까. 각각의 업계마다 시장 상황이나 현안들이 다르긴 하지만 ‘지배구조’ ‘주주친화’ ‘사외이사’ 등이 골자인 것은 대동소이하다.

지배구조와 관련해 가장 뜨거운 논란이 예상되는 곳은 금융권이다. 주요 금융지주회사와 시중은행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배구조와 노동조합 추천 사외이사 선임 등으로 시끄럽다. 전면적인 채용비리 수사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통해 KB금융지주 이사회가 노조와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이 주주제안을 통해 올린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공시한 것을 두고 강력히 비판했다.

KB금융은 오는 23일 주주총회에서 지배구조 관련 안건을 다루기로 했다. 해당 안건 가운데 정관계 인사의 이사 선임 제한, 대표이사 회장의 사외이사추천위원회 배제를 담은 정관 변경 안건 등을 노조가 제안했는데, 이사회가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 추천 사이외사 선임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사외이사는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인 만큼 해당 선임이 성공한다면 금융권 전체에 노동이사제 도입이 줄을 이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나금융 주총에에서도 지배구조가 주요 사안이다. 김정태 회장의 3연임,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오른다. ‘1인 사내이사 체제’를 보완할 방법도 마련해 안건으로 상정한다는 방침이 나오고 있다.

또 신한금융은 오는 22일 주총에서 사외이사 3명을 새로 선임할 예정이다. 농협금융도 사외이사 3명이 연임을 고사해 오는 30일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사외이사를 선임한다. 다만, 검찰의 금융권 채용비리 수사에 따라 상황이 변할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금융권을 제외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출소 후 처음 주총을 맞는 삼성전자 지배구조와 관련해 어떤 내용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재판을 받는 상황인 것 등을 감안하면 순환출자 해소 등이 고려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오는 23일 대부분 주총을 개최하는 식품업계도 오너 경영권을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모습이다. 롯데제과 롯데푸드 오뚜기 빙그레 크라운해태제과 매일유업 삼양식품 사조 등이 23일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크라운해태제과는 이번 주총에서 윤석빈 크라운해태홀딩스 대표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윤석빈 대표는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오너 3세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정지작업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낸다.

삼양사는 21일 정기 주총에서 김원 삼양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과 김량 삼양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김량 부회장은 고 김상홍 명예회장 아들이고, 김원 부회장은 김상하 삼양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푸르밀은 지난달 말 신동환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 오너 경영체제를 갖췄다. 푸르밀의 오너 경영은 2007년 롯데우유 분사 이후 처음이다. 신 대표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조카이자 신준호 푸르밀 회장의 차남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이사 재선임 안건 등 역시 지배구조와 관련해 가장 많이 주목받는 부분이다. 롯데쇼핑과 현대백화점그룹은 모두 오는 23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주요 쟁점들을 차치하면 향후 성장 동력 찾기로 혈안이다. 정관 변경을 통해 사업 목적을 추가하는 등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성장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유통 및 식품 업계, IT·통신 업계 등이 가장 활발하다.

국순당은 오는 29일 주총에서 ‘화장품 제조 및 판매’를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정관 변경 건이 올라와 있다. TV홈쇼핑을 통한 국산차 판매가 허용됨에 따라 GS홈쇼핑은 주총에 ‘자동차 판매업’ ‘화물운송주선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삼양식품은 오는 23일 여는 주총에서 ‘교육 서비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안건을 결의할 예정이다. 삼양식품의 연수원을 교육기관 등의 임대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절차로 풀이된다. 

또 GS리테일은 KT와 함께 도심형 가상현실(VR) 테마파크 ‘VRIGHT(브라이트)’ 사업 전개를 위해 ‘VR기기 체험관 등 운영업, VR 시스템·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을 추가하고자 한다.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사업 분야를 사업 목적에 대거 추가하는 주요 통신·정보기술(IT) 업체들도 다수다. 성장 정체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만큼, 신 성장 동력 찾기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KT는 오는 23일 주주총회에서 전기안전관리 대행업, 전문디자인업 등을 사업 목적으로 추가하는 안건을 올린다. 그룹 차원에서 집중 육성하고 있는 플랫폼 (미디어, 스마트에너지, 기업·공공가치 향상, 금융거래, 재난·안전·보안)과 밀접한 연관성을 보인다.

LG유플러스는 이달 16일 개최하는 정기 주총에서 무인비행장치(관련 모듈 포함)의 구입·제조·판매 및 대여업, 정비·수리 또는 개조 서비스, 무인비행장치사용사업 등을 신규 사업목적으로 추가한다.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 업체들도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늦추지 않을 전망이다. 네이버는 오는 23일 주총에서 정관의 사업목적에 별정통신사업을 추가할 예정이다. 카카오도 이달 16일 열리는 주총에서 일반여행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다.

실제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메이커스를 통해 여행사업에 뛰어들 예정이다. 카카오메이커스는 지난 2016년 설립된 유통 플랫폼으로 선주문 후 제작·판매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자회사다.

한편 올해 주주총회는 ‘기업 중심’에서 ‘주주 중심’으로 분위기가 변하면서 그동안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아 온 기관 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도 주목되고 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본격적인 의결권 행사를 예고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부터 배당금까지 적극적 참여가 예상되기도 한다. 실제 국민연금은 각사의 배당 현황과 배당 결정요인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찬성으로 일관했던 기관투자자의 변화와 대기업의 자성이 올해 주총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기대된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