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도 골프장에서 열었다”

KT노동조합 자유게시판을 통해 인터넷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114 괴문서’

‘국민의 비서’ 한국인포서비스(KOIS)가 경영진을 겨냥한 음해성 ‘괴문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14 전문회사 KOIS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이란 제목의 이 문서는 A4용지 6장 분량으로 갖가지 의혹을 담고 있다. 한국인포서비스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알아봤다.

‘114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안내원 일동’ 명의로 작성된 이 괴문서는 먼저 KOIS 사장과 전·현직 임원들의 지나친 골프사랑에 대해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문서는 “L사장과 J전무는 KT에서 분사한 114전문회사 KOIS에 부임한 이래 직원들의 복지는 내팽개치고 본사 전 직원을 골프광풍 속으로 휘몰아 넣었다”고 폭로했다.

문건에 따르면 L사장과 J전무의 골프사랑은 시간과 장소를 따지지 않는다. 114안내원들이 일하는 평일 백주대낮은 물론 간부회의도 사무실이 아닌 필드에서 한다는 게 괴문서 작성자의 주장이다.


KOIS는 의혹덩어리?

문건은 그 근거로 지난해 3월 31일 L사장 1주년 취임기념일 때의 일을 떠올렸다. 문건에 따르면 L사장은 이날 KOIS 본부장들과 수석부장들을 데리고 골프 축하연을 벌였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다. 분기마다 전·현직 간부들과 어울려 골프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사회 회의 또한 조용한 회의실이 아닌 필드에서 진행되곤 했다는 것이 문서 작성자의 전언이다.

특히 지난해 4월 13일에는 워크숍 장소로 골프장을, 올 초엔 이사회를 핑계로 2박 3일 제주도 원정 골프여행을 떠나기도 했다고.

그러나 문건은 이보다 가장 큰 문제는 골프비용 처리부문이라고 지적했다. 문건은 그동안 간부들이 골프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법인카드로 상품권 등을 구입, 현금으로 바꾸는 이른바 ‘와리깡’(할인) 수법을 동원한 흔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2~3개월에 한번 꼴로 해외원정 골프를 나가기도 했으며, 여기에 든 돈이 무려 수천만원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작성자는 “지금이라도 경영진이 사적인 용도로 법인카드를 집행해 사용한 골프 비용을 자진 반납해 직원들에게 되돌려 줘야 한다”며 “지난 몇 년 동안 물가는 계속 오르고 KT 자회사 직원들의 급여도 올라가고 있지만, KOIS 직원들의 임금은 수년째 동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KOIS의 L사장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L사장 마음에 든 직원은 명예퇴직한지 며칠 만에 도로 현직에 복귀하기도 한다는 게 문서 작성자의 주장이다. KOIS 사규에 따르면 퇴직한 직원은 2년 내 재임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사규를 무시한 L사장의 ‘특혜시비’는 또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올 4월까지 무단결근한 H부장이 그동안 꼬박꼬박 월급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KOIS 사규에 따르면 H부장은 파면 등의 징계조치를 받아야 한다.

L사장의 울타리 안에서 특혜를 받고 있는 사람은 H부장뿐 아니다. 올 2월 2급에서 상무보로 승진된 L본부장 또한 L사장의 지극한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러나 사내에서 바라본 L본부장의 평가는 낙제점에 가깝다. 괴문서에 따르면 L본부장은 K본부 제직시절 금전차용 문제로 비보직으로 근무한 적도 있었으며, S본부에서 보직을 부여받고 일했을 땐 편을 갈라 조직을 분란 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S본부 소속 J부장도 L사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순 휴직이 만료된 J부장. 그러나 그 후 한번도 출근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3개월간 ERP 복무상 결근 처리돼, 꾸준히 월급이 지급됐다는 게 문서 작성자의 주장이다. 문서에 따르면 J전무와 J부장은 KT감사실에서 함께 근무한 사이다.

L사장의 사랑은 현직이나 퇴임한 사람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2006년 퇴직한 L안내사업본부장이 개인사무실을 열 때였다. 당시 L사장은 L본부장 사무실에 비치될 컴퓨터와 책상 등 집기를 회삿돈으로 손수 사줬다고 한다. L사장과 L본부장은 KT에서 함께 근무한 동료라고 한다.


성추행 발언도 예사

문건의 폭로는 계속됐다. 지난해 8월에 실시된 구조조정에 대해 문서 작성자는 “당시 J전무는 젊은 여직원들을 내보내고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만 남겨뒀다. 그 중 50~52년 남자는 모두 남겨두고 여성 지역근무자 52년생은 모조리 쳐냈다”며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원칙과 기준이 상실된 구조조정이었다”고 회상했다.

J전무에 대한 직권남용 의혹은 이뿐만 아니다. 지난해 12월 J전무가 경기본부를 순회할 당시 일이다. 이날 J전무는 1차 술자리를 마치고 젊은 여성 임직원 30여명과 2차로 노래방을 갔다고 한다.

문건은 당시 일을 회상하며 “J전무는 노래방에서 마치 룸살롱이나 단란주점에서 할 법한 행동을 서슴없이 보여줬다”며 “여직원을 끌어안고 들어 올리는 걸로 부족해 얼굴에 뽀뽀까지 했다”고 전했다.

이어 문건은 “J전무가 여직원을 끌어안아 올릴 때 그 여직원의 속옷이 다보였다. 그 때 당시 이를 지켜본 다른 여직원들은 성적 수치심에 이를 갈아야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J전무는 이날 노래방비가 100만원 가까이 나오자 호주머니에서 현금 다발을 꺼내 업소에 뿌렸다고 한다. 이 때 노래방 직원들이 뿌린 돈을 줍기 위해 한바탕 전쟁을 치뤘다는 게 문건 작성자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KOIS 측은 터무니없는 루머라고 일축했다.


KOIS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 ‘114 괴문서’는 읽어봤나.
▲지난 3월 인터넷에 올라와 본 적이 있다. 황당할 따름이다. 이러한 터무니없는 글을 누가 작성했는지 모르겠다. 100%로 지어낸 말도 안 되는 얘기다.

- (골프 추문과 관련) 날짜와 장소 등 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경영진 개개인이 골프를 얼마나 즐기는지 모르겠지만 정기적으로 골프대회를 가질 만큼 우리 회사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제주도에서 이사회를 연 적도 없다.

- 문건에 따르면 골프비용을 회사 법인카드로 썼다던데.
▲우리 회사 회계는 투명하기로 유명하다. 어떻게 사장 개인이 쓴 비용을 법인카드로 낼 수 있겠나.

- 카드 내역서를 공개할 수 있나.
▲사실도 아닌 내용을 가지고 법인카드 사용내역까지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부적으로 확인했지만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이 없었다.

- 해외 출장을 두세 달에 한번 꼴로 간다던데.
▲말도 안 된다. 개인적인 여행은 몰라도 공식적인 해외출장은 1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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