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로 몸집을 키운 새끼 공룡들이 배탈이 났다. 무리한 M&A로 몸집을 키웠던 기업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증시 불황, 자금시장 경색, 경기침체 등 대내외 경제 악재가 겹치면서, 알짜 계열사, 사업, 부동산 등 자산 매각을 추진하는 그룹이 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유진그룹, C&그룹 등이다. 이들은 알짜 기업을 매각해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금호그룹·금호생명 경영권 매각 추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11일, 상장을 추진 중인 금호생명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경영권까지 포함해 지분 전체를 넘길 수 있다는 의미다.

금호는 당초 금호생명의 상장을 추진하다 증시가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자 매각 쪽으로 돌아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호는 주요 계열사들이 자산 감축을 통해 4조5천74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내년 말까지 자회사 보유 유가 증권을 매각해 2천502억원을 확보하고 서울고속도로와 일산대교 지분 매각으로 3천102억원, 부산 밀리오레 등 유형자산 매각으로 5천억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금호산업도 내년 상반기 일산대교 등 SOC 매각으로 1천540억원, 금호생명과 한국복합물류 등 계열사 지분 매각으로 7천903억원, 대한송유관공사와 한국 CES 등 유가증권 매각으로 1천22억원 등 총 1조505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금호생명과 아시아나공항개발 등 계열사 지분 매각과 대한통운 유상감자로 1조4천111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증시와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SOC 매각과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


C&그룹, 신우조선해양 매각

또한 공격적 인수·합병으로 커나가던 신생 조선업체 C&그룹도 제동이 걸렸다. 지난 11일 “자구계획 일환으로 신우조선해양의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C&중공업이 주력사인 C&그룹은 지난해 11월 신우조선해양을 인수했지만 최근 조선업 경기가 하강하면서 결국 다시 내놓은 것. C&중공업은 이미 지난달에도 철강사업 부문을 매각했다.


유진그룹…유진투자증권 재매각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실패한 뒤 서울증권(현 유진투자증권), 하이마트, 나눔로또 사업 등을 추진하며 몸집을 키웠던 유진그룹도 무리한 차입으로 이한 자금난 때문에 배탈이 났다.

지난 10일, 유진그룹은 유진투자증권(옛 서울증권)을 재매각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유진증권은 올초 매물로 나온 교보증권 인수를 검토하고 최근 대대적인 수수료 인하 광고전까지 펼쳤다.

겉은 멀쩡해보였지만 속은 그렇지 못했다. 올 초 하이마트를 인수할 때 유진그룹은 무려 1조4천억 원을 차입했다. 한 신용평가기관에서는 유진그룹이 한해에 이자로만 400억원을 쓸 것이라고 추정했다. 더구나 올해 들어 주식시장이 고꾸라지면서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분기(4~6월)에 16억원의 적자를 냈다.

의류업에서 유통업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던 이랜드그룹도 무리한 지난 5월 홈에버(구, 까르푸)를 인수했다가 결국 자금난 때문에 홈플러스에 재매각을 했다.


프라임그룹…동아건설매입 휴유증

프라임그룹도 2006년 인수한 동아건설 매입 자금 조달과 사업영역 재편 등을 위해 지난해 8월 아바타 쇼핑몰을 코람코자산신탁에 1천700억원에 매각한데 이어 올 봄에는 신도림 테크노마트 사무동을 싱가포르 아센다스에 3천억원에 팔았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몇 년 동안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웠던 기업들 중에 최근 경제 환경이 나빠지면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현금 유동성 위기설에 빠졌다.

특히 이런 그룹들은 건설업을 끼고 있는 등 직간접적으로 건설업과 연관돼 있다. 최근의 부동산 경기 침체가 그룹 재무 상황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A 업계의 한 전문가는 “무리한 차입자금을 통해 M&A를 할 경우 유동성위기를 겪은 위험이 높다. 대표적인 기업은 금호·두산 등이다. 무리한 차입 M&A 보다 건전한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모아 M&A를 해야한다”면서 “만약의 경우라도 리스크 상황이 감지된다면 과감하게 포기를 해야 하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