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매향리 생태공원’ 언제 조성되나?


“다시 80년대로 돌아가 정부와 다시 싸워야 하나”.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 주민들은 현재 사격장 폐쇄를 위해 집단시위를 벌이던 80년대 그 시절을 회상하며 분을 삼키고 있다. 54년간 미 공군 사격장(일명 쿠니사격장)으로 사용되던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 314번지 일대(2402만㎡)는 한국 현대사의 큰 의미를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인명피해와 소음공해에 시달려온 매향리 주민들은 지난 1988년부터 줄기차게 사격장 폐쇄를 주장해 마침내 지난 2005년 사격장이 폐쇄됐다. 당시 전 국민의 관심을 모은 사격장 폐쇄는 군사대결이 심했던 냉전시대를 뒤로하고 남북평화의 시대가 시작됐다는 것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억된다. 이같은 상징성을 살려 지난 2008년 화성시와 정부는 매향리 사격장 일원을 평화생태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매향리 평화생태공원은 화성시의 사업우선 순위에 밀려 현재 토지매입비조차 확보치 못하는 등 조성사업이 수년째 겉돌면서 또 다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민 힘으로 얻은 사격장 폐쇄

한국전쟁 중이던 지난 1951년. 미군은 매향리 농섬을 중심으로 공군 사격연습장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1955년 2월 한미상호방위조약 및 한미행정협정(SOFA)에 따라 매향리 일원이 사격장으로 지정된 뒤, 2005년 8월 12일 폐쇄될 때까지 사용됐다. 사격장으로 사용하는 동안 매향리와 인근 지역 1500여 세대 3500여 명은 오폭과 불발탄 사고로 12명이 사망했고, 15명이 상해를 입는 인명피해를 입기도 했다. 주민들은 일상생활을 하기에 어려운 평균 90~110데시빌에 이르는 비행기와 폭탄 소음에도 시달려야 했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지난 1988년부터 사격장 폐쇄를 줄기차게 주장하며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였고, 지난 1998년과 2001년에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83억여 원의 배상판결을 받아냈다. 당시 매향리는 전국적인 관심의 대상이었다.


사업우선 순위에 밀린 평화생태공원

17년 동안 이뤄진 주민들의 주장은 지난 2005년 8월 12일 사격장이 폐쇄되면서 결실을 맺었다. 사격장이 폐쇄된 뒤, 지난 2007년 사격장 부지가 국방부에 반환되자 화성시는 그 다음해에 사격장 공여구역인 97만3000㎡를 공원 60%, 레저시설 40%의 평화생태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도 지난 2009년 2월 토지매입비를 포함해 사업비 2018억 원으로 오는 2013년 완공하겠다는 조성 계획을 승인했다. 그러나 당시 화성시는 전액 시비로 문화복지의 랜드마크 유엔아이(746억 원)·나래울복지관(494억 원)·화성국민체육센터(체육진흥기금 30억 원 포함 308억 원)·종합경기타운(2370억 원) 등 대규모 공사에 착수하거나 건축하면서 급격한 재정난에 휩싸였다. 결국 평화생태공원은 민선4기 화성시의 사업우선 순위에 밀려 국비확보에만 매달리게 된 꼴이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 2009년 8월 공원 60%, 레저시설 40%로 추진할 경우 관련법에 따라 정부가 토지매입비를 424억 원밖에 지원되지 않는 다는 점을 고려해 공원 100%(토지매입비 707억 원)로 계획을 변경해 정부에 승인 요청했었다. 이와 관련 행정안전부는 관련부처인 기획재정부와 협의한 끝에 더 이상의 예산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사업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는 중이다. 이와 함께 올해 재정난에 몰린 시는 당초 계획(공원60% 레저40%)에 따라 국비 85억 원을 배정받았지만 시비 57억 원을 확보하지 못해 국비를 반납할 처지에 놓였다.


뿔난 매향리 주민들

매향리 평화마을건립 주민대책위와 화성희망연대 등 시민단체는 빠른 시일 내에 평화생태공원(이하 평화공원)으로 조성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평화공원 조성 사업은 좌초될지도 모른다”며 “정부는 재정 상태가 어려운 시에만 책임을 미루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 국비 지원액을 늘리는 등 공원 조성을 본격화하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주민들은 “채인석 시장을 비롯해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평화생태공원 건립을 위한 민·관 공동 추진협의회를 구성할 것”을 화성시에 공식 제안하기도 했다.

주민대책위원회 전만규 위원장은 “주민들의 힘으로 미 공군 사격장을 폐쇄시킨 역사적 상징성과 지난 54년간 고통 받아 온 주민들의 상처 치유를 위해서라도 정부와 화성시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집권한 화성시 민선5기는 민선4기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본의 유동성 위기를 겪은 화성시는 지난해 예산을 배정하지 못했지만 2012년 예산에 85억 원을, 2013년 138억 원, 2014년 138억 원, 2015년 이후 410억 원을 편성하는 등 오는 2017년까지 모두 시비 743억 원을 편성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비 424억 원(당초 행안부에 승인 요청한 예산)을 포함해 모두 토지매입비 1167억 원을 확보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시 재정 고려해 조성사업 착수

화성시는 오는 2016년 공원조성 기본계획과 실시계획을 수립해 토지매입이 끝나면 2018년 공원조성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시는 주민들이 주장하는 평화생태공원 건립을 위한 민·관 공동 추진협의회 구성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화성시는 시 재정 등을 고려해 토지매입비를 확보한 한 뒤, 공원조성 사업비 851억 원은 별도로 확보해 추진할 계획이어서 당초 예정보다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평화생태공원이 과거 사업우선 순위에서 밀려 사업이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현재 민선5기에서는 평화생태공원을 중점사업으로 정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시 재정난을 고려해 무리하지 않고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 붙였다.

[김장중 기자] kj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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